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권 : 교육은 잠자는 폭탄이 깨도록 뇌관을 작동시키는 도화선이다.
마지막 권에서는 하늘소 굼벵이를 맛있게 구워 먹는 스토리, 쉬파리가 65cm의 공중에서 구더기를 살포하는 광경, 독버섯을 안전하게 요리하는 방법등등이 나온다. 또한, 이제 노년에 들어 죽음을 예감한 파브르는 자신의 인생역정을 살짝 드러낸다.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게 되는 경위와 황제를 배알하는 장면, 천연염료를 개발했으나 인공염료가 발명되어 물거품이 되는 회상등으로 꾸며진다. 자. 지금까지는 곤충의 이야기만 해 왔으니 그의 이야기를 조금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독학으로 화학과목을 깨우치려는 파브르의 시선을 따라가보자.
사범학교 시절, 과학 전임 교수가 학생들에게 '산소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겠다고 하였다. 가슴이 두근거려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는 파브르의 모습이 상상된다.

실험 당일, 선생님은 유리로 된 증류기와 이산화망간, 황산등을 준비했다. 처음 보는 실험도구는 당연히 학생들의 이목을 끌었다. 서로를 밀치면서 왁자지껄한 녀석들의 작은 소란이 벌어졌다. 파브르는 이를 피해서 뒷전으로 물러난다.

그는 실험실의 여러 기구들을 살펴보면서 결과를 기다렸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펑! 소리가 나면서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증류기가 터지면서 그 안에 있던 황산이 사방으로 튀었다. 실험실에 있던 모두가 공포에 떨며 고함을 질러댔으며 울부짖음이 뒤따랐다.

운이 나쁜 친구는 눈동자에 황산이 튀어서 실명의 위험에 빠졌다. 급히 수돗가로 데려가서 눈을 씻겼다. 응급조치 덕분에 다행이도 시력을 잃지는 않았다. 그때 파브르는 폭발 현장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고 현장으로 다시 돌아갔다. 교수의 옷은 황산에 의해 타들어 가면서 고약한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황급히 옷을 벗어던졌다. 모두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지만 불행중 다행으로 죽은 사람은 없었다. 이 수업이 파브르의 일생에서 단 한번 있었던 배움의 기회였다.

이 폭발사고는 그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환점 역할을 했다. 파브르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운 것을 그럭저럭 이해시키는 게 아니라, 학생들 머릿속에 잠재하는 능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교육은 잠자는 폭탄이 깨도록 뇌관을 작동시키는 도화선이다. 내 머릿속에서 이 뇌관이 폭발했다.

오늘은 운이 나빠 얻지 못한 산소를 언젠가는 얻을 것이다. 또 언젠가는 선생 없이 나 혼자 화학을 배울 것이다. 그렇다. 나는 꼭 배우고 말겠다. 어떻게 배울까? 어쟀든 가르치겠다.

제 길을 다시 찾겠다면 낙심하지 말고, 혜택 받지 못한 사람이 지닌 단 하나의 나침반인 백절불굴의 정신에 의지해야만 한다. 그것이 내 운명이다. 나는 남을 가르치면서, 매일 밤마다 내 가래로 메마른 땅을 힘들게 일궈, 익힌 열매를 그들에게 나누어 주며 공부했다."

- 현암사의 파브르 곤충기 10권 349쪽에서 인용 -

파브르의 신념, 교육에 대한 자세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백년 전의 인물이 필자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독자 여러분도 공감하실 것이다. 오늘날의 교육현장을 보시라. 학생이나 교사나 서로에게 모멸감을 주는 말을 일삼으며, 강자가 약자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고 있으니.....

폭파사건이 있은지 몇 달 뒤에 파브르는 초등중학교(Primaire au colle'ge) 교사로 임명받아 카르팡트라(Carpentras)로 부임한다. 그는 이곳에서 교육의 열정을 불태운다. 농공업에 종사하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는 화학적 지식이 쓸모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화학을 모른다. 자신이 스스로 깨우쳐가며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선생이 시원찮으면 충실한 수업이 될 수 없다. 그리하여 교장을 설득하여 작은 실험실을 배정받는다. 학교 재정에 보탬이 된다는 말이 효과를 발휘했다.

자. 여기는 실험실 안이다. 이제부터 진짜 산소를 만든다. O₂원자번호 8번이며 원소주기율표 제16족에 속하는 기체. 참고서를 수십번 탐독하며 머리속에서 얼마나 많은 모의 실험을 했었던가? 때가 이르렀다. 수업종이 울리고 개구장이 녀석들이 시끌벅적 들어온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안전이다. 그 누구도 실험대 가까이에 올 수 없게 조치를 취했다. 황산의 위험을 과장되게 말하여 앉은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다. 겁을 먹은 녀석들이 두 눈을 크게 뜨고 입술조차 달싹이지 않는다.

증류기를 통해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온다. 이것이 과연 산소일까? 유기체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산소가 맞나?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심장이 벌렁댄다. 확인하는 방법은 오직 한가지. 불똥이 남은 양초를 철사에 매달아 가스가 모인 유리병 속에 넣었다.

완벽한 성공이다!! 꺼져가던 양초의 심이 환하게 불붙었다. 투탁툭툭 소리를 내면서 하얗게 타들어간다.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파브르 자신도 말문을 열지 못했다. 일종의 자부심이 혈관을 타고 흐르면서 선경에 다다른 기분이다.

그렇지만, 이런 내면의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가르치는 자가 초보자임을 눈치채면 이 악동들에게 왕따를 당할 것이다. 심호흡을 하고 담대하게 실험을 계속한다. 이번에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해서 무쇠를 태우게 될 것이다.

낡은 시계의 스프링에 불쏘시개를 매달아 산소탱크에 넣었다. 마술처럼 강철이 달아 오른다. 타닥타닥 화염이 튕기며 연기를 내뿜는다. 붉은 쇳물이 방울방울 녹아내려 유리병의 바닥을 뚫는다. 바로 이 순간, 모두가 함성을 지르며 소리 높여 괴성을 질러댄다.

교실 가득히 감탄사가 퍼진다. 박수 소리가 천둥처럼 쏟아진다. 책상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일제히 발을 구른다. 배우는 자나 가르치는 사람이나 모두가 기뻐한다. 자, 어떠냐? 이 말썽장이들아! 내 연금술이 너희들에게 도화선이 되었기 바란다.

이 실험을 통해 파브르는 자신이 부쩍 커진것처럼 느꼈다고 한다.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이후 더욱더 실험에 매진하게 되었으며 학생 수도 늘었으니 교장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음은 물론이다.

이제 파브르에게 남은 것은 꺽이지 않는 도전의식과 시간 뿐이다. 단카르Daank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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