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세상에서 가장 빠른 포식자, 길앞잡이
수직 갱도에서 자라나는 길앞잡이 한살이 - 단칼에 끝내는 곤충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육상 100미터 달리기의 우샤인 볼트가 세운 9.58초는 지금껏 인류가 달성한 가장 빠른 기록이다. 2009년 베를린 올림픽 경기장에서 달성된 이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네 발 달린 동물의 세계에서는 치타가 가장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다. 3.22초다. 여섯 개의 다리를 가진 곤충의 세계에서는 어떤 종이 가장 빠를까?

영어권에서 'Tiger beetle'이라고 불리우고 북한에서는 길당나귀라고 말하는 길앞잡이다. 오뉴월 봄날, 햇볕이 내리쬐는 호젓한 산길을 걷다보면 서너 걸음 앞서서 빠르게 움직이는 초록색 곤충을 볼 수 있다. 가까이 다가서면 몇 걸음 앞으로 계속 달아나기에 마치 '길을 안내하는 것 같다'고 하여 길앞잡이라고 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몸집은 약 2cm 정도하며 딱지날개는 청록색과 붉은색, 자주색 등이 어울려 금속성 광택을 자아낸다. 화려한 외관으로 치자면 비단벌레, 광대노린재와 더불어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휘황찬란하다. 여기에 툭 불거져 나온 겹눈과 쇠스랑을 닮은 큰 턱, 주변 상황을 감지하는 민감한 더듬이와 신경에 연결된 억센 털 등이 길앞잡이를 곤충계의 상위 포식자로 자리매김 시키고 있다.

 

Cicindela chinensis

▲ 길앞잡이 초접사 여권사진 암컷 길앞잡이가 땅에 알을 낳고 있는 장면.

ⓒ Daankal Lee
 

'바퀴벌레가 빠르다고는 하나 길앞잡이에 비하면 굼벵이나 다름없다. 인간으로 치자면 시속 300km의 속도로 질주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손을 뻗어 잡을라 치면 저만치 앞서 가고 뒤따라 쫓아가면 또 다시 거리를 벌린다. 몇 번 이렇게 헛탕을 치고 나면 슬슬 오기가 발동한다. 꼭 한번 포획을 해서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서 글쓴이가 말하는 포획이란 사진에 담는 것을 뜻한다. 그것도 초접사(Macro) 이미지로 말이다. 즉, 곤충의 겹눈 구조까지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대상물을 몇 배로 확대해서 찍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렌즈와 피사체가 맞닿을 정도로 아주 가까이 다가가야만 한다. 따라서 녀석들의 이런 행동은 사진가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일이 된다.

 

 

너무 빨라 눈 앞에 뵈는 것이 없다.
빛살이 따가운 오뉴월 한낮에 길앞잡이와 술래잡기를 하다보면 진액이 목덜미를 타고 흐른다. 녀석들이 서식하는 환경은 새싹이 듬성듬성 자라나는 흙길에 햇볕이 풍부하게 내리쬐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든 지 수년 동안 아크로바틱한 자세로 땅바닥을 기다가 드디어 길앞잡이를 이미지 센서 가득히 담아낼 수 있었다. 크롭(촬영 후 일부만 잘라낸 사진)하지 않은 완벽한 상태로 말이다.

 

tiger beetle

▲ 화려한 딱지날개가 아름다운 길앞잡이 휘황찬란한 모습이지만 산길에서는 탁월한 위장색으로 작용한다.

ⓒ Daankal Lee
 

 

그런데 사실, 길앞잡이의 이런 습성은 신경 처리의 병목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전광석화처럼 빠른 움직임을 미처 시신경이 따라가지 못하여 눈이 안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뇌세포의 체증이 풀려야만 비로소 정상으로 돌아온다. 길앞잡이가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이유다.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것은 온도와도 관계가 있다. 곤충은 변온동물이라 일정한 기온이 되어야만 활동을 할 수 있다. 대개 25도 정도에서 신진대사가 활발해진다. 그렇다고 무조건 높은 온도가 좋은 것은 아니다. 30도를 넘기면 여름잠을 자고 겨울에는 동면을 한다. 활동시간도 오전 11시에서 4시 사이가 가장 많이 움직이는 때다.

길앞잡이가 신속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체온이 식지 않도록 하는 것이 유리하다. 마치, 투수가 마운드에서 내려와서도 다음 이닝을 위하여 긴 옷을 입고 있는 것과 같다. 때문에 햇볕이 풍부한 장소를 사냥터로 삼고 질주를 위해서도 풀이 없는 산길이 좋다.

 

 

수직 갱도에 꽂꽂이 서서 자란다
길앞잡이는 곤충계의 탐욕스런 약탈자다. 인간의 시각으로 보자면 포악하기 이를데 없다. 가리는 것이 없이 기회만 된다면 거의 모든 벌레를 잡아 먹는다. 게다가 동종포식도 서슴지 않으니 사마귀가 울고 갈 정도다.

 

길앞잡이

▲ 파리류를 잡아먹고 있는 길앞잡이 주식인 개미를 비롯하여 여러 작은 벌레들을 먹고 산다.

ⓒ Daankal Lee
 

 

이처럼 제 동족을 잡아먹는 일은 벌레들의 세상에서는 흔한 일이다. 이러한 습성이 사라지지 않는 것에는 분명히 우리가 모르는 진화의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분별심을 잠시 거두고 자연을 바라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길당나귀

▲ 짝짓기 중인 길앞잡이 한 쌍 사랑의 세레나데가 없는 교미.

ⓒ Daankal Lee
 

 

간단히 길앞잡이의 생활사를 살펴보자. 세대를 이어가기 위한 교미는 거칠기 그지없다. 눈 앞에 암컷이 보이면 무자비하게 달려들어 긴턱으로 암놈이 꼼짝하지 못하게 수갑을 채운다. 짝짓기가 끝나면 암컷은 땅 속에 알을 낳고 부화한 애벌레는 수직 땅굴을 파고 이 안에 숨어서 사냥을 한다.

 

길앞잡이

▲ 흙길에 알을 낳고 있는 길앞잡이 부화한 애벌레는 땅굴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작은 곤충을 사냥한다.

ⓒ Daankal Lee
 

 

애벌레의 등쪽에는 한 쌍의 갈고리가 나 있어 자기 몸을 갱도에 고정시킬 수 있고 대가리는 둥그런 덮개 형태다. 굴 입구를 검은색 머리덮개로 막고 있다가 작은 벌레가 앞을 지나면 용수철 처럼 몸을 쭉 뻗어서 사냥감을 끌고 들어간다. 이렇게 먹이활동을 하며 겨울을 넘기고 이듬해 봄에 성충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8종의 길앞잡이가 사는데 서식지의 파괴로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이렇게 환경오염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우리의 아이들은 박물관에서나 그 흔적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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