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주식말고 기업을 사라 THE ESSAYS OF WARREN BUFFETT

Lessons for Investors and Managers, Revised and Updates Edition - Lawrence A. Cunningham
워렌 버핏 저 - 로렌스 커닝햄 편 - 이건 역 - 서울문화사

 

 

걸출한 사상만큼이나 투자솜씨도 걸출했던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 는
1934년 8월 15일 사업 동료 스콧F.C. Scott 에게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이 썼다.

"시간이 흐를스록 나는 내가 잘 알고 경영진을 철두철미하게 믿을 수 있는 회사에 거액을 집어넣는 것이 바른 투자방법이라고 더욱 확신하게 된다네. 아는 것도 없고 특별히 믿을 이유도 없는 기업에 널리 분산투자하고서 위험이 줄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야.

사람의 지식과 경험은 분명히 한계가 있어서,
나는 완전히 믿음이 가는 기업을 한 번에 서너 개 이상 본 적이 없다네."
 

 

버핏은 투자자가 공부해야 할 것은 두 가지라고 아래와 같이 말한다.

"여러분이 손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자 한다면, 10년 뒤나 20년 후에 이익이 틀림없이 높아질 기업이면서 이해하기 쉬운 회사의 지분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는 것입니다. 이런 기준에 맞는 회사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이런 기업을 찾으면 그 주식을 많이 사야 합니다.

여려분은 모든 기업에 대해 전문가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능력범위 안에 있는 기업을 평가할 수 있으면 됩니다. 그 크기는 중요하지 않지만 그 범위는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베타, 효율적 시장,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 옵션 가격결정, 신흥시장 등을 몰라도 투자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사실은 이런 것을 모르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투자를 배우려면 '기업을 평가하는 법' 과 '시장가격을 바라보는 법' 두 가지만 공부하면 됩니다."

 

전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고된 이익이 똑같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가령, 입풀려가 발생하면 이익 대비 자산 비중이 높은 회사들은 순이익의 일부나 전부가 가짜가 되어버린다. 왜냐하면, 기업활동을 계속하기위해서는 가짜이익(제한된 이익)을 재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를 배당금으로 지급하게 되면 기업은 판매량 유지 능력, 장기 경쟁력, 재무 건전성 부문에서 기반을 상실한다. 반면에, '제한 없는 이익' 은 유보될 수도 있고 분배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사내유보를 위한 이유는 오직 하나뿐인데, 1달러를 갈무리할 때마다 주주들에게 창출되는 시장가치가 1달러 이상이라는 타당한 전망이 있을 시에만 성립한다. 단, 여기서 주의할 점이 한가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투적된 이익합계와 추가된 자본총계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까닭은 --막대한 초과현금을 얻을 수 있는-- 핵심 사업에 따라서 둘의 관계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기간에는 경제성이 탁월한 비즈니스에 자본을 조금만 더해도 매우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얻은 돈을 이익률이 낮은 곳에 묻어두더라도, 유보된 자본의 총수익률은 평균이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프로-아마 합동골프대회에 비유할 수 있다. 아마추어가 모두 초보자라고 해도, 프로 선수의 탁월한 솜씨 덕분에 팀의 최고 점수는 훌륭하게 나오는 것과 같다.

 


 

 

이윤을 바라보는 이러한 관점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경험과 지식, 배움이 쌓여서 '경제적 해자' 라는 개념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러한 생각이 정제되어 나오는 과정을 한번 살펴보자. 해자는 옛날에 성곽 주변을 깊게 파서 적들이 침입할 수 없게 만든, 즉 경쟁자가 쉽게 넘볼 수 없는 진입장벽을 뜻한다.

버핏은 영업권을 (내재가치를 계산하기 어려운)경제적인 것과 회계적인(재무상태표에 기재되어 장부가치에 반영되는) 부분으로 나눠 설명한다. 그 이전까지 저자는 --35년전 스승의 가르침이 너무 소중했기에-- 유형자산의 비중이 높은 기업을 가까이 했었다.

그러나 시행착오를 통해서 이제는 유형고정자산의 비중이 아주 낮은, 그렇지만 경제적 영업권은 매우 큰 기업을 절대적으로 선호한다.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이 활동하던 당시는 미국의 대공황 시절이었다. 수많은 기업이 파산하는 와중에 그 자신도 큰 고통을 받았고 이를 반영하여 장부가치가 낮은 기업들만 발굴해내게 된다. 이런 영향을 받아서 워런의 초기 투자는 장부가에 비해서 대폭 할인된 회사들만 찾게 된다.

이런 결과가 바로 섬유회사인 '버크셔 헤더웨이' 의 인수로 이어진다. 그러나, 섬유업은 사양산업에 속한 업종이었기에 날이 갈수록 쇠락해져만 갔다. 만약, 경제적인 논리로만 본다면 기업을 매각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버핏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근로자들을 가차없이 해고할 만큼 냉혹한 인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투자를 제외한 분야에서는 약간은 수줍고 낯가림을 하며 겁이 많고 인정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런 상태로 갈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버크셔헤더웨이를 지주회사로 탈바꿈시키면서 그 산하에 뛰어난 자회사를 편입시켜 회사의 가치를 높이게 된다. 이후의 행보는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다. 현재까지 100여개의 알짜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참고로 버크셔의 섬유사업 부문은 더 이상의 사업확장은 없었고 근로자들이 정년으로 은퇴하는 데 까지 운영하였으며 그 후에 사업을 접었다. 특히나 이 부분은 작금의 국내 기업들이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정리해고라는 명분으로 노동자들을 수시로 짤라버리는 지금의 행태가 과연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 말이다.

