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퍼 이펙트: 무엇이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가 1
The Lucifer Effect : Understanding How Good People Turn Evil

필립 짐바르도 Philip George Zimbardo 저 / 이충호, 임지원 공역 / 웅진지식하우스

 

누구나 악마 그 이하가 될 수 있다.
독후감을 작성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인간 본성의 어두운 부분을 되새김해야 하니까. 조금 멀리는 나치의 유태인 학살, 최근에 이르러서는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Abu Ghraib) 형무소의 민간인 학대 사건. 어떻게 같은 인간으로 이렇게 잔혹무도한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

어떻게 해서 평범한 사람들이 악마적으로 변해가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이러한 의문에 답을 해주는 것이 바로 이 책, 루시퍼 이펙트다. 스팬퍼드 교도소 실험(SPE = Stanford Prison Experiment)으로 더 알려져 있는데, 2001년과 2010년에 각각 독일과 미국에서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다.

 

 

엑스페리먼트(The Experiment)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졌으며 나는 두 편을 모두 보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두 손이 불끈 쥐어지며 분노와 증오에 휩싸이는 나 자신을 자각하였다. 영상이 주는 시각적 효과는 참으로 강렬하다.한 동안 우울한 감정에서 헤어나기가 어려울 정도로 상당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더구나 분별심이 강해지는 나이 인지라 그 효과는 더욱 증폭되어 버린다. SPE의 실험 내용은 간단하다. 평범한 사람들을 수감자와 교도관으로 역할 분담 시키고, 폐쇄된 장소에서 2주일을 보내면 급료를 주게 된다. 물론 실험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모두 성인이며 어떠한 조작이나 강압도 없었다.

모두의 동의를 얻었으며,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이 실험을 그만 둘 수 있었다. 그런데 인간이란 얼마나 얄팍한 존재인가? 단 이틀만에 보통의 소시민들이 공격성을 드러내면서 악마적으로 바뀌어간다. 더욱 믿을 수 없는 것은, 이 실험을 주재한 관계자들조차도 자신들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점점 폭력에 동화된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이 책의 저자이며 연구의 총책임자인 필립 짐바르도(Philip George Zimbardo)는 피해망상까지 겪으면서 실험을 강행하려고 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실험은 5일만에 중단이 된다. 이 과정에서 정말로 기가막힌 것은 그 어느 누구도 실험을 그만려고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수감자 역할을 맡아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마저도 이 연구가 계속되기를 원했으니 참으로 어이가 없고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이와 같은 폭력에 희생되어가면서 도대체 왜?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하지 않을까? 게다가 필자를 더욱 화나게 만드는 것은, 이 실험중단이 제 3자의 개입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만약, 다른 관찰자가 없었다면 이 실험이 어떻게 끝났을지 끔찍하기만 하다. 아니, 과연 끝이 났을지조차 의문이 든다. 그렇다. 한번 시스템이 작동되면 그것은 기묘한 생명력을 갖고 그 관성을 계속 이어나가려 한다. 그리고 그 어느 누구도 멈추는 것을 원치 않는다. 파국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한 개인에게 또는 소수에게 절대권력이 주어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어느 순간 일정한 선을 넘어버리고 만다. 아무리 선하고 독립적인 개인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환경에 의해서 사람이 바뀐다. 그것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말이다. 처음에는 아닐지라도 서서히 괴물이 되어간다는 얘기다.

때문에 외부의 시선, 다른 관찰자의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 개개인은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를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왜 당시에 그렇게 행동했을까? 그때로 돌아가면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 아무리 마음을 다부지게 먹더라도 막상 그런 상황에 떨구어지면, 이전과 같은 행위를 반복하게 된다.

인간이란 존재는 애초부터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전무하다시피하다. 몰입된 상태에서는 피아를 구별하지 못한다. 일찌기 구스타브 르봉도 군중심리에서 이와같은 인간의 약점을 간파하지 않았는가?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Eichmann in Jerusalem' 이라는 책에서 악의 평범성을 말하고 있다. 스탠리 밀그램은(Stanley Milgram) '권위에 대한 복종Obedience to Authority' 에서 인간 내면의 어두운 폭력성을 증명하고 있다.

 

 

개인의 기질을 압도하는 것이 시스템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범죄와 폭력을 대하는 방식은, 각 개인의 기질적인 문제라는 접근이다. 즉, 악인은 태어날 때 부터 그렇게 결정지워졌고 선한 이는 원래부터 착하다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모든 법과 제도는 이와 같은 기반위에 세워졌다. 바꿔 말해 선악의 이분법적인 구분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몇몇 의미있는 연구결과는 이와 같은 흑백논리가 명백하게도 잘못이라고 말한다. 이 관점에 따르면 인류는 상황에 따라서 충분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죄의식도 없이 악을 저지를 수 있는 존재다. 따라서 선량한 사람을 악하게 만든 시스템, 주변 환경, 시대적 상황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개인의 특질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비록 나는 상황이 발휘하는 힘을 강조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자신의 행동을 의도적인 방식으로 조종할 수 있으며......분별있고 비판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개인의 힘 역시 중요하게 여긴다. 사회적 영향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고 우리들 중 누구도 이 미묘하고 침투성 강한 힘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권력자, 집단의 역학, 설득적 호소, 순응 전략에 쉽게 영향을 받는 대신 현명한 소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류사에 있어서 대량 학살의 예는 흔하게 나타나는데, 그 모두가 절대권력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악의적으로 이루어진다. 권력을 잡은 세력은 선전 전문가를 이용해 타자에 대한, 이민족에 대한 증오를 키운다. 바꿔 말해, 그들을 국가의 안보와 개인의 안녕을 위협하는 괴물로 둔갑시킨다. 즉, 말과 이미지를 통해 사람들을 세뇌시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심리적 과정을 비인간화(dehumanization)라고 정의한다. 비인간화는 우리의 마음에서 도덕성을 몰아낸다. 그리하여 타자에게 상상할 수 없는 잔혹하고 끔찍한 일을 저지르도록 만든다. 나치의 괴벨스는 유태인을 '박멸시켜야 할 기생충' 으로 규정했고, 선전선동을 통해 사람들을 세뇌시켰다.

그리고 아이히만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독가스로 수백만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다. 이처럼 슬로건과 적대적인 상상력이 결합되면 누구라도 악마, 그 이상이 된다.

 

그러면 이제부터 루시퍼 이펙트를 심도있게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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