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방귀를 끼는 암살 집단, 침노린재 무리
단칼에 끝내는 곤충기
 

한여름에 시끄럽게 우는 말매미. 오뉴월 식물 줄기에 비누거품을 만드는 거품벌레. 꽃대에 다닥다닥 들러붙어 영양분을 빨아먹는 진딧물. 물에 살며 작은 어류와 벌레를 잡아먹는 물장군과 소금쟁이. 벼농사에 피해를 주는 멸구. 흡혈하는 빈대 등은 모두 '빠는 입'을 가진 노린재목 곤충이다.

이 무리 중에서 곤충계의 암살자로 불리는 침노린재가 있다. 소리 없이 은밀하게 움직이면서 작은 곤충을 사냥하므로 영명은 자객(Assassin bug)벌레라고 부른다. 대가리는 작지만 옆에서 보면 빠는 입은 매우 크고 잘 발달되어있다.

 

Reduviidae

▲ 왕침노린재의 주둥이 침 주둥이로 사냥감의 몸에 소화효소를 주입하여 내부 장기를 녹여서 먹는다.

ⓒ Daankal Lee
 

 

평상시에는 가슴 아래 홈에 거치해 놓고 있다가 사냥감을 발견하면 침을 뽑는다. 주둥이를 사냥감의 몸에 푹 찌른 뒤에는 타액(소화효소)를 주입한다. 그러면 몸 속의 장기가 다 녹아내려 쥬스처럼 변하고 이를 빨아먹는다.

침노린재들은 위협을 느끼면 찌릭찌릭 마찰음을 내는데, 우리목하늘소가 발산하는 울음소리와 비슷하다. 하늘소는 딱정벌레목에 속하며 앞가슴등판(pronotum)을 마찰시켜서 이런 소리를 낸다. 침노린재는 앞가슴배판(prosternum)에 움푹 파인 고랑이 있어 이곳에 주둥이를 부딪쳐 경고음을 낸다.

물에 빠진 배홍무늬침노린재를 건져냈더니 마치 콧방귀를 끼는 것처럼 위협음을 낸다. 녀석의 경보음을 녹음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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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홍무늬침노린재와 우리목하늘소의 콧방귀.

ⓒ Daankal Lee
 

 

배홍무늬 침노린재는 최대 15mm 정도까지 자란다. 알-애벌레-성충으로 크는 안갖춘탈바꿈(불완전변태)을 한다. 즉, 번데기 시절이 없기에 날개돋이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어느 정도 자라면 성충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다.

참고로 번데기 과정을 거치는 곤충의 애벌레를 "유(幼)충" 이라 한다. 어린 벌레라는 뜻이다. 어린애를 유아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반면에 번데기 시절이 없는 애벌레는 "약(若)충" 으로 구분한다. '같을 약'자를 써서 애벌레와 성충이 비슷하다는 의미다.

 

정성들인 공예품, 노린재 알
노린재라는 단어는 '고약한 노린내'를 풍긴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이며 영어권에서는 구린내(Stink bug)벌레라고 한다. 노린재의 주둥이는 식물의 즙액을 흡입하기에 알맞도록 빠는 입을 가졌다. 또한, 날개를 접어두기에 편하도록 배가 옆으로 늘어나 있다. 날개는 표피가 늘어나 만들어진 단단한 혁질부(corium)와 종이처럼 얇고 반투명한 막질부(membrane)가 합체되어 있다.

 

왕침노린재

▲ 왕침노린재의 알 가지 모양의 알을 층층이 쌓아 놓는다. 노린재의 알은 정성이 가득한 공예품.

ⓒ Daankal Lee
 

 

 

Reduviidae

▲ 노린재의 알 속에는 깡통 따개가 있다. 삼각형 모양의 통조림 따개로 알 뚜껑을 열어 젖히고 나오는 모습들.

ⓒ Daankal Lee
 

 

거북한 방귀를 뀌는 것과는 달리 노린재류의 알은 정성들인 공예품이다. 왕침노린재도 예외는 아니다. 가지를 연상시키는 알을 장작 쌓듯이 층층이 모아 놓는다. 부화한 애벌레는 한동안 모여있다가 뿔뿔히 흩어져 암살자의 길을 간다. 우리나라에는 침노린재 무리가 38종 보고되어 있다. 대개 칙칙한 체색이나 일부 종은 제법 화려한 면모를 보인다.

 

 

 

 

 

침노린재

▲ 여러 침노린재 무리 작은 벌레를 잡어먹는 포식자로서 생태계의 균형을 잡는다.

ⓒ Daankal Lee
 

 

애벌레 시절에는 개기름이 좔좔 흐르는듯한 몸매를 가졌다. 약간 점성이 있어서 주변의 이물질이 달라붙는데 이는 모습을 감추는 데 도움을 준다. 간혹 가다 침노린재에 쏘이는 경우가 있으니 잘 모르는 사람은 손으로 잡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일부러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알아서 피하므로 물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약 600여 종의 노린재는 대부분 초식성이다. 바꿔 말해 많은 종이 해충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침노린재 류와 더불어 주둥이노린재, 실노린재, 장님노린재, 쐐기노린재 종류는 포식자로서 생태계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진딧물을 비롯하여 가루이, 멸구 등의 작은 벌레를 먹고 살기 때문이다.

 

Gorpis brevilineatus

▲ 빨간긴쐐기노린재의 사냥 장면 나방과 같은 작은 곤충을 먹고 산다.

ⓒ Daankal Lee
 

 

 

Arma koreana

▲ 우리갈색주둥이노린재의 포획 장면 버들잎벌레를 먹고 있는 우리갈색주둥이노린재와 이를 노리는 무당벌레 애벌레.

ⓒ Daankal Lee
 

 

 

Zoraida albicans

▲ 식물의 즙액을 빨아먹는 무늬긴날개멸구 인간의 작물을 탐하여 해충으로 취급되는 종이다.

ⓒ Daankal Lee
 

 

한편, 빈대는 흡혈을 하여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데, 우리 속담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과거에는 빈대의 위력이 굉장했다. 모기에게 물리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가려움을 동반한다.

근현대에 이르러서는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개인 위생에 신경을 쓰면서 그 위세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저개발 국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다. 예로, 중남미에서는 일부 침노린재가 저소득층에게 샤가스병(Chagas' disease)을 매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까지는 빈대의 피해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 젊은 시절 부두 노동자로 일할 때의 에피소드가 있다. 허름한 숙소에서 자고 일어나면 빈대 물린 자리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뜯기는 것을 피하기 위해 큰 상을 펴고 그 위에서 잠을 청했는데, 빈대가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다리마다 세숫대야를 받치고 물을 부었다.

그래도 빈대의 기세는 꺾일 줄 몰랐다. 어찌 된 까닭인가 살펴봤더니 벽을 타고 기어 올라가 천장에서 낙하하여 피를 빨았다고 한다. 대단한 적응력이다.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벌레일지라도 지능이 있다는 얘기다. 서구권에서는 빈대를 침대벌레(bed bug)라고 부른다. 침구류 속에 살면서 피를 빨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제 장마철이 지나고 나면 숨 막히는 습기와 열대야가 찾아온다. 이불과 베개, 방석, 소파 등의 솔기에 곰팡이와 진드기류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므로 여름이 지나면 침구류는 빠는 것이 좋다. 말끔한 세탁 후에는 빈대떡에 홍차 한 잔 마시면서 코로나19를 넘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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