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송장으로 만드는 심리적 변곡점, 송장비율
자신만의 투자관으로 소음을 걸러내야 - 단칼에 끝내는 투심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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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간에 영향을 주고 받으므로 단독자는 존재할 수 없다
2021년 금융투자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5천만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조사에 의하면 중복된 계좌를 제외하고 1000만 명이 넘게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올해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2천대 1을 가뿐히 넘었고 SK바이오사이언스에는 역대 최고액인 64조원이 몰렸다. 이제 투자는 일상에서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관심사를 주변에 자연스럽게 얘기한다.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므로 단독자로서 존재할 수는 없다. 언론 보도를 통해서 방사되는 정보는 개인이 차단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바꿔 말해 여러가지 준거집단에 속하여 무리짓게 되므로 독자적인 판단이 어렵고 심리적인 편향을 키울 수 밖에 없다.

 

행동경제학자는 156명의 고소득 투자자를 대상으로 특정 증권에 관심을 갖게 된 경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다른 사람이 해당 주식을 언급해서 관심을 갖게 된 경우가 절반을 넘었으며 평균적으로 20여 명의 지인에게 해당 종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사회작용을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다.

유럽 투자업계의 거인 코스톨라니는, 자신에게 부정적인 뉴스를 갖고 오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막았다. 왜냐하면 강세론자로서의 신념을 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음악과 저술활동으로 어려운 시기를 버텨냈다.

버핏은 월스트리트에서 멀리 떨어진 오마하에 자신의 본거지를 세웠다. 투자 판단에 영향을 끼치는 불필요한 소음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려 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뉴스가 폭사되는 세상에서 부정적인 소식을 걸러내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서 가능한 한 필터링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잡음과 정보를 구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행태재무론자들은 세계 7개국의 증권시장을 조사하여 날씨에 따른 투자의 상관관계를 규명했다. 해가 짧아지는 가을 부터 밤이 가장 긴 12월 까지의 수익률이, 다른 기간의 이익률보다 상당히 낮음을 발견해냈다. 우리는 일기에도 많은 영향을 받으며 기분에 따라서 특정 투자 대상을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햇볕이 부족하면 우울증에 빠지고 자살 충동이 늘어난다. 사소한 신체적 컨디션도 우리의 생각에 영향을 끼치므로 냉정함을 유지하며 객관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25%의 손실은 심리적 변곡점
불확실하고 가변적인 상황에서 본인의 투자관 마저 없으니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 불필요한 트레이딩을 반복하며 시간과 돈을 낭비한다. 초심자들의 계좌를 분석해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위 그림에서 0선 위로 살짝 올라온 막대 그래프는 벌어들인 수익을 나타내며 아래로 길게 내려간 막대기는 손실액을 보여준다. 전자는 빈번한 트레이딩으로 작은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을 뜻하며 놀랍게도 수익률이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 후자는 상대적으로 가끔 발생하지만 손해률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조그마한 이득을 수시로 벌어들이지만 한 번 돈을 잃을 때마다 총자산이 심각하게 깎여나가고 있다.

대략 -25%의 손실률은 심리적 변곡점이다. 여기서 더 떨어지면 회복이 무척 어려울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자포자기한다. 비자발적인 장기투자자가 되어 하릴없이 원금이 회복되기만을 기다리며 심하면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다.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므로 필자는 이를 송장비율이라고 칭한다. 글쓴이는 본 연재에 앞서, 인덱스 투자 9화에서 허영만 화백이 총자산에서 1/4 손실을 본 상태에서 투자 실험이 중단되었다고 적었다. 심리가 무너져 절망으로 빠지기 직전에 취한 투자업계 전문가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치명상을 입지만 않으면 다른 방법으로 성공할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주식만이 유일무이한 투자 수단이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실수를 하지만 다시 털고 일어나 남은 인생을 계획한다. 투자로 성공하는 길에 특별한 비법은 없다. 투자금을 모으고 관련 지식을 습득하며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만의 투자관을 만들어야 한다.

이상으로 행동경제학의 여러가지 성과를 살펴봤다. 투자뿐 아니라 삶에 있어서 심리는 매우 중대하므로, 관련 책을 찾아서 읽어보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그 시작은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이다. 대니얼 카너만이 지었고 이창신의 번역이다. 출판사는 김영사.

그 다음으로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가 지은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The Undoing Project)"가 있다. 행동경제학의 태동과 발전에 관한 전후사정을 알 수 있어서 무척이나 흥미로운 책이다. 루이스는 브래드 피트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 "머니볼(Moneyball)"의 저자이기도 하다.

 

참고 논문과 서적.
# Robert Shiller and John Pound "Survey Evidence of Diffusion of Interest and Information Among Investors" 1989.
# Antonio Damasio, Descartes' Error: Emotion, Reason, and the Human Brain" 1994.
# Mark J. Kamstra, Lisa A. Kramer and Maurice D. Levi, "Winter Blues: A Sad Stock Market Cycle"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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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칼에 끝내는 투심 읽기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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