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 기문둔갑하는 가뢰의 과변태(過變態, Hypermetamorphosis)
곤충의 우화는 크게 완전변태와 불변태로 나눠진다. 전자는 [알 --> 애벌레 --> 번데기 --> 성충]의 4단계를 거쳐서 탈바꿈 한다. 후자인 불변태(불완전변태)는 번데기 시기가 없다. 배아가 부화하여 그대로 어른 벌레가 된다. 즉, [알 --> 유충(성충의 축소판) --> 성충].

그런데, 이 두가지 속하지 않는 과변태가 있음을 파브르가 밝혀낸다. 이 기록을 논문으로 제출하여 훗날의 교육부 장관을 대면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장관의 추천으로 황제를 배알하는 영광을 얻게 되며, 프랑스 최고의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Le'gion d'honner)를 받는다. 그것도 2번 씩이나 말이다.

과변태가 무엇인지 파브르의 실험실로 들어가보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대상은 돌담가뢰(Sitaris humeralis ⇒ Muralis)인데, 녀석은 고치에서 탈출하는 즉시 교미를 한다. 어찌나 조급한지 암놈의 대가리만 껍질 밖으로 나온 상태에서 수컷이 달려든다.

수컷은 애틋한 사랑의 속삭임도 없이 암컷의 옷을 거칠게 찢는다. 그마저도 다 벗기는 것이 아니고 몸통이 3/4나 덮여있는 상태에서 수정이 이루어진다. 이후 숫놈은 2~3일 만에 죽어버리고 암컷도 산란이 끝나면 이승을 떠난다. 결국 암수가 성충으로 활동하는 시기는 단지 3일 뿐이다. 허무한 일생이라고나 할까?

벌레의 삶을 인간의 시각으로 재단할 수는 없으니 그냥 넘어가자. 어미 가뢰는 담벼락줄벌(A. parietina ⇒ plagiata)의 방문 앞에 알을 뿌린다. 자그마치 36시간에 걸쳐서 수정란을 산처럼 쏟아낸다. 배아는 흰색의 타원형으로 크기가 겨우 1mm의 1/3에 불과하다. 알무더기의 숫자는 대략 2,000개 정도다.

이와 같은 엄청난 인해전술의 이유는 무엇일까? 새끼를 보호하는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기 때문이다. 즉, 약탈자에게 몰살 당하는 경우나 추운 겨울에 동사하는 위험등을 감안해서 많은 수의 개체가 필요했던 것이다. 부화는 한 달이 지난 9월 말이나 10월 초에 시작된다.

파브르는 애벌레가 깨어나자마자 줄벌(Anthophora)의 둥지로 침입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녀석들은 요지부동이다. 자신들이 빠져나온 껍데기 주변에 몰려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혹시라도 죽었을까봐 몇 마리를 끄집어 냈더니 다시 무리속으로 황망히 파고 들어간다.

이러한 군집상태로 겨울을 난다. 여기서 한가지 특이한 애벌레의 모습을 밝혀야겠다. 인간의 항문에 해당하는 녀석의 항절에는 투명하고 끈적끈적한 액체가 분비된다. 이 점액성 물질로 인해서 유리판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고 이동 할 수 있으면 거꾸로 매달려도 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꽁무니에는 초승달 모양으로 뻗친 가시돌기가 있어서 항절과 더불어서 삼각대와 같은 구실을 한다. 즉, 걸을 때는 가시를 지면에 고정시키고 몸을 쭉 빼서 길게 늘인다. 그 다음 강력한 발톱을 바닥면에 꽂아넣고, 배의 근육을 수축시켜서 둔부가 뒤따라오게 한다. 이런식으로 한뼘한뼘 움직인다.

이와 같은 생체구조는 가뢰가 생존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도구이다. 이제 그 비밀의 2막을 넘겨보자. 4월 말이 되자 꼼짝않던 애벌레가 분주히 돌아다닌다. 분명히 무엇인가를 찾는 행동이다. 지난해 9월 부터 지금까지 7개월 동안을 금식하고 있었으니 먹이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줄벌의 유충을 주었으나 거부한다. 이번에는 벌의 둥지를 깨뜨려서 그 안에 담겨져 있는 꿀 옆에 놓았다. 놈이 기겁을 하면서 도망친다. 친절을 베풀어서 꿀 위에 놓았더니 익사하고 말았다.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 녀석의 식욕을 자극하려 하였으나 헛수고였다.

