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권 : 전갈독의 모든것 - 랑그독전갈
(S. Languedocien : Scorpio ⇒ Buthus occitanus)
9권의 전반부는 거미에 대한 집대성이고 후반은 전갈의 기기묘묘한 습성에 대해서 알려준다. 조명을 받게 되는 곤충은 랑그독전갈이다. 지중해 연안에 분포하지만 인가에는 잘 내려오지 않고 황량한 벌판에서 단독생활을 하는 녀석이다.

▼ 이 곤충의 생김새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별자리에도 나타나고 유명한 하드락 그룹 스콜피온도 있으니 말이다. 단칼도 전갈 새끼를 한 마리 키우고 있다.

▲ 합성수지에 담겨진 녀석이니 위험은 없다. 외국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곤충을 장신구로 이용하기도 한다.

놈은 외관부터 아주 독특하다. 옆걸음 하는 게처럼 두손에 집게를 가지고 있으며 그 사이에 주둥이가 있다. 이 가위는 전투와 사냥의 도구로만 쓰인다. 주로 피식자의 움직임을 봉쇄하는데 이용하며 결정적인 살상무기는 꼬리에 달린 독바늘이다.

생존에 필요한 양손은 중요한 신체기관이므로 함부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모습도 특이하지만 복부 근육은 더욱 희한하다. 배에는 빗살판(Peignes, 즐판櫛板)이라고 하는 전갈만의 고유한 기관이 있다. 평상시에는 얌전히 접혀져 있지만 이동을 할 때는 八자 처럼 벌어져서 몸의 균형을 잡는다.

또 하나의 숨겨진 용도는 번식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데 이 부분은 나중에 살펴보겠다. 녀석은 치명적인 독을 가졌지만 타고난 겁장이다. 양배추흰나비(Pieris brassicae)의 날갯짓에도 기가 꺽여서 금세 도망을 친다.

또한, 9개월 동안 단식을 해도 죽지 않는 질긴 생명력을 가졌다. 그래서인지 평소에는 소식을 한다. 그렇지만 4~5월의 짝짓기 때가 오면 교미하는 수컷을 서슴없이 잡아먹는다.

누구나 어렸을 적에 궁금해 했었던 의문점이 하나 있다.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하지만 곤충 세계에서는 결론이 확실하다. 독침을 가진 랑그독전갈과 독니를 품은 나르본느타란튤라(Lycosa narbonnensis)가 사각의 링에 올랐다.

대결은 싱겁게 끝난다. 어미전갈이 두개의 집게로 거미를 붙잡는다. 타란튤라가 반격을 하지만 리치가 짧다. 암컷의 송곳이 단칼에 독거미의 목을 친다. 무려 6마리나 똑같은 방법으로 살해당했으니 이견은 있을 수 없다. 파브르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음과 같다.

"거미가 즉사했다. 그야말로 벼락 맞은 듯이 죽는데, 우리가 발로 밟아도 그보다 빨리 죽이지는 못할 것 같다."

- 현암사의 파브르 곤충기 9권 275쪽에서 인용 -

또 다른 강자인 물기왕지네(Scolopendra morsitans)와의 이종 격투기도 있었다. 이 대전은 무려 4일간에 걸쳐서 피칠갑을 하는 육박전이었다. 끔찍스러운 광경이니 자세한 묘사는 생략한다. 다만, 그녀는 아무런 상처도 없이 완승했음을 밝힌다.

하지만 전갈의 무기는 최후의 수단이다. 대부부의 경우에는 꼬리를 휘두르며 위협하거나 상대를 두들겨 패는데 사용한다. 따라서 희생자의 몸을 자세히 관찰하면 멍이 든 자국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미는 독액을 아주 인색하게 사용하는 셈이다.

전갈의 독은 모든 곤충을 저승으로 보낸다. 금록색딱정벌레의 신체변화를 통해서 주입된 독액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들여다보자. 딱정벌레의 외피는 아주 화려하지만 갑충세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도살자다. 이 학살자가 하는 일이라고는 오직 먹는 것만이 전부다.

독침에 찔린 약탈자의 몸부림은 공포스럽다. 긴다리를 떨며 몸뚱이를 주체하지 못한다. 고꾸라졌다가 다시 일어나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다시 자빠진다. 입에서는 혐오감을 유발하는 먹물과 같은 침을 질질 흘리며 위액을 토해 낸다. 휘황찬란한 딱지날개가 온통 검은 오물로 뒤덮인다.

그러나 이 치명적인 독극물에도 아무렇지 않은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 그건 바로 점박이꽃무지(Cetonia)의 굼벵이다. 독바늘이 애벌레를 찌르지만 상처에서 피가 흐르기만 할뿐 별다른 변화는 없다. 12마리의 유충으로 실험을 했으나 모두 성충으로 무탈하게 자라났다.

이 실험을 통해서 파브르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았다.

"독에 대한 저항력으로 곤충을 분류한다면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즉 체내의 모든 장기를 조절하여 진짜 탈바꿈을 하는 종류와 부차적으로 개량만 하는 종류였다. 전자는 애벌레가 저항력이 있으나 성충은 죽는다. 후자는 애벌레나 성충 모두가 죽는다."

- 현암사의 파브르 곤충기 9권 307쪽에서 인용 -

전갈의 교미는 밤중에 이루어지는데 아주 로맨틱하다. 암수가 얼굴을 마주하고 입술을 스치면서 서로를 희롱한다. 동시에 꼬리를 높이 세워서 하트모양을 만든다. 집게손을 마치 악수하듯이 마주 잡고, 곤두선 꼬리를 감았다 풀었다 하면서 애무한다.

이윽고 수컷이 이끄는 대로 부르스를 추면서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첫날밤을 맞이한다. 수놈은 발라당 누워 뒷걸음 치면서 암컷의 배 밑으로 들어간다. 양자의 빗살판이 포개어지면서 수정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교미 후에는 동족 살해가 뒤따른다.

왜냐하면, 서로의 즐판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도망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생식기의 역할을 했던 것이 이제는 죽음을 가져오는 올무가 되어버린다. 꼼짝없이 덫에 걸린 수컷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제 몸을 바친다.

전갈의 수태 기간은 1년을 약간 넘기며 산란된 알은 어미의 배밑에 붙어있다. 알은 얇은 막으로 덮였으며 내부에는 성충의 형태를 갖춘 새끼가 들어있다. 암놈은 알껍질을 찢어서 30~40마리의 어린 녀석들을 해방킨다. 그리고 남은 피막은 깨끗하게 먹어버린다.

갓난 아이들은 그녀의 집게를 타고 올라와 등판에 오밀조밀하게 자리잡는다. 어부바한 상태에서 꼬맹이들은 배내옷을 벗어던진다. 이 옷감은 버려지지 않고 암컷의 등판과 뒷다리에 실처럼 엉겨 붙는다. 그래서 뛰어놀기 좋은 매트리스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실수로 성충의 등판에서 미끄러졌어도, 이 끈을 부여잡고 점프를 해서 다시 원위치한다. 전갈어미는 이런 상태로 약 45일간 갓난쟁이를 정성껏 돌본다. 때가 되면 아이들은 독립하여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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