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퍼 이펙트: 무엇이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가 10
The Lucifer Effect : Understanding How Good People Turn Evil

필립 짐바르도 Philip George Zimbardo 저 / 이충호, 임지원 공역 / 웅진지식하우스

 

수감자가 가해자로, 교도관이 피해자로, 그리고 변명과 정당화.
실험전에 연구진들은 기초 환경 조사를 실시했다. 실험참가자들이 평소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실험 후에 비교분석하기 위해서다. 이 중에서 입감자들 사이에서 가장 악명이 높았던 교도대원의 경우를 살펴보자. 그는 피험자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으며, 상당히 복잡한 성격을 갖고 있다.

단칼이 보건데 아마도 경험 미숙이 그를 더욱 극단적으로 몰고갔음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조사에서는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측면으로 나뉘어 설문이 행해졌다. 그 중에서 다음의 2가지 질답은, 절대 권위가 한 개인에게 주어졌을 때, 이를 어떻게 악용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 질문 : 사람들은 당신의 어떤 점을 가장 좋아하지 않습니까?

◈ 대답 : 멍청함을 참아내지 못하는 성격, 내가 찬성할 수 없는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무시하는 점. 지나친 자신감.

 

▣ 질문 : 교도관보다 수감자 역할을 맡고 싶다고 적은 이유는?

◈ 대답 : 사람들이 교도관을 미워하기 때문.

 

첫 번째 대답에서 선견지명을 얻을 수 있겠다. 모든 사람에게 내재하는 이기심, 즉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심리다. 자신의 기준에 --종교, 정치 성향, 인종, 가치관, 신념 등등-- 부합되지 않는 사람을 무시한다는 것은, 언제든 상황이 나쁜 쪽으로 전개 되면 그 대상을 제거하려고 한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의 역사에서 수없이 반복되어 온 역겨운 행위다. 두 번째의 대답에서는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예컨대, 학대 받고 자라난 아이가 나중에 커서 가학적인 사람이 된다든가, 아니면 반대로 학대 당하는 피해자로 바뀐다는 사실과 연관이 있다.

 

 

이 가장 악질적인 교도대원과 단식 투쟁을 벌인 수감자가 --그리하여 도덕적인 우위를 점했던-- 한 자리에 앉게 되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 교도관 역할의 피험자 : 카키색의 제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곤봉을 손에 들게 되면 정말 교도관이 되어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구요.

▣ 수감자 역할의 피험자 : 그 사실이 나를 괴롭힙니다. 아시겠어요? '괴롭혔다'도 아니고 현재 시제로 지금 나를 괴롭히고 있다구요.

 

◈ 교도관 역할의 피험자 : 그게 어떻게 당신을 괴롭혔다는 겁니까? 아니, 어떻게 괴롭힌다는 거지요? 사람들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괴롭다는 말입니까?

▣ 수감자 역할의 피험자 : 그래요. 그것은 내가 직접 경험해본 적이 없는 어떤 사실을 일깨워줍니다.....그리고 나는 당신이 사실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 교도관 역할의 피험자 : (웃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내가 좋은 사람인지 어떻게 알죠?

▣ 수감자 역할의 피험자 : 알아요. 나는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아요. 나는......

 

◈ 교도관 역할의 피험자 : 그렇다면 왜 나를 증오하지요?......만일 당신이 나의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겠습니까?

▣ 수감자 역할의 피험자 : (천천히 한 음절 한 음절 힘주어 발음하며) 모르겠어요. 내가 어떻게 할 거라고 말할 수 없어요.

 

◈ 교도관 역할의 피험자 : 당신이라면.....

▣ 수감자 역할의 피험자 : (그의 말을 자르며) 아마 당신만큼 그렇게 풍부한 창의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맡은 일에 당신처럼 그토록 상상력을 불어 넣지는 못할 거라구요. 내 말 알겠어요?

 

◈ 교도관 역할의 피험자 : 그래요 나는.......

▣ 수감자 역할의 피험자 : (또다시 그의 말을 자르며, 그는 자신의 새로운 권력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저도 교도관의 모습을 보였겼지요. 하지만 당신과 같은 궁극의 교도관이 되지는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 교도관 역할의 피험자 : 도대체 뭐가 그렇게 상처가 되었는지 모르겠군요. 그래요. 당신들에게 굴욕을 안겨주었죠. 그것은 나의 픅별한 작은 실험의 일부였어요. 나 자신이 어디까지.......

▣ 수감자 역할의 피험자 :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당신의 작은 실험이라고요? 그게 뭔지 좀 말해보십시오.

 


 

◈ 교도관 역할의 피험자 : 나는 그 상황에서 사람들이 언어적 학대를 어느 수준까지 견딜 수 있는지, 어느 수준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반발하고 나에게 반격해 올지를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무도 나에게 그만하라고 말하지 않은 것을 보고 나도 놀랐죠.............그저 내가 하는 말을 고분고분 받아들였어요.

'옆에 있는 사람에게 더러운 인간쓰레기라고 말해라' 고 시키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했어요.....그 상황에서 수감자들은 한 몸으로 움직여야 하지 않나요?......그건 나에게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내가 수감자들을 학대하기 시작했을 때 왜 누구 하나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거죠?"

 

과연 왜 였을까? 여기서 상황을 정리해보자. 이 교도관 역할을 맡았던 사람은 지금 자신을 정당화 하고 있다. 수감자들이 그에게 저항했을 때 어떻게 행동했는가? 멈추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폭압적으로 권력을 휘둘렀다. 대체 언제까지 어느 정도까지 저항을 해야만 그만두겠다는 말인가?

그 대상이 죽어버릴 때까지? 그리고 나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할까? 아니다. 쉽게 잊어버리고 아무런 죄책감 없이 그런 행동을 계속 할 것이 분명하다. 이제까지 독재자가 스스로 권력의 자리에서 물러난 예는 전혀 없다는 것을 상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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