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로 나온 동서양의 방귀벌레, 폭탄먼지벌레
수집가의 주목을 받는 폭탄먼지벌레 우표 - 단칼에 끝내는 인문학 곤충기
 

낮에는 돌맹이 아래에서 쉬다가 밤중에 움직이며, 위험을 감지하면 뿡~ 하고 방귀를 끼는 곤충이 있다. 과거에는 방구벌레라고 불리웠으나 현재 정식 명칭은 '폭탄먼지벌레'. 화학생태학자로서 유명한 '토머스 아이즈너(Thomas Eisner)'는 자신의 책 <전략의 귀재들 곤충>에서 폭탄먼지벌레가 꽁무니에서 뿜어내는 독극물의 정체와 생활사를 밝혀냈다.

영어권에서는 '폭격수 딱정벌레(bombardier beetle)'라고 부르는데 극지방을 제외한 지구 전역에 서식한다. 폭탄먼지벌레는 위험을 감지하면 엉덩이에서 화학물질을 방사한다. 이 액체를 뒤집어 쓴 포식자들은 아주 괴로워하면서 평생동안 다시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녀석의 지독한 방귀는 아주 효과적인 방어수단인 셈이다.

분무하는 각도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으며 그 소리 또한 상당히 커서 인간의 귀로도 충분히 들을 수 있다. 놀라운 점은 항문에서 연기가 스르륵 피어오를 정도로 높은 열을 발산한다는 것이다. 천하무적의 방어물질이기에 냄새도 고약하기 이를데 없다. 그러면 이 발견이 이루어지게 된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자.

 

당시까지 이 갑충의 생태가 밝혀진 것은 독일 학자 '헤르만 쉴트크넥트Hermann Schildknecht' 와 그의 연구팀에 의해서다. 이 화학물질의 이름은 '벤조퀴논(benzoquinone)' 이다. 이들에 의하면 딱정벌레의 뱃속에는 효소(하이드로퀴논, 과산화수소)를 분비하는 두 개의 분비샘이 있고, 이는 다시 융합실(confluent chamber)과 반응실(reaction chamber) 이라는 기관에 연결되어있다.

분비선에서 나온 물질이 융합실에 이르면 강한 수축에 의해서 반응실로 뿜어져 내려간다. 이때 또 다른 두 가지 효소(카탈라아제, 페록시다아제)가 반응실에서 화학작용을 일으켜 격렬하게 폭발한다. 전자는 과산화수소를 산소와 물로 분해하며, 후자는 하이드로퀴논을 벤조퀴논으로 바꿔놓는다.

 

폭탄먼지벌레 독방귀

▲ 폭탄먼지벌레가 발사하는 독방귀 생성도 화학적 방어물질인 벤조퀴논을 체내에서 만든다.

ⓒ Daankal iEE
 

백문이불여일견. 그림으로 보면 단숨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때 생성된 물과 산소가 꽁무니를 통해 빠져나오면서 폭탄처럼 터지는 소리를 낸다.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저자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공조하여 폭탄먼지벌레가 발사하는 액체의 온도를 측정했다. 연구진은 딱정벌레가 발사하는 물방귀의 온도가 거의 섭씨 100도에 가깝다는 것을 알아낸다.

 

 

 

 

수집가의 관심을 받는 폭탄먼지벌레 우표.
실험자들은 이 벌레가 방귀를 끼는 소리를 녹음하여 파장을 분석했다. 그러자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마치 기관총을 쏘는 듯이 '따다다다' 거리는 사운드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방어물질 발사는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아주 빠르게 연사를 하는 것이었다. 저자가 밝혔듯이 벤조퀴논은 한 사람의 독단적인 연구로 밝혀진 것이 아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공동으로 이룩해 낸 성과다. 이처럼 인류의 지식과 역사는 점진적으로 누적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따라서 각 학문분야에 칸막이를 두르고 소통하지 않으려 한다면, 그 발전은 매우 더딜 것이며 때로는 잘못된 편견으로 이끌 수도 있다.

 

40전 돌방구퉁이, 폭탄먼지벌레 33센트

▲ 우표로 발행된 북한과 미국의 폭탄먼지벌레. 미국 돈 33센트, 북한 돈 40전에 나와서 수집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 Daankal iEE
 

이러저러한 공동연구를 통해서 지은이는 1999년 미국 정부가 폭탄먼지벌레를 우표 도안으로 결정하고, 그 뒤에 쓸 문구를 작성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이 우표는 33센트에 발행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반전이 일어난다. 폭탄먼지벌레는 북한말로 '돌방구퉁이'라고 하며 이보다 10년이나 앞선 1990년에 40전 짜리 조선우표로 나왔다.

독특한 아이템을 판매하는 네덜란드의 한 사이트에서 이 우표를 팔고 있는데, 아마도 수집가들에게 색다른 물건이 되는가보다. 웃기는 것은 실물보다 이를 촬영한 사진이 더 비싸다는 사실이다. 스톡 이미지로 사용하려면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적게는 20달러에서 많게는 200달러까지 내야한다. 막대한 차익거래다. 사람의 욕구는 흥미로운 결과를 가져온다.

 

 

 

해당 기사는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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