근로자들의 희생과 정부의 비호로 일구어낸 부를 마치 자신들이 잘나서 그렇게 된줄 알고 착각하고 있다. 손실은 타인에게 전가하고 이득은 홀로 독식하고 있으니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그뿐인가? 어떤 재벌은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매값을 개값처럼 던져주고 있다. 흥부시대의 곤장값이 현대에 다시 나타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더욱 암담한 현실은 '관리와 장학생' 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떠들면서 국가운영을 좌지우지하는 그룹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여러 기업들이 이 나라의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바는 놀라울 뿐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궁민들의 부당한 희생이 담보되어서는 안 된다.

 

 

 

아뭏든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그는 '시즈 캔디' 를 인수하게 되며,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었다고 밝히고 있다.

"시장수익률보다 훨씬 높은 이익을 내는 기업이라면, 그 회사의 가치는 유형자산의 가치보다 훨씬 높다. 이 초과수익을 자본화한 가치가 바로 경제적 영업권이다."

평균이상의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 독점력이 으뜸가는 원천이다. 왜냐하면,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바탕으로 가격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제적 영업권이 왜 중요한지는 입풀려 상황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시즈캔디와 여타의 노멀한 기업을 비교해보자. 전자는 당시에 순자산 800만 달러로 약 200만불을 벌어들이고 있었으니 수익률이 무려 25%다. 이에 비해 평범한 회사는 200만$ 얻는데 순자산이 1,800만$ 필요하다고 가정해 보자. 이는 이익률이 11% 불과하므로 경제적 영업권이 거의 없는 셈이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평가는 자산가치 수준인 1,800만$ 에 머무를 것이다. 반면에 버핏은 시즈캔디를 2,500만$ 샀다. 자산의 3배를 넘는 가격이다. 이렇게 프리미엄을 주고 산 이유가 타당할까?

 

대답은 '그렇다' 이다. 왜그럴까?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만약, 이 상태에서 물가수준이 2배로 뛰면 어떻게 될까? 두 기업 모두 현상유지를 하려면 명목 이익이 400 US$ 증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판매가를 두 배로 올려야 하며, 순자산에 투자하는 금액도 배로 상승한다. (시즈캔디 = 800만 US$, 보통회사 = 1,800만 US$)

이제 평범한 기업은 매년 400만 달러를 얻지만, 기업가치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순유형자산과 비슷한 3,600만불 이다. 바꿔 말해, 신규투입한 자본 1달러에 대해서 겨우 1달러의 이득을 만들었을 뿐이다. 은행에 예금했더라도 같은 실적이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시즈캔디는 자회사로 편입할 당시의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그 가치가 5,000만 달러에 이른다.

다시 말해, 투하자본은 800만 달러이지만 창출한 수익은 2,500만 달러다. 이는 새로 1달러를 투입해서 3달러를 넘는 이윤을 창출한 것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유형자산이 있어야만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면 입풀려는 최대의 난적이 된다. 이에 비해 유형고정자산이 적거나 거의 필요없는 회사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하다. 그동안 사람들은 천연자원, 공장설비와 기계 등 비유동자산이 많은 기업에 투자하면 인플레를 방어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사실은 전혀 다르다.

고정자산의 비중이 큰 회사는 대개 이익률이 낮아서, 현상유지에 필요한 투자금조차 벌어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실질성장, 배당금 지급, 기업인수 등에 쓸 돈이 없다. 반대로 물가상승 기간에 막대한 부를 쌓은 계속기업은 큰폭으로 늘어난 수익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할 수 있다.

이와같은 명쾌한 분석과 경영이념을 접하게 되면, 그는 단순히 주식투자로만 부를 일구어낸 인물이 아님을 알게 된다. 명불허전. 워런 버핏은 CEO로서도 월등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시각으로는 규명할 수 없는 --세기에 한 번 나올 정도로-- 새로운 타입의 경영자다.

이어지는 설명에서 저자는 인수합병--자사주 매입의 적절한 시기, M&A로 인한 주식의 희석 등--에 대한 깊은 통찰과 경영자에게 주어지는 스톡옵션의 허구를 낱낱이 파헤지고 있다. 더불어 시장가격을 바라보는 그의 견해와 내재가치에 대한 개념이 나온다. 이 부분도 잘못 알려진 내용이 있으므로 확인이 필요하다.

자신의 능력을 확장하여 더 나은 투자자, 진일보한 경영자가 되고 싶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라.

 

 

찰리와 나는 오랫동안 데이비드 오길비의 다음 조언을 따랐다.

★ 젊은 시절에 괴짜가 되라. 그래야 늙었을 때 사람들이 노망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 우리가 우리보다 못한 사람들을 뽑는다면, 우리 회사는 난쟁이들이 모인 회사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보다 나은 사람들을 뽑는다면 거인들이 모인 회사가 됩니다.

 

케인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문제는 새 아이디어가 아니라 낡은 아이디어를 버리지 못하는 데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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