3년에 걸친 실험이 모두 실패했다. 파브르는 크게 낙심한다. 포기하려다가 당시 곤충학계의 거장인 뒤푸르(Dufour)에게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의 기별이 왔다. 애꽃벌(Andrena) 몸에 붙어 있는 미세동물을 발견했는데 이것이 나중에 뉴포트(Newport)에 의해서 남가뢰(Meloe)의 애벌레임이 밝혀졌다고 한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서광이 비춘다. 그는 돌담가뢰가 있는 곳에서 남가뢰도 몇 마리 발견했기 때문이다. 뿔가위벌(Osmia)을 가뢰 유충이 있는 시험관에 넣었다. 15분 뒤에 확대경으로 조사를 해보니 5마리의 새끼가뢰가 벌의 털 속에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유레카(Eureka)!!

파브르는 떨리는 가슴으로 줄벌의 야외 서식지로 달려갔다. 곡괭이로 흙을 파헤친다. 추위로 혼수상태에 빠진 수벌을 캐내서 돋보기로 샅샅이 조사한다. 가뢰 애벌레가 매달려 있다. 녀석들은 항절에 생긴 끈끈한 점액과 초승달 가시돌기로 벌의 털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또한, 가뢰 어미가 배아를 둥지 입구에 산란한 것도 완벽하게 설명이 된다. 수컷 담벼락줄벌이 굴속을 떠날 때 입구에 모여 있던 놈들이 무임승차 하는 것이다. 이렇게 벌 위에 탄 꼬맹이들은 적당한 시기가 올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린다.

이윽고 줄벌들의 번식기가 왔다. 암수가 교미를 한다. 가뢰유충은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암컷줄벌의 둔부로 이동한다. 정확히 말하면 산란관이 있는 꽁무니에 위치한다. 꼬마가뢰는 이 때를 위해서 무려 7개월 동안 금식을 하였던 것이다.

수정란을 가진 암놈은 흙속을 파내고 애벌레가 살 요람을 만든다. 그 다음, 방안에 먹이가 될 꿀을 가득 채우고 그 위에 산란한다. 따라서 알은 벌꿀 위에 둥둥 떠있는 상태다. 바로 이때, 즉 배아가 어미 줄벌의 산란관에서 빠져나오는 그 찰나의 순간에, 가뢰새끼가 잠입한다.

줄벌의 알은 길이가 5mm이다. 때문에 1mm도 안 되는 가뢰에게는 충분한 공간이 확보된다. 여기까지 진행되면 새끼가뢰는 기생충의 본색을 드러낸다. 숙주의 알을 이빨로 찢어서 흘러나오는 진액을 게걸스럽게 빨아먹는다. 결국 벌의 배아는 구명정이면서 동시에 먹잇감이다.

파브르가 꿀로 가뢰 애벌레를 키우려다 익사시킨 실패담도 이제야 아귀가 맞는다.

약 일주일이 지나면 줄벌의 알은 양분을 모두 침탈당해서 바싹 말라버린다. 피부 껍질은 넝마가 되어서 꿀 위에 떠다닌다. 기생가뢰는 몸집이 두 배 정도로 성장했고 최초로 허물을 벗으면서 신분을 세탁한다. 이러한 변신후에는 꿀 속에 텀벙 빠져서 헤엄을 친다.

뭐라고? 꿀 속에 빠지면 익사하는 벌레가 꿀 속에서 수영을 한다고? 놀라지 마시라. 아래의 그림을 보면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첫번째 허물을 벗은 벌레는 등짝에 2줄로 배열된 9쌍의 숨구멍이 있다. 즉, 호흡이 가능하기 때문에 빠져죽지는 않는다.

게다가 사진에서 보듯이 두번째 애벌레는 똥배가 무게 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몸의 평형이 유지된다. 따라서, 몸통이 뒤집힐 염려가 없으니 질식의 위험도 적다. 이렇게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고 달콤한 꿀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먹어치운다. 걸신들린 아귀와 같다.

자. 여기가 끝이 아니다. 7월 상순에 세 번째 변신과정이 진행된다. 다자란 기생충은 몸에서 얇은 막이 허물처럼 벗겨진다. 따라서 두번째 애벌레의 껍질까지 포함하면 두 겹의 외피로 감싸인 상태가 된다. 이 안에서 피부가 갈색으로 각질화하면서 번데기 비슷한 모양이 된다.

파브르는 이 기묘한 모양을 가짜번데기(Pseudopupa, 의용)라고 명명한다. 그런데 이 두겹의 피막을 해부하면 2령 유충이 나온다. 다시 말해, 의용상태에서 다시 두번째의 애벌레로 퇴보한 것이다. 다음 해 6, 7월이 되면 진짜 번데기로 변하고 드디어 성충이 된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세대가 시작된다.

자, 간단히 정리해보자. 가뢰는 애벌레 때 탈바꿈을 여러차례 하면서 환경에 적응해 나간다.
이러한 변응(變應, 변화에 적응)의 과정을 과변태라 한다. 이 기록은 파브르가 25년 동안의 숱한 실패와 좌절을 딛고 밝혀낸 생물학적 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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