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23 THING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 장하준 저/ 김희정, 안세민 공역 / 부키

 

 

자유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시장에는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모종의 규칙과 한계가 있다.
시장이 자유로워 보이는 것은 단지 우리가 그 시장의 바탕에 깔려 있는 여러가지 규제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 규제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 시장은 정치적으로 정의되는 것이다.

 

기존의 경제학에 매몰된 사람들에게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 책이다. 국빵부의 금서 조치로 유명해진 그의 전작인 '나쁜 사마리아인들Bad Samaritans: The Myth of Free Trade and the Secret History of Capitalism / 장하준 저 / 이순희 역 / 부키' 에서는 저개발 국가가 당면한 현실이 무엇 때문에 잘못 되었는지를 밝혔다.

그런데 이번 최신작은 영미식 자본주의의 한계를 날카롭게 파헤치면서, 우리가 얼마나 잘못된 사실을 정설로 알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장하준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University of Cambridge' 의 경제학과 교수이며, 권위주의만 내세우며 제 밥그릇 챙기는데에 몰두하는 한국의 여타 학자들과는 다르다.

사실, 그가 말했듯이 경제학은 상식을 논하는 학문임에도, 잘난체 헛똑똑이들이 전문용어를 남발하면서 보통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시켜버렸다. 그러나 단칼이 항상 주장하듯이 경제는 곧 삶이다. 따라서 자신의 인생을 좀 더 성공적으로 만들고 싶다면 경제를 알아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어렵지가 않다.

평범한 대중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투자가 상식이 되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므로 첫 시작은 '주주 가치 극대화' 라는 허울 좋은 명분이, 어떻게 기업을 파산으로 몰고 가는지 그의 논리를 살펴보자.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주주이익을 위한 경영은 버리라고.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업들은 현대 자본주의하에서 이윤을 극대화 하는 쪽으로만 성장해왔다. 이를 위해서는 임금이나 투자, 재고, 중간 관리자 등의 비용을 무자비하게 삭감해 어거지로 수익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렇게 쥐어짜서 만들어낸 이득은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 buy back' 이라는 형태로 주주들에게 배분되었다.

또한, 경영자들에게는 스톡옵션의 비중을 늘려 관련 당사자 모두를 한 배에 태웠다. 곧 이와 같은 관념은 미국의 기업에 광범위하게 수용되면서 GE의 회장이었던 '잭 웰치Jack Welch' 를 유능한 인물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회사의 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현재는 60%에 이르게 된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35% ~ 45% 수준임을 감안하면 과도하게 등골을 빼먹는 일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처우는 더욱 나빠졌다. 그들은 일단 해고된 다음 더 낮은 봉급으로, 그리고 비노조원의 자격으로 재고용되었다. 이 기간 동안 연봉 인상은 꿈도 꾸지 못했다.

왜냐하면? 중국이나 인도 같은 아시아의 저임금 나라로 설비를 이전하겠다는 협박 때문이었다. 게다가 정부를 상대로는 법인세도 낮고 보조금이 많은 국가로 생산설비를 재배치 하겠다는 위협으로 각종 혜택을 챙겼다. 반면에 고위 경영진들은 스톡옵션으로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자사주 매입도 심각한 문제를 불러왔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수익중에서 바이백 비율은 5%를 밑돌았다. 그러나 이 수치는 계속해서 증가하여 2007년에는 90%라는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2008년에는 무려 280%라는 터무니 없는 기록을 세웠다. 한 마디로 빚을 내서 주가를 부양했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최근에 도산했었던 GM(General Motors Corporation)이다. 제너럴 모터스는 주주가치 최대화의 선봉에 서서 끊임없이 다운사이징을 추진했다. 즉, 고용을 줄여 임금 지출을 없애고 투자를 최소화하여 자본 지출을 삭감했다. 이런 기업에게 미래가 있겠는가? 결국 쥐엠은 미국 정부에 파산 보호 신청을 하게 된다.

더욱더 심각한 것은 1980년대 이후 국민소득에서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음에도 그것이 투자 확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국민총생산에서 재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대에는 20.5% 였으나, 1990 ~ 2009년 동안에는 증가하기는 커녕 오히려 18.7%로 떨어졌다.

