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 1부 Mean Markets and Lizard Brains
(How to Profit from the New Science of Irrationality) - 테리 번햄Terry Burnham 저 / 서은숙 역 / 갤리온
 

 

인간의 두뇌는 확률(가능성이 몇 퍼센트인가?) 보다는 빈도수(100명 중 얼마나?)로 제시될 때, 더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쉽게 말해 인류는 계산에 약하기 때문에 종종 실수를 저지른다.
 

 

저자는 '행동/신경 경제학' 의 여러 논문과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하면서, 투자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책을 알았다고 해서 이를 극복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부주의를 고치려 하기보다는 --잘못을 유발하는 환경을 세심하게 살펴서-- 도망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된다.

한편, '도마뱀의 뇌(전문용어로 편도체라고 함)' 는 생존본능에 충실한 원시적인 두뇌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단어다. 우리는 편도체의 작용 때문에 비합리적으로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게 되며, 필요 이상으로 낮은 가격에 팔게 된다. 바꿔 말해, 투자자를 감정에 휩싸이게 만들어 크나큰 고통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주범이다.

만약, 모든 심리적인 정서를 배제하고 이성적인 판단으로만 주식시장을 대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감성과 이지는 분리할 수 없으며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가진다. 따라서 어느 한쪽에 의존해서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 이에 대해서 매우 흥미로운 실험이 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좌뇌와 우뇌는 두 부분을 연결하는 신경 조직인 뇌량(뇌들보 혹은 변지체)을 통해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뇌들보가 없이 태어나기도 하며, 그에 따라 양쪽의 뇌가 서로 소통하지를 못한다. 과학자들은 변지체가 분리된 환자들에게 아래와 같은 실험을 했다. 그런데 우뇌만 인식할 수 있도록 --글로 적어서-- 왼쪽 눈으로만 볼 수 있게 했다.

 

"오른쪽 손을 흔드세요"

 

꾸며대기는 우리의 천성
흥미로운 점은 피실험자들에게 방금 자신이 한 행동들을 설명하라고 할 때 나타났다. "당신은 왜 손을 흔드신 거죠?"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맡고 있는 좌뇌는 딜레마에 빠졌다. 손을 흔든 이유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 솔직하게 '모른다고 고백하지 않고' 이야기를 지어내기 시작했다.

놀랍지 아니한가? 이와 같은 기묘한 부조화를 접한 대뇌피질은 어떻게 해서든 설명을 하려고 애쓴다. 결국 우리는 자기합리화를 하는 존재인 것이다. 고로 사람들의 말 바꾸기는 자신도 어찌하기 힘든 본능적인 행위인 셈이다. 이상의 실험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도마뱀의 뇌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은폐하도록 만들어졌다.

인간은 합리적인 판단으로 뭔가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런 행동을 한 이유를 지어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사건을 저지르고 난 이후에는 그 책임을 전두엽에게 떠 넘긴다. 이런 식으로 많은 사례를 들어가면서 인간의 비합리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 중 투자와 관련해서 몇가지 의미심장한 실례를 살펴보자.

 


 

비합리성 1 : 최후통첩 게임 - 손실 앞에 자존심은 필요 없다.

내 손에는 100달러가 공짜로 쥐어져 있다. 그리고 당신에게 이 중 얼마를 배분해 주어야만 한다. 예를 들어 10 달러를 준다고 할때, 상대방이 이를 수락하면 $90은 내 몫이 된다. 이때 만약, 당신이 이를 거절한다면 우리 둘 다 한 푼도 건질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분배를 해야 서로가 이득을 얻게 될까?

실험 결과는 다음과 같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제안을 거부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에게는 자존심이 있기 때문이다. 변변찮은 소액을 벌려고 --공짜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치를 값싸게 팔지는 않는다. 즉,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돈을 잃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높은 액수를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불공평해 보이는 제안에는 명백하게 거부감을 느낀다. 저자가 노랭이처럼 굴어서, 사람들이 '푼 돈을 받느니 차라리 안 받고 만다' 는 것을 알았을때, 지은이는 '모든 돈을 잃겠다' 는 두려움에 빠졌다고 한다.

