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섹토피디아 Insectopedia 1부

휴 래플스Hugh Raffles 저 / 우진하 역 / 21세기북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볼 때도 곤충을 다룬 서적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한국에는 뭐가 있을까? 변상벽의 '묘작도'와 신사임당의 '초충도'가 생각난다. 현대에 와서는 이외수 작가의 '장수하늘소' 정도가 기억난다. 흠. 왜 이렇게 적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너무 작다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까닭이 아닐까 한다.

특히나 인문사회계열의 도서에서 벌레를 주제로 삼은 책은 정말 오랜만에 접해서 매우 반가웠다. 번역이 매끄럽지 못해서 곳곳에서 의미전달이 불분명한 부분이 있는데, 내용 자체는 읽을거리가 무지무지하게 풍부하다. 지은이는 동서양의 고전과 현대를 넘나들면서 곤충과 인간이 어떻게 관련을 맺고 살아왔는지를 풀어내고 있다.

 

가까운 나라 중국으로 가보자. 작가는 한 챕터를 할애해서 중국의 귀뚜라미 싸움을 파헤치고 있다. 앞선 '조복성 곤충기' 에서도 언급될 만큼 대단한 인기를 누렸는데, 그 시작은 13세기의 송나라 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황제의 최측근이었던 '가사도賈似道' 라는 인물은 '귀뚜라미 정승' 이라고 기록될 정도로 매니악한 인물이었다.

망해가는 나라가 그렇듯이 이 사람은 귀뚜라미에 푹 빠져서 국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으며, [귀뚜라미 서書]라는 책을 펼쳐낼 정도로 광적이었다. 남송 시대와 명나라 중기까지 --약 30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귀뚜라미 사육과 시합은 전국적으로 유행하던 여흥거리였다.

특히나 그 열풍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청나라 시절에는 도박시장의 규모도 어마어마했다. 지은이에 따르면 이 서적은 단지 귀뚜라미 애호가들을 위한 해설서일 뿐만 아니라, 아마도 최초의 곤충학 책이 아닐까 생각한단다. 귀뚜라미서는 철학과 문학, 의학, 구전설화에다가 19세기 박물학과 관련된 지식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참고로 유럽에서는 중국에 비해 300년 이나 지난 후에야 '울리세 알드로반디Ulisse Aldrovandi' 의 동물[De animalibus_1602] 제 8권 이나 '토마스 모펫Thomas Moffett' 의 [곤충과 가장 작은 생물들Insectorum siveminimorum animalium theatrum_1634] 같은 책이 나왔다.

 


 

단칼은 아무리 하찮은 생물이라도 지능이 있다고 믿는다. 그 예를 귀뚜라미가 보여준다. 놀랍게도 이 쬐끄만 녀석이 사람의 말귀를 알아듣는다. 저자는 상해에서 이 분야의 거두인 팽 선생을 만나게 된다. 그는 학자겸 귀뚜라미 조련사인데 다음과 같은 나름대로의 확고한 가치관을 갖고 있다.

"조련사는 성장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음식을 공급해 귀뚜라미의 힘을 길러줘야 하며 아픈 곳을 알아차리고 신체적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면서 미덕을 개발하고 빛에 대한 본능적 공포감을 극복하도록 해줘야 하며 새롭고 낯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조련사의 근본적인 임무는 귀뚜라미가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귀뚜라미는 자신이 사랑 받는 순간이나 자신이 잘 대접받고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안다. 그리고 그에 충성과 용기, 복종, 완벽한 만족감으로 반응한다."

그리고는 그가 가진 단지 중 하나의 뚜껑을 열어서 마치 군인에게 하듯 귀뚜라미에게 명령을 내린다. "이쪽! 저쪽!" 그리고 정말이지 귀뚜라미는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팽의 말을 따라서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게 아닌가? ㅎㅎㅎ 어떤 속임수가 있었을까? 글쎄다. 내가 직접 보지 않았기에 알 수는 없지만 거짓말은 아니라고 믿는다.

 

 

중국만큼이나 극성스러운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최근의 욘사마 열풍과 오타쿠 문화를 보라. 곤충에 대한 열풍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덩치가 큰 딱정벌레류는 달러화로 3,000불에 거래가 되고, 곤충 시장의 규모는 100억 엔 정도로 추정된다. 과거로 돌아가면 1923 ~ 1949년 사이에만 [파브르 곤충기] 완역판이나 부분 번역판이 47종이나 출판되었다.

그 뿐인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는 12세기 말에 나온 '벌레를 사랑한 소녀' 라는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화다. '데츠카 오사무' 역시 열정적인 곤충 수집가였다. 그는 자신의 첫 번째 회사를 '곤충프로덕션' 이라고 이름 지을 정도였다.

그리고 최근에 3D로 개봉된 'Astro Boy_원제는 우주소년 아톰' 는 월트 디즈니의 작품에서 힌트를 얻었다. 훗날 그는 피노키오의 친구이자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귀뚜라미 '지미니 크리켓Jiminey Criket' 에서 영감을 받았노라고 회고한다. 게다가 '은하철도 999' 와 '하록 선장' 시리즈로 이름난 '마쓰모토 레이지' 가 있다.

이 작가는 우주선이나 로봇, 금속 곤충등을 세밀하게 묘사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곤충 가게인 도쿄 시부야에 있는 '시가 콘츄 후쿠샤' 와 '월간 곤충' 이라는 자체 잡지를 발행하고 있는 '무사시' 도 곤충 수집가들에게는 이름난 판매점이다. 저패니메이션이 경쟁력을 갖는 것은 이러한 문화가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일본의 원전 폭발 사고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핵발전소를 감축하거나 폐기하겠다는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정 반대로 가고 있으니 심히 우려스럽다. 더우기 최근에 들어와서는 고장이 잦아 수시로 작동이 멈춘다고 하니, 안전하다는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이와 관련해서 인섹토피디아에서는 방사능과 곤충의 돌연변이에 관한 충격적인 실험 결과도 소개하고 있다.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원자력에너지 반대 운동가인 '크리스 버스비Chris Busby' 는 다음과 같은 2가지 변수의 위험을 지적한다. 바로 세포 발생과 방사능의 임의적인 영향력이다.

보통의 환경에서 우리는 적어도 1년에 한 차례 이상은 방사선에 노출된다. 이때 만약, 세포가 증식활동을 하고 있다면 돌연변이를 일으킬 확률이 100배 이상 증가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낮은 수준의 방사선 노출로도 몹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안전한 임계점이란 존재할 수 없다.

여기서 1부를 마무리하고 2부에서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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