결국 주주이익의 극대화는 허울좋은 명분일 뿐 궁민경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잭 웰치가 최근 고백했듯이 주주 가치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아이디어" 이다. So What?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마어마한 퇴직금을 들고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다음은 입풀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보자. 세상이 더 안정적이 되었다는 말은 낮은 물가상승률을 유일한 척도로 사용했을 때만 성립한다. 바꿔 말해, 우리가 실생활에서 느끼는 것과는 커다란 격차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주기적인 금융위기는 강력한 인플레이션 억제책이 시행된 지난 30년 동안에 더 자주 발생했다.

그리고 문제가 터질 때마다 더 심한 경제위기가 닥쳐왔다. 각각 하버드와 메릴랜드에서 교수로 재직중인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의 연구에 따르면, 2차 대전 종전 직후에서 1970년대 사이에 금융 위기를 겪은 나라는 거의 없었다. 이 기간은 인플레 측면에서만 보자면 지금보다 훨씬 더 불안정한 시기였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 금융 위기를 겪는 나라들의 비율은 20%로 솟구친다. 이 때야 말로 입풀려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음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비율은 2000년대 중반에 다시 0%로 떨어졌다가 2008년의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다시 35%에 이르게 된다.

 

물가는 경제 안정도를 측정하는 여러 지표 중 하나에 불과하다. 사람들의 삶을 뒤흔드는 가장 큰 사건은 --고정적인 수입원이 보장되는--일자리를 잃거나 과도한 부채를 짊어져 집을 차압당하는 등의 직접적인 원인에 의한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 한 물가상승은 삶을 불편하게 만들지언정 생존의 근본을 흔드는 위협이 될 수 없다.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입풀려를 길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박관념은 이제 잊어버리자. 입풀려는 금융 자산 보유자들에게나 유리한 정책을 펼치려고 만들어낸 허상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장기적인 안정, 경제 성장, 그리고 보편적인 인류의 행복을 희생해서라도 그들만의 탐욕을 충족시키려고 대중들을 겁주고 있다. '나꼼수' 라는 인터넷 방송의 말대로 '쫄게 만드는' 무서운 '망태 할아범' 인 것이다. 이상에서 보았듯이 물가안정과 잦은 금융위기, 고용 불안 등이 공존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모두 자유 시장 정책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1부를 마무리하고 잠시 쉬었다가자. 마지막으로 장하준의 몇가지 조언을 소개한다.

 

★ 금융 부분과 실물 부문의 속도 차이가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실물 경제와 완전히 함께 움직이는 금융 시스템은 무용지물이다. 금융의 존재 가치는 실물 경제보다 빨리 움직이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문제는 금융이 지나치게 빨리 움직여 실물 경제에서 탈선했다는 데에 있다.

★ 주주들이 기업의 법적 소유주이기는 하지만, 불행하게도 여러 이해 당사자 중에서 기업의 장기적 생존에 제일 관심이 없는 집단이다.

특히 소액 주주들이 장기 투자를 줄여 이윤을 극대화하고 그 이윤에서 주주에 대한 배당을 극대화하는 단기 수익 극대화 기업 전략을 선호하는 것도 바로 그래서이다.

기업은 소유주 이익을 위해 경영되면 안 된다. 이렇게 되면 재투자에 필요한 유보 이윤이 줄어들게 되므로 해당 기업의 장기 전망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주주들을 위한 기업 경영이 결국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이유는 개인들에게 기업가 정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생산을 할 수 있는 기술과 현대식 기업 같은 발달된 사회 조직이 없어서이다. 20세기에는 특히 기업가 정신을 구현하려면 공동체 차원의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집단적 조직력의 부족이 개인의 기업가 정신의 부족 현상보다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더 큰 장애 요인이다. 한 나라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노력이나 재능보다 공동체 차원에서 효율적인 조직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영웅적인 기업가들이 등장하는 신화를 거부하고 집단 차원의 공동체적 기업가 정신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조직과 제도를 마련하도록 돕지 않으면 가난한 나라들이 빈곤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란 불가능하다.

★ 부자 나라의 어떤 개인이 비슷한 일을 하는 가난한 나라의 개인보다 실질적으로 생산성이 월등히 높은 분야에서조차, 그 격차는 개인의 능력 차라기보다는 시스템의 차이에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더 나은 기술, 더 나은 조직, 더 나은 제도와 물리적 인프라를 가진 경제 환경에서 살기에 그런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수세대에 걸쳐서 축적된 집단적인 노력의 산물이다.

★ 변화를 인식할 때 우리는 가장 최근의 것을 가장 혁신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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