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 : 압착롤러의 살인마 - 진노래기벌
(Philanthus apivorus → triangulum)
그리스 신화에 보면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라는 흉악한 노상강도가 나온다. 이 단어는 강도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잡아늘이는 자' 혹은 '두드려서 펴는 자' 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악랄한 산도적은 아테네 교외에 살면서 지나가는 나그네를 잔인하게 살해한다. 수법도 끔찍하기 그지없다.

쇠침대에 희생자를 묶고 침대 길이보다 작으면 다리를 잡아 뽑았다. 반대로, 키가 크면 매트리스에 맞춰서 잘라버렸다고 한다. 이 살인마의 악행은 테세우스(Theseus)를 만나면서 종지부를 찍는다. 그는 놈이 저지른 방법 고.대.로 흉악범을 죽여버렸다. 짤랐을까? 아니면 뽑았을까?

곤충의 세계에도 이와 같이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는 녀석이 있으니 그 이름 진노래기벌이다. 이 악질적인 갑충도 프로크루스테스의 예처럼 죽임을 당하게 될까? 자. 파브르의 기록을 살펴보자.

어미벌은 일단 사냥자세부터 독특하다. 단칼이 제대로 이해한 것이라면 놈은 앞다리 4개로 꿀벌을 포옹하듯이 감싼다. 그리고 뒷다리 2개로 땅을 밟아 균형을 맞춘다. 그 다음 몸통을 고정하려고 날개를 지면에 갖다 댄다. 즉, 날개죽지를 의자의 등받이처럼 이용한 것이다.

이렇게 앉은자세로 사로 잡힌 꿀벌을 빙빙 돌려서 치명적인 일격을 가한다. 독침을 찌르는 곳은 항상 정해져 있다. 목덜미에 위치한 극히 미세한 지점으로 1mm² 도 채 안되는 곳이다. 하지만 여기에 독액이 주입된 피식자는 아무런 동요도 없이 즉사한다.

따라서, 포식자의 바늘이 파고 들어간 작은 틈새는 신경세포가 밀집되어 있는 식도하신경절(食道下神經節)임이 분명하다. 인간으로 말하자면 중추신경에 해당하는 곳이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살해후의 행동이다. 녀석은 자신의 큰 덩치를 이용해서 사냥감을 밀가루 반죽 다루듯이 얇게 편다. 즉, 압출롤러에 빨려들어간 것처럼 몸뚱이가 납작해진 시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진노래기벌도 다른 벌들처럼 꽃에서 꿀을 따는 곤충이다. 그러나 암컷은 꿀 뿐만 아니라 네크로필리아(Necrophillia, 시신 애착증)의 충격적인 식습관이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도 식육문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놈에게는 비할바가 아니다.

이 포악한 곤충은 꿀벌을 무자비하게 죽인 다음 자신의 튼튼한 여섯 다리로 그 주검을 짖누른다. 정확히 말하면 배를 꾹꾹 밟아서 역류하는 유동성 물질을 게걸스럽게 핥아먹는다. 압착된 위장은 내용물을 토해낸다. 식도를 타고 주둥이로 방울방울 스며나오는 액체는 달콤한 꿀일까? 아니면 피눈물일까?

이것도 모자라 양봉꿀벌의 늘어난 혀를 마치 빨대처럼 제 입속에다 집어넣고 시체를 분탕질한다. 목과 가슴을 침으로 쑤시고 복부를 밀대로 누벼서 사냥감의 진액을 한방울도 남김없이 모조리 빨아먹는다. 이러한 카니발리즘이 반 시간 넘게 계속된다.

체내의 모든 수분을 빼앗긴 희생자는 결국 쓰레기로 버려진다. 그래도 만족하지 못한 암놈은 주체할 수 없는 갈증을 느끼는 듯이 시신을 다시 찾는다. 그리고는 죽은 자의 바짝 말라버린 배를 또다시 쥐어짠다. 이와같은 허기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것 같다.

파브르가 꿀벌을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사육장에 넣어 줄 때마다 어미는 망설이지 않고 압연 처리한다. 이 패악스런 곤충의 식욕에 한계가 있을까? 그는 없다고 적고 있다. 식량 제공을 그만두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피해자는 없었던 것이다. 관찰자의 노트에는 6마리 까지만 언급된다.

결국 진노래기벌 암컷은 꽃에서 꿀을 빨아먹다가도 틈틈히 기회만 생기면 꿀벌을 잡아먹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의 관찰은 인간의 시각으로 해석한 편협한 소견일 뿐, 어미의 입장에서는 종의 유지와 개체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이 밝혀진다. 다시 실험자의 공책을 따라가보자.

암놈은 부화한 애벌레가 성장함에 따라 계속해서 식량을 보충해준다. 즉, 꿀벌의 사체를 새끼의 먹이로 제공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바싹 마른 육포를 주는 걸까? 녀석의 육아법에는 피치못할 사정이 있는 것일까? 그 원인을 알아내고자 파브르는 양아버지를 자처했다.

그는 입양된 애벌레에게 체액을 없애지 않은 벌을 몸통째 주었다. 꼬맹이가 처음에는 날것 그대로 넙죽넙죽 잘 받아 먹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식사를 거부한다. 배가 고파서 먹이를 찝적대기는 하나 목구멍으로 넘기지는 않는다.

유충은 점차로 쇠약해지다가 마침내 영양실조로 아사했다. 벌꿀은 녀석들의 삶을 앗아가는 독이든 식품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실험에 발탁된 애벌레는 모두 굶어 죽었다. 한 마리도 남김 없이. All of them!!

이와 같이 충격스런 결과를 접한 관찰자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참 동기를 모르던 시절에 나는 녀석의 사나운 진수성찬식 식사법을 목격하고 암살자니, 강도니, 악당이니, 죽은 자의 것을 빼앗는 치한이니 하는 가장 어감 나쁜 형용사를 마구 붙였었다.

무식은 언제나 말씨가 상스러운 법이다. 무지한 사람은 몹시 단정적인 말투를 쓰며 악의적으로 해석한다.

사실을 확인하고 눈을 뜨게 된 지금은 진노래기벌에게 공개적으로 용서를 빌며 경의를 표한다.

자신이 잡은 꿀벌의 위 속에 아무것도 남지 않도록 비운 것으로 어미는 모든 업무 중 가장 칭찬받을 일을 한 것이다. 어미는 독약에서 가족을 보호한 것이다."

- 현암사의 파브르 곤충기 4권 254쪽에서 인용 -

진노래기벌의 내장은 희한하기 그지 없다. 성충이 되어서는 꿀을 먹고 살지만 애벌레 때에는 '벌꿀 = 독극물' 이다. 자. 이쯤에서 4권을 마무리하자. 곤충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수없이 많은 삶의 방식이 있다. 그 감춰진 비밀이 다음권에서 계속된다. 뻬께이르Pec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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