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섹토피디아 Insectopedia 2부

휴 래플스Hugh Raffles 저 / 우진하 역 / 21세기북스

 

단칼은 어려운 고비를 맞이할 때마다 항상 생각하는 문구가 있다.
그건 바로 "난 아우슈비츠에서도 살아나왔어!" 라는 말이다. 오래전에 읽은 투자 관련 서적에서, 유난히도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구절이다. 우리 몸에 기생하는 '이Louse' 는 발진티푸스를 옮기는 매개 곤충이다.

곤충의 시각에서 살피게 되면 나찌가 어떻게 해서 수많은 유태인들을 학살했는지 그 일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 독일인에게 유대인과 질병의 결합은 그 역사가 오래 되었다. 중세의 흑사병은 '유다인 질병judenfieber' 이라고도 불렀었다. 근대의 흑사병은 발진티푸스인데, 이는 동쪽 국경을 넘어 유태인과 집시, 슬라브인들을 통해서 외부로부터 들어왔다.

1914년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은 난민들과 군대, 붙잡힌 적군 포로들 사이에서 전염병이 창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세르비아에서만 6개월 사이에 1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숨졌다. 때문에 위생은 심각한 정치적 문제가 되었고 질병 관리는 그에 비례해 더 엄격해졌다. '동쪽 인간들' 은 질병의 희생자가 아닌 전염병의 매개체로 인식되었다.

발진티푸스의 발병 원인이 이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위생학이 맹목적인 맹위를 떨쳤다.

 

역사가 '폴 바인들링Paul Weindling' 은 이러한 현상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완전한 벌거벗기가 이루어지고 머리카락과 주름에 대한 특별 검사가 있었다. 이가 숨어 있을 수 있는 음모나 엉덩이 사이도 검사가 필요했다. 만일 누구라도 온몸의 털을 다 깍아내는 일에 저항한다면 석유나 유칼립투스 기름이 해당 부위에 끼얹어졌다......."

이와 같은 만행은 독일의 점령 지역에서 한치의 예외도 없이 행해졌으며 1918년 패전후 독일의 상황은 급변한다. 나찌가 실권을 잡으면서부터는 위생 문제에 더해서 질병 박멸을 위한 모든 정치적인 선동과 세뇌가 뒤따른다. 이들의 광기는 극에 달해 SS친위대장 히믈러는 아우슈비츠를 만들고 200만 명이 넘는 유태인을 독가스(치클론B)로 학살한다.

 

이에 대해 하인리히 히믈러는 아래와 같은 말을 했다.

"우리에게 반유대주의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청결의 문제다. 이제 이는 고작해야 2만 마리만 남았다. 독일 전체에서 곧 모두 사라질 것이다.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 이는 기생곤충이다. 병을 옮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해를 입힌다. 세상에 이가 살아 있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마찬가지로 이와 같은 유다인은 모두 박멸의 대상이다."

참으로 극악무도한 발언이며 인간에 대해 환멸을 느끼게 하는 언동이다. 원래 인류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딱 2가지로만 반응한다. 하나는 경외심에 따른 숭배이고 다른 하나는 공포감에 물든 배척이다. 특히나 그 결과가 부정적일 때는 배제를 넘어 말살로 이어진다. 이는 털없는 원숭이의 역사에서 수없이 목격되는 어두운 본성이다.

 

 

너무 우울한 이야기였는데 화제를 바꿔보자. 상하이 사투리로 귀뚜라미를 잡는다는 뜻의 '카이~지' 라는 말은 '행운을 잡는다' 는 뜻이다. 단칼은 이 책에서 카이 지를 얻었다. 그건 바로 세계 여러나라에서 발간된 곤충학 관련 고전 정보를 얻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요리스 호프나겔Joris Hoefnagel_플랑드르 출신의 세밀화가' 이 쓴 박물학 관련 저술의 걸작 [4가지 원소 The Four Elements] 이다. 1582년에 발간 된 이 책은 전세계 동물에 대한 개요서로서, 아름다운 곤충의 모습이 '과슈gouache_불투명 수채화' 기법으로 78장의 양피지위에 그림이 새겨져 있다.

현재 워싱턴 국립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폴 게티 미술관' 에는 달필가였던 '게오르그 보치커이Georg Bocskay' 가 1562년에 제작한 [서예 작품 모음집 Mira calligraphiae monumenta]이 있다. 호프나겔은 약 30년이 흐른 뒤에 루돌프 2세의 요청에 따라 이 책을 그림으로 장식한다.

한편 '야콥 호프나겔Jacob Hoefnagel' 은 부친의 그림 양식을 따라서 [아버지 호프나겔의 원형과 그 작품Archetypa studiaque patris Georgii Hoefnagelii] 이라는 곤충 판화 모음집을 펼쳐낸다. 1700년대에는 곤충화가로 이름난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Maria Sibylla Merican' 도 있다.

그녀는 직접 곤충을 채집하고 그 애벌레가 성충이 될 때까지 기르면서 이 전 과정을 화폭에 담았다. 이 작품이 바로 1707년에 암스테르담에서 발간된 [수리남 곤충의 변태 과정Metamorphosis insectorum Surinamensium] 이다.
아뭏든 인섹토피디아는 거의 700쪽에 달하는 풍성한 이야기꺼리를 담고 있는 재미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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