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권 : 생체 실험으로 자신을 고문하는 파브르
6권에서는 교사직을 버리고 곤충연구에 전념하게 되는 계기가 짤막하게 언급된다. 또한, 사마귀처럼 제 동족을 잡아먹는 --베짱이(Anonconotus alpinus), 곤봉송장벌레(Nicrophorus), 뿔가위벌(Osmia) 등--일이 곤충세계에서는 낯설지 않은 일임을 알게 된다.

특히나 이솝우화에 나오는 베짱이 수컷의 경우는 한번의 교미에서 제 몸의 절반을 무너뜨려 암컷에게 떼어주는 충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된다. 이 때문일까? 베짱이는 매미를 잡아먹는 육식성 곤충임이 밝혀진다.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에서처럼 식량을 구걸하는 일은 현실세계에 없는 것이다.

모두다 흥미만점인 이야기이지만 단칼은 불광불급의 경지에 이른 파브르의 고문기술을 알려주고 싶다. 그것도 자신의 몸을 희생해가면서 송충이의 독성물질을 인체실험하는 기록이다. 치밀한 논리와 과학적 검증을 바탕으로 가설을 이론화하는 그의 철저함을 따라가 보자.

이 주제를 위해 선택된 녀석은 소나무행렬모충나방(Thaumetopoea pityocampa)이다. 놈은 솔잎을 갉아먹는 벌레인데 기차처럼 줄줄이 늘어져서 이동하기에 '행렬' 이라는 학명이 붙었다. 즉, 앞서가는 녀석의 꽁무니에 주둥이를 대고 빈틈없이 한땀한땀 움직인다.

쉽게 말해 말뚝박기 놀이를 생각하면 된다. 구글에서 학명을 검색해보면 아주아주 웃긴 녀석들의 댄스를 볼 수 있다.

이 나방 애벌레를 확대경을 관찰하던 파브르는 쐐기풀에 쏘였을 때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박힌 녀석의 섬모(纖毛)를 의심했다. 하지만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 다른 여러 종의 유충에도 똑같은 가시털이 있음을 발견한다.

따라서 숨겨진 다른 원인이 있음을 알아차린다. 즉, 센털(강모剛毛)의 표면에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는 어떤 화학물질이 존재함을 추론해 가는 것이다. 방법은 아주 쉽다. 송충이의 허물을 에테르에 24시간 동안 담궈서 원인물질을 추출한다. 그런 다음 애벌레의 껍질을 피부에 발랐으나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그러나, 우려낸 액체를 살에 문질렀을 때는 너무나 고통이 심해서, 다시는 실험할 생각이 안들 정도였다고 한다. 정제된 독성물질을 거름종이에 흡수시켜서 팔 안쪽에다 밴드처럼 붙였다. 10시간 까지는 아무일도 없었으나 그 이후에는 심한 염증이 생겨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 실험을 통해 파브르는, 통증의 원인이 결코 나방 유충의 털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이 독극물은 어디에서 온 것이란 말인가?

독침을 쏘는 벌 같은 경우는 체내의 독샘에서 독액을 만들어낸다. 그리하여 송충이도 같은 작용을 하지 않을까 의심하여 해부를 감행한다. 하지만 그런 조직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피부염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다시말해, 특정한 기관에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벌레의 포괄적인 대사작용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결과임을 유추해 낸다. 이 추측을 확증하기 뒤해 또다시 자신의 팔을 희생시킨다.

먼저, 요소(要素)와 같은 노폐물이 혈액속에 녹아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하에 애벌레의 피를 뽑아냈고, 앞서와 같은 방식으로 팔 안쪽에 붙였다. 깊은 밤, 파브르는 고통속에 몸부림치며 깨어났다. 육체는 격통을 호소하지만 이성은 자신의 논리가 맞았음을 기뻐한다.

송충이의 체액은 실험자이며 동시에 피실험자가 되는 파브르에게 발진, 소양감, 진물, 붓기, 열독, 수포등의 질환을 가져왔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미쳐야 미친다.'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또다시 형극의 길을 간다.

