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나비의 극사실주의, 샌베드의 나비 알파벳 단칼에 끝내는 인문학 곤충기 |
벌레라면 질색을 하는 사람일지라도 나비에게 만큼은 관대할 것이라 생각한다. 꽃 위에서 하늘거리며 날고 꽃가루받이를 하는 곤충.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흥미로운 존재로 여겨지므로 문학과 예술, 시, 연극, 영화, 음악, 스포츠, 게임 등 인간의 모든 인지영역에서 다루고 있다. 모하메드 알리의 "나비처럼 날아서 벌 처럼 쏘아라", 장자의 호접몽, 카오스 이론의 나비효과, 오페라 나비부인, 스티브 맥퀸과 더스핀 호프먼 주연의 영화 빠삐용 등등. 나비에 사로잡혀 평생을 나비꿈 속에 빠져 살았단 동서양의 두 인물이 있다.
최초의 박물학자 남나비의 극사실주의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나비를 보면 버선발로 뛰쳐나가 채집을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동대문 밖으로 10리나 쫓아가서 나비를 잡아왔다는 일화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는 수천 마리의 나비를 책갈피에 끼워놓고 화폭에 옮길 때 참고했다. 남계우의 나비는 정말로 금칠한 나비였다. 노랑색은 금가루를 쓰고 흰색은 진주가루를 뿌렸다고 한다. 남계우는 우리나라 최초의 박물학자이자 서화가다. 일호의 나비 그림 속에는 남방공작나비라는 미접(迷蝶, 길 잃은 나비로서 동남아에서 기류를 타고 우리나라까지 올라 옴)까지 등장한다. 이는 훗날 나비학자 석주명이 같은 종을 채집함으로써 남나비의 업적을 재확인하게 된다. 그의 군접도를 보면 지금도 우리 곁에서 날아다니는 나비를 확인할 수 있다.
군접도에는 중부 지방에서 볼 수 있는 나비 150 여 종이 살아 숨쉬고 있다. 신사임당의 화첩과 남계우의 화접도는 오늘날 민화 작가의 교과서다. 현재 일호의 여러 국보급 작품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작년에 한 번 전시를 했는데 문화예술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수시로 찾아볼 일이다. e뮤지엄 에서 관련 작품을 다운받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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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날개에서 문학을 써 내려간 셸 샌베드 그의 수십 년에 걸친 나비 탐사는 초등학교에서 알파벳을 가르칠 때, 샌베드의 사진집을 쓰는 것으로 널리 인정 받았다. 평생에 걸친 나비 여정의 첫 걸음은 박물관의 자원봉사였는데 표본에서 'F'자를 발견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전까지 샌베드는 카메라를 사용할 줄도 몰랐다.
전시품을 조립하고 사진 찍는 일을 돕다가 이후 박물관의 전임 사진가가 되어 전 세계를 누볐다. 현미경을 통해 사진 촬영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으며 여러 카메라 장비를 직접 개발하여 자연 다큐멘터리 사진의 새 지평을 열었다. 그는 93세까지 장수하면서 음악과 예술에 관한 1천 페이지 짜리 백과사전 두 권을 비롯하여 여러 창작물을 남겼다. 샌베드의 작품은 스미소니언을 비롯하여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매체를 장식했으며 출판과 강연, 영화제작으로 활동영역을 넓혔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얼마나 있을까? 글쓴이도 한 때 곤충의 날개에서 자음과 모음을 찾아 컬렉션으로 엮을 생각을 했었다. 샌베드의 작업을 알게 되면서 현재는 일시 중단 상태다. '제 2의 누구누구 ' 따위로는 알파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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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나비 화접도, 샌베드 나비 알파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