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 방수, 방열 축조물의 대가 담장진흙가위벌(Chalicodoma muraria)
단맛에 대한 추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반구나 북반구나 할 것 없이, 모든 인류가 가지는 공통된 성향이다. 파브르가 활동했던 19세기 프랑스의 아이들은 이런 부분에 조예가 깊었던 것 같다. 그건 바로 지푸라기에서 꿀을 찾아내었기 때문이다.

짚신이나 허수아비 등을 만드는 데 쓰는 지푸라기? 사탕수수도 아닌 것이 설탕을 만들어낸다고? 그 속사정은 이렇다. 시골학교에 교사로 부임한 파브르는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학생 한 명에게 저쪽 멀리 가서 푯대를 세우라고 일렀다.

그런데 이 아이는 도무지 선생의 말은 귓전으로도 듣지 않고 딴 짓만 하는 중이다. 몇 걸음 가지 않아 허리를 굽히고 짱돌을 집는다. 그리고는 돌에 묻은 흙덩이를 부수고 그것도 모자라 손에 쥔 지푸라기 끝을 핥는 것이었다. 요놈만 그런것이 아니고 그 반 전체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다.

성질 급한 생각 없는 선생이라면 버럭 성을 냈을 수도 있겠으나 파브르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꼼꼼히 관찰했다. 그리고 지푸라기에서 꿀맛이 나는 신기한 현상을 밝혀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어머니 뱃속부터 타고난 관찰가요, 탐색가인 이 학생들은 선생도 아직 모르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돌멩이 위에는 검정색 굵은 벌이 둥지를 틀었다. 둥지 속에는 꿀이 있고, 우리 측량사들은 그 둥지를 열어 지푸라기로 꿀을 찍어 먹었던 것이다.

나도 배웠다. 꿀맛은 좀 진하지만 먹을 만했다. 이런 것들이 내 머리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나는 학생들이 가르쳐 준 것, 즉 꿀이 든 장소를 찾아 지푸라기로 비우는 법보다 좀더 자세한 것들을 알고 싶었다."

- 현암사의 파브르 곤충기 1권 324쪽에서 인용 -

파브르가 그의 노년기에 곤충학자로서 첫발을 떼는 순간이다. 그는 이 계기를 맞이하여 많은 고민 끝에 당시의 유명한 곤충학자가 쓴 책을 1권 산다. 그런데 가격이 엄청나다. 자신의 한 달 월급을 모두 써버린 것이다. 아뭏든 그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음과 같은 내면의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열심히 책을 탐독했다. 검정벌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처음으로 곤충의 습성을 자세히 읽었다. 내 눈은 일종의 후광으로 둘러싸였고.... 한 백 번쯤 읽고 나자 내심의 소리가 내 귀에 어렴풋이 속삭였다. "그래 너 역시, 곤충학자가 될 거야." 그런데 너의 그 소박한 꿈은 지금 어찌되었느냐!"

- 현암사의 파브르 곤충기 1권 325쪽에서 인용 -

 


 

파브르는 프랑스에서 곤충학자라기 보다는 시인으로 더 잘 알려져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조금 유명한 곤충학자의 이미지가 전부는 아니다. 문학적 소양도 풍부했으며 식물학자로서의 업적도 매우 뛰어나다. 곤충을 알려면 녀석들의 먹이 식물을 알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가 채집하고 관찰 기록을 남긴 식물만 해도 2천여점이 넘는다고 한다. 아뭏든 파브르에게 일대 전기를 마련해 준 담장진흙가위벌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녀석들은 흔한 돌멩이에다가 집을 짓는데, 그 재료라고는 모래와 자갈뿐이고 여기에 자신의 침을 섞어서 점성이 강한 둥근 찰흙을 만든다.

그런데 이 경단을 빚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흙구슬을 단단하게 만드려고 렌즈콩알만한 모래알을 하나씩 끼워넣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축조공법에 있다. 이렇게 정성을 들인 구슬을 2 ~ 3cm 정도의 높이로 쌓아올리는데, 그 사이사이의 빈틈에 조금 굵은 모래알을 채워서 아귀를 맞춘다는 사실이다.

돌들이 맞물린 기초공사가 마무리 되면, 이 사이에 흙반죽을 밀어 넣어서 더욱 튼튼하게 굳힌다. 이러한 이치를 어떻게 알아냈을까?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다. 하여간 이런식으로 육아방의 모양이 거의 완성되어가면, 약 절반 정도의 부피로 꿀과 꽃가루를 채워넣고 그 위에 알을 낳는다.

그리고는 다시 찰흙으로 --마치 이누이트족의 얼음집처럼-- 뚜껑을 덮듯이 마무리를 한다. 이 과정이 이틀 정도 걸리며, 하나의 방이 완성되면 등을 맞대고 그 옆에 두 번째의 둥지를 짓는다. 이렇게 대여섯개의 집이 완성되면 마지막으로 그 모든 흙경단을 뒤덮는 마지막 공정이 남아있다.

약 1cm의 두께로 전체를 뒤덮는데 마른 후에는 그 표면의 단단함이 거의 돌과 같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방수,방열 처리가 완벽하여 이 애벌레 집에 흠집을 내려면 아주 강한 칼날이 필요하다고 적고 있다. 이 육아방에서 애벌레는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성충이 되어 한 세대를 이어가야 하니 만사불여튼튼이다.

놀라운 건축술의 대가 담장진흙가위벌. 이후 녀석을 대상으로 한 파브르의 다양한 실험이 전개 된다. 방을 만드는 과정에서 둥지를 바꿔치기 한다거나, 귀소본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둥지를 멀찍이 떨어뜨리고 관찰하기 등등등, 이어지는 내용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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