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1편 - 정준호 지음 / 후마니타스
 

아류작일까? 처음에는 앞선 단칼의 서평 '기생충 제국Parasite Rex / 칼 짐머Carl Zimmer 지음 / 이석인 옮김 / 궁리' 의 모방작이 아닐까 했었다. 읽어본 결과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다. 패러사이트 렉스가 심도 깊게 파고 들어갔다면 이 책은 보다 광범위하게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지구라는 항성은 그야말로 온갖 기생충으로 가득차 있는 세계다. 가이아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적어도 한 종류 이상의 기생물을 갖고 있으니, 이 놈들이야 말로 진정으로 보편적인 생물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렇다면 전 우주적인 관점에서는 지구라는 별 그 자체가 바로 기생충, 아니 기생별 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ㅎㅎㅎ

 

기생충이 숙주를 조절한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게 아니다. 그 동안의 주목할만한 연구 결과를 몇가지 살펴보자. 공작의 화려한 깃컬과 벼슬은 자신들이 우월하다것을 뽐내는 지표다. 즉, 이렇게 에너지가 많이 드는 장식을 가지고도 건강하게 살고 있으니, 암컷들이여 나를 선택하라' 는 외침이 것이다.(Hamilton 1980).

암놈 쥐는 기생충에 감염된 수컷을 피한다. 왜냐하면 숫놈이 풍기는 페로몬 변화를 감지했기 때문이다.(Kavaliers 1997). 인간이 가진 '조직 적합 유전자 복합체' 라는 DNA는 면역반응을 관장하는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이 유전자는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우리 몸의 체취를 만드는-- 피부의 미생물군도 조금씩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쉽게 말해 면역 유전자에 따라 풍기는 냄새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이때, 사람들은 자신과 가장 다른 체취를 가진 이성에게 호감을 느낀다. 다시 말해, 유전적 다양성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상대에게 끌린다는 것이다.(Thorrthill et al. 1993).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괜히 주는 것 없이 미운 놈, 왠지 모르게 불편한 인간, 첫 인상이 아주 고약해서 달갑지 않은 사람이 누구에게나 있다. 어쩌면 이렇게 막연하게 느껴지는 감정이 기생충에 의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단세포 생물의 하나인 '톡소포자충oxoplasma gondii' 에 감염되면 가벼운 감기로 착각하고 지나갈 정도로 경미한 증상을 일으킨다. 그런데 만약 기주의 면역력이 약화되면 정신분열증 발병 확률을 높인다는 주장이 있다. 이에 따라 정신이상 치료제가 이 기생물 퇴치에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그 상관관계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남자나 여자나 성적으로 더 문란하다는 가설을 내 놓은 바 있다(Sukthana 2006). 톡소포자충은 주로 오염된 소고기를 익히지 않고 먹을 때 인체에 침입하며, 프랑스에서는 무려 80%를 넘는 사람이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그렇지만, 이 기생충에 전염된 쥐새끼는 전혀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Public Library of Science). 또한 체코에서 3,980명의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매우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준다. RhD- 혈액형을 가진 사람의 교통사고 발생률을 무려 6배나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Flegr 2009).

으흠! 그렇군! 국민들의 분노를 무서워하지 않는 극악무도한 독재자들은 어쩌면 기생충의 조종을 받는 것이 아닌지, 그들의 뇌 속을 파헤쳐볼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

 

우리는 동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혹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며 즐거움을 느낀다. 그런데 이런 표면을 한 꺼풀 걷어내고 들여다보면 여기에는 이기적인 행동이 수반된다. 가령, 물소와 할미새는 서로가 이득을 얻는 상리 공생을 대표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할미새가 일방적으로 이득을 얻는 기생관계에 가깝다.

놈은 기생충 때문에 생긴 상처를 헤집어 피를 마시기 때문이다(ⓒMasi Mara). 물귀신 작전을 통해 기생충을 일부터 퍼뜨리는 동물도 있다. 바로 인도 코끼리다. 녀석들은 경쟁자를 약화시키기 위해서 소금 바위나 물가에만 오면 배설 빈도가 확연히 높아진다. 자기 자신이 먹을 에너지원을 오염시키는 천하의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방금 똥을 통해 나온 기생충 알을 먹는다면 오히려 감염되기가 힘들다. 알이 부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코끼리 가족은 넓은 지역을 이동해 다니므로, 한 번 이용한 장소를 다시 방문하기 까지는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피해를 입는 것은 뒤늦게 찾아온 다른 코끼리 무리다.(Watve 1997).

 


 

단칼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똥 얘기가 나오면 한편으로는 기피하면서도 다른 측면에서는 많은 이야기꺼리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자 한번 거나하게 뽑아내 보자. 몇몇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13 종류의 각기 다른 포유류의 배설물 냄새를 맡게 하고는, 그 역겨운 정도를 매겨 보도록 했다. 우웩더독~ 뭐 이런 실험이

결과는 인간과 가장 많은 기생충을 공유하는 --돼지와 같은-- 동물의 똥 내음이 제일 혐오스럽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므로 인류는 인간의 대변 냄새가 가장 불쾌하게 여겨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Watve 1992).

모든 생물은 자신의 배설물을 피한다. 동물들의 경우는 영역 표시를 하는 용도로도 쓰이지만, 기생충과 관련해서 볼 때는 '똥냄새 = 엄청나게 많은 기생충' 이다. 한 가지가 더 있다. 이번엔 곤충 똥에 대해 말할테니 거부감이 훨씬 덜 할 것이다. 바로 '은색팔랑나비 Epargyreus clarus' 애벌레의 배설물 발사 행위다.

녀석들은 기생말벌을 피하기 위해서 항절의 한 부분을 단단한 볏으로 만들었다. 평소에는 이 기관이 항문을 막고 있어서 아무런 냄새도 피우지 않는다. r그런데 똥을 눌 때는 초속 1.3미터의 속도에 자기 몸무게의 40배에 달하는 거리를 날려 보낸다. 인간으로 치자면 오직 순수하게 똥구멍의 힘 만으로 약 70미터를 쏘아 보내는 것이다.(Weiss 2003).

이처럼 똥은 기생충이므로 피해야 할 대상이면서도 그 실체를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똥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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