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권 : 똥을 먹으면서 똥을 싸는 위생관리사
진왕소똥구리(Scarabaeus sacer)
자, 이번 장은 똥을 먹는 분식성(糞食性) 곤충들의 집대성이다. 덧붙여 자신의 오줌을 이용해서 땅속을 탈출하는 매미 애벌레. 교미 도중 수컷을 잡아먹는 사마귀등에 대한 내용이다. 이 흥미진진한 관찰기록을 모두 소개할 수는 없고 똥구슬을 빚는 진왕소똥구리의 비밀을 조금만 살펴보자.

식사전이라면 약간의 비위가 상할 수 있으니 양해를 바란다. 소똥구리의 식성이 워낙 변을 좋아하는 관계로 무수히 많은 똥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온다.

우리가 눈사람을 만들때는 눈덩이를 약간 뭉쳐서 계속 굴리면 된다. 그러나 진왕소똥구리에게는 그런 작업이 필요없다. 그냥 똥무더기에서 재료를 떼어내 처덕처덕 붙이면 살구만한 크기의 구슬이 완성된다. 이 덩어리를 4개의 뒷다리로 감싸안고 넓적한 앞다리로 주변의 오물을 뜯어내 붙이는 작업이 계속된다.

그러면 부피가 점점 커지면서 경단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녀석은 똥구슬을 뒤집거나 조금도 움직이지 않으며 제대로 만들어지는지 측량조차 하지 않는다. 톱니가 달린 앞다리가 일종의 삽 역할을 하여 재료를 푹 떠온 다음 손바닥으로 꾹꾹 눌러서 다진다.

이런식으로 상하좌우로 움직이면 나중에 가서는 완벽한 탁구공이 되는 것이다. 공의 표면은 정말로 매끈매끈해서 전혀 울퉁불퉁하지 않다. 사람의 솜씨로도 만들지 못할 만큼 완벽한 똥공이 된다. 녀석은 이런 예술작품을 어디에다 쓸까? 첫째는 자신이 먹으려는 것이며 둘째는 새끼를 키우는 요람이 된다.

한마디로 말해 애벌레도 똥을 먹고 성충도 똥을 섭취한다. 녀석들은 질리지도 않고 한 평생 대변을 삼킨다. 다만, 새끼를 위해서는 양의 부드러운 똥만을 취할 뿐이다. 소똥구리의 식량은 포유류의 배설물. 즉 양 똥, 소 똥, 말 똥, 노새 똥 등인데 최고의 맛을 내는 것은 양 똥이라고 한다.

식탁에 앉은 모양도 아주 가관이다. 일단 똥방울을 굴려서 제가 마음에 드는 곳으로 이동시킨후 땅을 파고 들어간다. 삼복더위의 뙤약볕을 피해서 흙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 천연의 에어콘 밑에서 아주아주 편안하게 똥경단에 걸터 앉아 걸신들린 듯이 먹어치운다.

이 곤충은 먹을 때만 배설 한다.
주둥이로는 똥을 먹으면서 항문으로는 똥을 싼다. 기가 막힌다. 식도로 넘어간 똥이 순식간에 소화기관을 거쳐 똥꼬로 나온다. 변의 모양도 정말로 특이하다. 먹는 행위가 멈춰지지 않는한 대변도 끊기지 않는다. 마치 떡방아간에서 가래떡을 뽑아내듯이 시커먼 색의 오물이 끊임없이 밀려나와 켜켜히 쌓인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식사시간이 12시간이다. 오전 8시에 숟가락을 들기시작해서 밤 8시가 되어야 끝나는데, 만약 똥덩어리가 더 있었으면 언제까지라도 먹을 기세란다. 부적절한 일부 공무원들의 철밥통도 녀석의 창자를 따라올 수는 없다.

자, 그렇다면 이렇게 배출하는 똥그랑똥(땡?)의 총량은 얼마나 될까? 궁금하지 않으신가? 파브르의 기록을 살짝 들춰보자.