진액 속에 함유된 독성물질이 신진대사의 찌꺼기라면 오줌이나 똥에도 독액성분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 유충의 배설물을 채취했다. 그리고 오물을 용해제에 담갔다. 고문이 재개되었다. 본인은 여기서 파브르의 정신이 황폐화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우리의 불행했던 현대사에서도 악명높은 고문기술자가 활동하지 않았던가?

아뭏든, 3차 실험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그렇지만 강도는 더욱 심해서 3주가 지나서야 살결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고신(拷訊)의 휴유증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한 달이 넘도록 심한 가려움과 후끈거림을 동반했다. 특히나 따뜻한 침대 속에서는 그 증상이 더욱 기승을 부렸다고 한다.

여기가 끝일까? 천만에. 칠전팔기 백절불굴의 의지로 4차 실험이 진행된다. 파브르에게는 고문(拷問), 독자 여러분에게는 고통(苦痛), 이를 타이핑해야 하는 단칼에게는 고형(苦刑)이다. 아무래도 死차 실험이 될 것 같다. That's enough!! please!!

이번 연구의 목표는 똥독이 원인인가? 아니면 쉬야가 근원인가? 그 실체를 밝히는 일이었다. 보다 넓은 시야를 갖고 이 독극물을 다뤄보자. 파브르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어느 종류의 나방이든 번데기에서 나올 때는 요산(尿酸)과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여러 점액성 분비물을 많이 내보낸다. ...... 중략...... 이 점성 물질은 탈바꿈하는 동물의 내부에서 이루어진 심오한 과정의 잔해물임을 나타낸다. 이 잔해물은 소화된 음식이 전혀 관여하지 않은, 즉 배설기관의 생성물이다."

- 현암사의 파브르 곤충기 6권 459쪽에서 인용 -

그리하여, 소나무행렬모충나방대신 우화하는 나비를 선택하여 검증절차에 들어갔다. 지면에 하얀 종이를 깔고 빠삐용(Papillon, 불어로 나비를 뜻함)의 꽁무니에서 떨어지는 붉은색 핏방울을 흡착시켰다. 바꿔 말해, 송충이는 호접(胡蝶)으로 탈피하면서 어릴 때 만들어 두었던 찌꺼기를 배출하는데, 이 묵은 노폐물을 종이에 부착시킨 것이다.

이후의 과정을 재차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결과는 같았다. 거의 모든 애벌레의 똥은 독성을 가진 물질이라고 봐야 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참으로 다양한 곤충의 배설물로 실험을 반복했다.

구릿빛점박이꽃무지(Protaetia cuprea)는 극심한 고통과 함께 피부가 비듬처럼 떨어져 나갔다. 초록색잎벌(Tenthredinidae)도 마찬가지였으며, 풀무치(Locusta migratoria)와 유럽민충이(Ephippigera ephippiger)도 같은 증세를 보였다. 앞선 쐐기풀도 이런 맥락에서 설명이 된다.

이제 최후의 변론만이 남았다. 모든 곤충에게는 독성 물질이 내재한다. 이것은 유기체의 대사과정에서 생성되는 오줌이다. 특히나 허물을 벗으면서 쏟아내는 배설물에는 요산염이 존재한다. 드디어 파브르와 단칼, 그리고 독자들이 걸어온 가시밭 길이 끝났다.

본 화자, 이렇게 고통이 끝난 것으로 마무리하면 모두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것 같다. 그래서 비밀을 한 가지 알려준다. 혹시라도 쐐기풀이나 기타 송충이 때문에 피해를 본다면 이 방법을 써보시라.

리서치 과정에서 파브르는 레오뮈르(Re'aumur, 17세기 프랑스 물리학자)의 도움으로 통증을 없애주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을 찾았다.

그건 바로 식물의 잎을 으깨어 그 즙을 환부에 바르는 것이다. 어떤 식물이건 상관없다. 놀랍게도 병증이 완화되거나 아니면 사라진다. 특효약은 쇠비름(Portulaca oleracea), 토마토와 상추(Lactuc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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