 

이를 주식시장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특히나 금융시장에서는 자존심을 굽히고 실수를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최상인 경우가 많다. 그대가 25만원에 매수한 종목이 100만 원으로 올랐다가 다시 고꾸라져 50만 원 정도로 빠졌다고 해보자. 이때 투자자의 정서는 1백만 원이라는 최고치에 고정되어 있으며 거기를 내 원금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100만 원에도 팔지 않았는데 본전을 손해보고 50만원에 팔까보냐? 하고 버틴다. 그러다가 가격이 점점 하락하여 20만 원 쯤 되면,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결국에는 마이너스 손실을 보고 매도를 친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라.

25만 원을 집어넣어 50만원이 되었으니 2배의 수익이 난 것이다. 그러나 초보자들은 최고가였던 100만 원이 계속 뇌리에 남아서 200%의 수익에도 만족하지 못한다. 이를 행동경제학에서는 '앵커링Anchoring(닻내림 효과)' 라고 한다.

배가 항구에 정박해서는 조류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닻을 내리듯이, 초심자는 100만 원 이라는 금액에 심리적인 닻을 내리고 고통과 손실, 번뇌에 휩싸인다.

 


 

비합리성 2 : 손실회피도 - 손해에 대한 두려움이 돈을 잃는다.

동전 던기지 게임을 해보자. 어느 한쪽 면이 나올 확률은 반반이다. 코인을 던져서 당신이 지면 5달러를 내야 하고, 승리하면 얼마 만큼을 상금으로 받아야 게임을 하겠는가? 즉, 보상의 최소 금액이 어느 정도나 되어야, 이 도박에 응하겠는가? 를 묻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5달러 이상이라고 대답한다면 손해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사람이다. 실제로 우리들 대다수는 10달러 이상이라고 대답했다. 인간은 이득의 크기가 위험에 비해 2.5배는 되어야 이를 수용한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카너만 교수는 이를 '손실회피도' 라고 명명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자산관리(클릭하면 해당 메뉴로 이동함)' 부분에서 충분히 다루었으므로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함.

손실혐오에 관한 대표적인 예는, '닉 리슨Nick Leeson' 이라는 파생상품 트레이더에 의해서 도산한 영국의 베어링스Barings 은행이다. 그도 10억 파운드를 한 번에 다 잃은 것은 아니다. 작은 손실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베팅 액수를 늘려가다가 최후를 맞았다. 이 사건을 다룬 영화가 2000년에 개봉한 '겜블Rogue Trader(1999)' 이다.

 

 

여기서 잠깐 쉬었다가 2편에서 다시 보자. 저자의 조언을 몇 가지 소개한다.

★ 일본 경제는 1980년대 말, 버블이 터지고 난 이후부터 디플레이션에 시달렸다. 이로 인한 문제 중 하나는 경제가 타격을 입을 정도로 소비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 친구 제인은 내년에 컴퓨터 값이 떨어질 것을 알기 때문에 절대로 컴퓨터를 구매하지 않으려 한다.

디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온갖 종류의 가격이 전부 떨어지기 때문에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가격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구매를 늦추게 되고, 이것이 수요를 낮추어 가격은 더욱 떨어지게 된다. 돈을 받자마자 쓰려고 하는 하이퍼인플레이션 현상의 정확히 반대되는 경우이다.

 

★ 밀턴 프리드먼의 슬로건을 다시 반복하면,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어디서나 통화적인 현상이다. 만약 통화량이 늘어난다면 인플레이션이 뒤따를 것이고,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우리는 금이나 땅 같은 유형자산, 혹은 해당 국가의 화폐 외의 다른 화폐에 투자해야 한다. 만약 통화량 증가율이 낮아서 디플레이션이 예상된다면 금융자산들, 특히 특정 채권들이 성과가 좋을 것이다.

 

★ 자신들이 생산하는 것보다 더 많이 소비하는 국가들은 그 빚을 반환하거나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 '경상수지' 는 한 국가가 소비를 생산보다 많이 하는지 적게 하는지를 설명하는 지표이다. 일본처럼 경상수지가 흑자인 나라는 소비보다 생산을 많이 한다.

일본의 잉여 생산물은 해외로 수출되고, 화폐라는 차용증서를 받게 된다. 경상수지는 한 국가의 소비를 측정하는 가장 광범위한 기준으로, 자동차부터 영화, 법률 서비스, 그리고 투자 수입까지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경상수지는 무역적자와 달리 모든 국제적인 이전을 포함한다.

한 국가가 경상수지 적자일 때, 그 국가는 돈을 빌려 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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