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강아지의 노래,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유년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땅강아지, 이런 특성을 가진 곤충입니다 - 단칼에 끝내는 곤충기
 

몇 년 만에 화분갈이를 하다가 개구쟁이 시절부터 흥미로웠던 곤충, 땅강아지를 발견했다. 아마도 추운 겨울을 나려고 화분에 침투했던 모양이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현재도 공원녹지 곳곳에서는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평소에는 땅 속에 살면서 밤 중에 움직이므로 특별히 목표로 하지 않는 한은 발견하기 어렵다.

그러나 비가 온 뒤 지면이 부드러워지면 땅강아지가 활동을 시작한다. 과거로부터 땅강아지는 낛시 미끼로 많이 사용해왔다. 특히나 장어가 좋아하는 먹이라서 지금도 낛시용품점에서는 인기리에 판매하고는 한다. 처음 보면 약간 낯설기도 하지만 이내 무척이나 귀여운 구석이 있는 녀석임을 알게 된다.

아이들보다 어른이 더 반가워하는데 유년 시절의 추억이 생각나기 때문일 것이다. 대얏물에 던져 놓으면 파문을 일으키며 종종종 헤엄을 치는 모습이 정말로 앙증맞은 강아지를 보는 듯하다. 이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생물이 합쳐진 모습이다. '두더지+가재+생쥐+메뚜기+강아지'. 이 다섯 가지 동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존재다. 그래서 영어로는 두더지귀뚜라미(Mole cricket)라고 하며 메뚜기목 땅강아지과에 속하는 단 1종의 기이한 생물이다. 즉 풀무치, 방아깨비, 여치와 같은 무리란 얘기다.

 

땅굴을 앰프 삼아 구애를 한다

땅강아지는 시쳇말로 산전 수전, 공중전을 마스터 하고 여기에 지중전까지 겸비했다. 바퀴벌레가 고생대 이래로 가장 성공적인 존재라하지만, 이런 바퀴조차도 흙 속에서는 생활하지 못하고 물에 빠지면 죽는다.

그러나 땅강아지만큼은 자신의 영토를 물과 땅 속으로까지 넓혔다. 지중 생활이 주된 활동 영역이며, 간식으로 수중 생물을 잡아먹으며 필요할 경우 날개를 펼치고 창공을 나른다. 하나의 몸뚱아리에 이와 같은 다양한 적응성을 가진 땅강아지. 녀석의 매크로 사진을 담아봤다.

 

Mole cricket

▲ 땅강아지 여권사진 쇠스랑 닮은 앞발로 땅 속에 굴을 판다.

ⓒ Daankal Lee
 

 

먼저 단단한 키틴질 갑옷으로 무장한 대가리를 보자. 전체적으로는 가재나 새우 같은 갑각류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온몸에는 잔털이 빼곡히 덮여있는데, 이는 감각기관 역할도 하면서 동시에 수분의 침투를 막는 방수제 기능도 겸한다. 머리에 난 짧은 털은 반질반질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데, 올백 스타일로 2등분 가르마를 하여 뒤로 넘겼다.

채찍처럼 생긴 더듬이는 땅속을 파헤쳐도 상처를 입지 않도록 거친 털로 뒤덮여있다. 이 더듬이와 이마에 있는 2개의 홑눈, 얼굴 양쪽의 겹눈, 피부에 돋아난 잔털로 주변 움직임을 감지한다. 즉, 천적은 물론이요 습도와 온도 변화, 진동, 자신의 위치 등을 알아차린다. 주둥이는 메뚜기목 특유의 입술수염 2쌍이 확연히 보이며 엄청나게 게걸스러워보인다.

실제로 녀석의 식성은 가리는 것이 없는 잡식성이며, 야행성이라 해가 어스름히 지기 시작하면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땅 속에서 작은 곤충이나 지렁이, 작물의 뿌리 등을 먹기에 농부들의 미움을 받기도 한다. 반면에 흙에 바람 구멍을 뚫어주므로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데 일조하기도 한다.

 

 

Gryllotalpidae

▲ 땅강아지 증명사진 메뚜기목에 속하는 단 1종의 기이한 생물.

ⓒ Daankal Lee
 

 

쇠스랑처럼 생긴 앞발에는 톱날까지 달려서 땅속을 헤집고 다니기에 최적화되었다. 엉거주춤한 뒷다리와 살짝 옆으로 뉘어진 배다리는 굴착을 돕는 몸 구조를 가진다. 특히나 뒷다리에 돋아난 센털은 파낸 흙이 거꾸로 밀리는 것을 막는다. 이처럼 다리 각도가 약간 우스꽝스럽게 생겨서 뛰는 것이 서투를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부산스럽다고 느낄 정도로 재빨리 움직이며 힘도 무척 세다. 잡은 손가락을 밀쳐낼 만큼 힘이 장사다. 몸통은 찐빵처럼 말랑말랑하고 매우 부드럽다. 뽀송뽀송할 뿐만 아니라 맨질맨질하다. 마치 연잎에 굴러 뭉쳐지는 빗방울처럼. 녀석의 갑옷에는 미세한 털이 잔뜩 붙어있어 완벽한 방수처리가 된다. 물 샐 틈이 없을뿐더러 물이 들어찰 새도 없다.

 

 

침노린재

▲ 땅굴을 파는데 알맞은 몸을 가진 땅강아지 지중 생활을 하지만 하늘도 날고 수영도 잘 한다.

ⓒ Daankal Lee
 

 

더욱 놀라운 것은 물속을 헤엄치면서 먹이 활동을 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수초도 씹으면서 작은 수중 생물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한 환경이 좋지 않으면 날아서 이동하기도 한다. 평상시에는 접혀 있는 2쌍의 날개를 활짝 펴고 불빛을 쫓아 비행한다. 게다가 베짱이의 그것처럼 리드미컬한 운율은 아니지만, 날개를 비벼서 제법 운치 있는 노래를 부를 줄도 안다. 여기에 쥐꼬리 같이 생긴 역방향 탐지기가 꽁무니에 2개 달렸다. 귀뚜라미의 꼬리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내가 볼 때는 영락없는 쥐꼬리다.

 

메뚜기목은 크게 메뚜기아목과 여치아목으로 나뉜다. 전자는 앞날개와 뒷다리를 비벼서 소리를 내고 후자는 양쪽 날개를 마찰시켜 소리를 낸다. 귀뚜라미와 같이 땅강아지는 여치아목에 속한다. 그래서 제법 운치있는 '삐이이이' 소리를 낸다. 이때 땅굴을 앰프로 활용하여 소리를 증폭시킨다. 그 이유는 암컷을 불러들여 짝짓기를 하기 위함이다.

연 1회 발생하는데 오뉴월에 부화한 약충은 가을에 날개돋이하여 성충으로 월동한다. 늦둥이로 여름에 태어난 개체는 애벌레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늦여름에 성충이 된다. 짝짓기 후 어미는 땅굴을 파고 200개 정도의 알을 낳아 정성껏 보살핀다. 먹이도 잡아주고 목욕도 시키면서 말이다.

땅강아지가 산다는 것은 토양이 오염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비가 온 뒤, 후덥지근 한 바람이 불 때면 동네 공원에라도 나가볼 일이다. 가로등 밑에서 운 좋게 녀석들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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