"실 공장은 정밀 시계 처럼 규칙적으로 작동했다. 끈이 매분마다 --정확히 말해서 54초마다-- 분출해서 3~4mm 씩 길어진다. 12시간 동안 잰 합계는 2.88m 였다. 식사와 필수적인 실 짜기 공정은 내가 램프를 켜 들고 마지막으로 찾아간 8시 이후에도 얼마간 계속되었으니 실험 곤충은 약 3m의 끊어지지 않은 똥 끈을 길게 자아냈음을 알 수 있다."

- 현암사의 파브르 곤충기 5권 41쪽에서 인용 -

이를 인간의 기준으로 환산해보자. 녀석의 크기를 대략 2cm로 볼때, 3m의 똥길이는 몸체의 약 150배에 해당한다. 인간의 표준키를 175cm으로 측정하면 무려 2백6십미터의 똥이 수북히 쌓이는 것이다. 어떠한 비료공장도 이만큼 생산효율이 높지는 않다.

자. 이번에는 새끼의 식량이 되는 똥방울에 대해서 알아보자.
어미는 똥속에 알을 낳기 때문에 질식하지 않게 과학적인 방법을 쓴다. 일단 땅굴속으로 경단을 굴려간다. 그 다음 운반하는 도중 구슬 표면에 묻은 이물질이나 숨어있는 경쟁자들, 은화식물隱花植物(포자를 이용해 번식하는 식물의 총칭)따위를 제거하기 위해서 똥덩이를 완전히 해체한다.

여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아주 몸집이 작은 소똥풍뎅이(Onthophagus)나 꼬마똥풍뎅이(Aphodius)를 꼼꼼히 걸러내기 위한 것이다. 이 놈들이 똥을 다 파먹으면 애벌레는 굶어죽을 수 밖에 없다. 또한 식사중에 어린 유충이 다칠 수도 있다. 게다가, 포자가 싹을 틔우거나 곰팡이가 피면 새끼는 아사하게 된다.

따라서 이 분해작업은 아주 논리적인 이유가 된다. 이렇게 채를 친 후에는 모래알처럼 흩어진 오물을 모아서 다시 똥구슬을 만든다. 다음으로 탁구공의 윗부분을 분화구처럼 도려내고 그 둘레를 똥벽으로 점점 높여간다. 마치 옹기장이가 항아리를 만드려고 점토를 둥글게 쌓아올리는 모양이다.

▼ 백문이 불여일견. 원본에 그려진 똥식량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어느 정도 진행이 되면 그 속에 알을 낳고 밥공기를 엎어 놓은것처럼 마감한다. 하지만, 이렇게 밀봉하면 공기가 차단되고 말것이다. 호흡할 수 없다면 연약한 생명은 곧 질식사한다. 따라서 마지막 작업을 할때는 볏집과 같은 가느다란 식물의 섬유질을 똥과 함께 비벼넣는다. 바꿔 말해, 산소가 유입될 수 있도록 미세한 틈을 만드는 것이다.

자. 이와 같이 완성된 식량창고에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인풋(Input)은 아웃풋(Output)을 동반한다. 똥을 섭취한 애벌레는 똥을 뽑아내야 하다.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까? 유충은 자신의 등판을 마치 낙타의 혹처럼 부풀려서 신진대사의 찌꺼기를 모아 놓는다.

이 노폐물은 일종의 시멘트라 할 수 있으며 애벌레의 엉덩이는 흙손의 기능을 한다. 녀석은 항문으로 배설물을 밀어내 식량창고의 내부에 초벽처럼 칠한다. 즉, 궁둥이를 씰룩대고 접착제를 뿌리면서 동시에 미장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똥미장을 하는 이유는 뭘까? 첫째는 식량이 건조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두번째는 똥구슬이 부서지지 않도록 구조를 튼튼하게 하려는 목적이다. 만약, 이 두가지 사건이 일어난 뒤 복구되지 않으면 어린 꼬맹이는 죽은 목숨이다. 때문에 먹는 똥과 싸는 똥은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또한, 시멘트를 바르고도 남는 잉여 생산물은 똥경단에 미세한 구멍을 내서 외부로 배출시킨다. 흡사, 치약을 짜내듯이 검녹색 오물이 솟아나와 표면에 엉겨붙는다.

자. 똥얘기는 이제 그만 하련다. 독자 여러분 식사 맛있게 하시길 바랍니다. 갓차Go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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