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퍼 이펙트: 무엇이 선량한 악하게 만드는가 7
The Lucifer Effect : Understanding How Good People Turn Evil

필립 짐바르도 Philip George Zimbardo 저 / 이충호, 임지원 공역 / 웅진지식하우스

 

남겨지면 무너진다.
4일째.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는 입감자가 나타났다. 연구의 총책임자는 어쩔 수 없이 그를 실험에서 제외하려고, 즉 석방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상황에 대해 짐바르도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이제 내가 보기에도 그는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의 부모가 면회를 다녀간 이후로 점점 깊이 우울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는 어쩌면 부모님이 아들을 데려가겠다고 강경하게 나서주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아마도 자신의 남성성이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이 상황을 '남자답게' 견뎌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아뭏든 그가 교도소를 떠나자마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마치 도미노 현상처럼 여러 수감자들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나 석방자와 같은 감방을 썼던 동료의 충격은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나중에 그는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나는 가석방에 대한 희망을 품었다. 그런데 000번이 가석방되고 나는 탈락했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나락에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 소식은 나에게 깊은 절망을 안겨주었다. 곧 나의 정신이 산산조각나버렸다."

이 사건은 재소자들에게 좌절감과 함께 분열을 일으킨 결과가 되었다. 생각해보라. 폭압속에서 같은 괴로움을 당하던 동료였다. 알게모르게 서로를 보면서 이 힘든 상황에 대처하고 있었다. 이렇게 고통을 공유하던 동료 한 사람이 하늘에서 내려온 동앗줄을 잡고 교도소를 떠났다.

반면에 자신은 홀로 남아서 이 지옥과 다름없는 생활을 버텨내야 한다. 갑자기 기댈곳이 없어졌으니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의 암울한 사실을 환기시켜야 하겠다. 첫째는, 앞서서 지배력을 놓고 교도대원들이 암투를 벌인다고 했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승패가 갈렸다. 승자는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었으며 패배자들은 자연스럽게 보스의 명령을 따랐다. 특히나 패자 중 일부는 두목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받쳤다.

그들은 왕초의 비위를 맞추고 아첨을 일삼았다. 반면에 입감자들에게는 더욱 잔인하게 행동했다. 두번째로, 교도원들이 형무소 밖에서는 초라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게 된 이후로 이 충복은, 점점 인간성을 상실해가게 된다.

그는 다른 교도대원들에게 자신이 '친구의 아내를 유혹했다' 는 사실을 자랑삼아 떠들어 댄 것이다. 교도소 실험 이전까지는 그의 마음속에 숨겨두었던 욕망을 결코 드러내지 못했었다. 짐바르도의 말에 의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절대권력으로부터 오랜 절친을 배신할 용기를 얻었건 것일지도 모른다.

이 복잡한 성격을 가진 교도대원의 심리를 좀더 추적해보자. 그는 근무일지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나는 다양한 번호들(그가 수감자를 '번호'라고 부르는 데 주목하자. 이는 입감자들의 인격을 노골적으로 짓밟는 탈개인화의 극치다)의 특징적인 성격을 파악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정보를 오직 감옥 안에서 그들을 괴롭히는 데 사용하려고 시도했다."

제복을 입은 그는 딴 사람이 되어버렸다. 평소의 선량한 개인이 아니게 되었다. 그의 모순적인 행동이 이어진다.

"그가 구멍 안에 더 오래 있는 것이 걱정되어 견딜 수 없었다. 나는 다른 교도관과 논쟁을 벌였고 그 다음 조용히 수감자를 그의 감방으로 돌려보냈다."

다른 수감자의 증언을 통해서 그의 행위가 진심이었음을 알 수 있다.

"....나에게 000번이 밤새 독방에 머무르지는 않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다른 이들이 다 잠들면 곧 그를 꺼내줄 것이다' 라고 작은 소리로 말하고는 다시 거친 교도관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그것은 마치 태풍의 눈 속에서 누군가와 솔직하게 진심 어린 소통을 나누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악마가 되어가는 심리 변화.
여기서 상황을 한번 정리하고 가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교도대원 역할을 맡은 사람의 심리는 점점 가학적으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한 교도관의 근무일지를 들여다보면 이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첫째 날.

".....내가 머리를 기르는 이유도 사람들이 나를 실제와 다른 이미지로 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나는 수감자들이 나의 외모를 보고 조롱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나름대로 전략을 세웠다. 일단 수감자들이 무슨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그들에게 웃음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나는 선글라스를 점검하고 곤봉을 손에 들고 걸어 들어갔다. (곤봉은 힘과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나는 입을 굳게 다물어 약간의 찌푸린 표정을 지었다. 누가 뭐라 해도 그 표정을 고수할 생각이었다....... 감방 앞에 멈추어 서서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수감자에게 말했다. '뭘 보고 웃는 거지? 그가 말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교도관님.' '아무것도 아닌지 어디 두고 보자.' 걸어 나오면서 나 자신이 바보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둘째 날.

"...사람들이 나의 제복을 알아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봐,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보라구!' 하는 마음이.....시간이 흐르자 나는 곤봉을 가지고 벽과 의자와 쇠창살을 두드리는 버릇이 생겼다. 그것은 나의 힘을 보여주는 몸짓이었다."

셋째 날.

"수감자들에게 면회 때 교도소에 대한 불만을 말했다가는 면회가 당장 중지될 것이라고 경고한 다음......이것은 내가 즐기게 된 교묘한 힘. 권력을 마구 휘두를 수 있는 기회였다. 부모와 수감자가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나는 탁자 끝에 걸터앉아 발을 앞뒤로 흔들면서 나의 진심과 엇나가게 행동했다......헬맨(동료 교도관)과 나는 서로 존경하면서도 싫어한다. 교도관으로서 그는 사람을 제대로 괴롭힐 줄 안다. 그런데 그 점이 나를 괴롭히게 한다."

넷째 날.

"심리학자(실험 관계자)가 상담실을 나가기 전에 내가 수감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눈을 가린 것에 대해 안 좋게 이야기했다. 나는 화를 내면서 보안을 위해 필요한 조치이며 어쨌거나 그것은 내 업무이니 상관하지 말라고 대답했다."

다섯째 날.

"나는 계속해서 고집스럽게 모든 명령을 과잉으로 수행하는 000를 괴롭혔다.....특별한 벌을 주었는데 그 이유는 그가 하려고 하섰던 탓도 있지만 단순히 그가 싫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새로운 수감자가 먹기를 거부한 것이었다.......우리의 권위에 위기가 닥쳤다. 이런 반항적인 행동은 잠재적으로 우리가 수감자들에게 휘두르고 있는 전적인 권력을 침식해 들어갈 수 있다.

우리는 수감자들의 결속을 흔들어 놓기로 했다. 그래서 새로 들어온 수감자에게 만일 그가 음식을 먹지 않는다면 다른 동료둘이 면회 기회를 박탈당할 것이라고 말했다.....나는 그에게 억지로 음식을 먹이기로 결심했다.......나 자신을 증오했다. 그러나 먹지 않고 버티는 그 녀석을 더욱 증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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