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 / 박정태 역 / 굿모닝북스
Conservative Investors Sleeps Well - Phillip A. Fisher

 

 

"나는 모든 노력을 장기간에 걸쳐 큰 이익을 얻는 데 쏟기로 했다."
-- 내 투자 철학이 큰 틀을 갖추게 된 시점에서

그 이전까지 나는 모든 고객을 상대했다. 투자액의 크기는 상관이 없었으며 투자 목적도 제각각이었다. 그런데 내 사업의 핵심은 수 년간 평균 이상의 성장을 이어갈 특별한 기업을 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 투자 금액이 큰 소수로 고객을 제한했으며, 그 목적도 오로지 성장주에 집중할 수 있는 투자자로 범위를 좁혔다.

 
저자의 투자관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말이다. 피셔도 한 때는 시장 타이밍을 노리고 단기매매를 했다고 한다. 수익률도 꽤 좋았다. 하지만 단타를 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노력을 들였고, 이러한 에너지를 다른 데 쏟았다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낳았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장기적으로 --몇 년 이상씩-- 보유한 주식의 투자 수익에 비하면 단기매매의 리스크는 매우 커서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또한 트레이딩의 속성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아주 영리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세 번쯤 연속해서 성공을 거두면 네 번째는 큰 손실로 연결된 가능성이 높다"

단칼 또한 깊이 공감한다. 노력에 비해 얻는 열매가 적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짜릿함을 추구하는 도박 본능이 있다. 이를 너무 억누르면 스트레스가 심해지므로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초보자들에게 이를 납득시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투자의 대가 조차도 그랬으니 말이다. 많은 경험을 쌓게되면 저절로 터득하게 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단기 거래를 하겠다면 소액으로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트레이딩 계좌를 따로 만들어라. 그 다음 남은 것은 그대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즉, 두자릿 수의 수익이 나면 팔고 한 자릿수의 손실이 발생하면 빠져나오는 성인용 놀이.

 

 

 
자, 그럼 본격적으로 피셔의 투자론을 들여다보자. 이 책은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앞선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에서 집대성한 내용을, 구체적인 투자 실례를 들어가며 깊이 있게 파고드는 작업이다. 2부는 '나의 투자 철학 Developing an Investment Philosophy' 으로 꾸며져 있다.

이 모든 내용을 소개할 수는 없고, 1부에서는 가장 본질적인 요소인 수익(매출액)에 대해서 살펴보자. 다각도에서 바라보는 그의 시각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매출은 평범한 수준을 뛰어 넘은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평균 이상의 수익성 --예상할 수 있는 장래의 기간 동안-- 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

평균을 넘는 이익은 성공 투자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투자 원금을 보전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이 성장하는 데는 여러 부문에서 많은 자산을 필요로 한다. 즉, 신제품 개발을 위한 실험이나 시장 조사, 시험적인 마케팅, 설비 확장에 필요한 각종 직간접 비용등이 그것이다.

이와 같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모든 지출을 감당기 위해서는, 평균을 초과하는 수익이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입풀려의 시대에는 순이익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수익성은 두 가지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방식은 ROI(투하자본 수익률 = Return On Invested assets)를 통한 평가다.

이 지표는 설비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된다. 즉, 신제품이나 신공정을 도입하는데 자본을 투입할 경우 기대되는 수익률은 몇 퍼센트인가? 또한 같은 금액을 다른 곳에 투자했더라면 거둘 수 있는 수익률보다 얼마나 높은가? 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 세계에서는 평균 이상의 순이익률, 혹은 높은 투하자본 수익률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어떤 기업이 장기간에 걸쳐 이 같은 목표를 실현할 경우, 불가피하게 잠재적인 경쟁업체들이 몰려들게 된다. 때문에, 이들이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기존 기업의 이익은 잠식당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은 경쟁자를 따돌리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첫째는 독점이지만 대개는 불법인 경우가 많으며, 특허권 등으로 보호 받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든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으므로 투자자의 안전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두 번째 방법은 경쟁업체가 뛰어들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매우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장기간에 걸쳐 높은 순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특징은 '규모의 경제' 가 될 것이다. 쉽게 말해, 생산규모가 클 수록 소요되는 비용이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업종으로 자동차나 조선, 석유 화학 플랜트, 반도체나 제철소 등을 말한다. 이러한 사업은 초기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그렇지만, 일단 대규모 생산이 시작되면 후발 주자는 쉽게 진입할 수 없는 장벽이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어떤 기업이 업계의 확실한 선두주자가 되면, 최고 경영진이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 결코 1등 자리를 내주지는 않는다.

일부 투자 이론에서는 업종내에서 2위나 3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게 유리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은메달이나 동메달은 최고의 자리로 올라설 수 있지만, 이미 금메달을 차지한 기업은 떨어질 수 있기 때문' 이라는 게 이들의 논거다. 하지만 실증적으로 드러난 자료를 살펴보면 이런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컴퓨터 시장에서 IBM의 1등 자리를 노리고 수많은 경쟁업체들이 뛰어들었지만, 다른 기업체의 전산 담장자들 대부분이 동사의 컴퓨터와 주변기기를 가장 먼저 추천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경쟁기업에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심지어는 경쟁자의 제품이 더욱 저렴하고 더 좋다고 생각한 구매 담당자들 조차도 그렇게 했다.

이들은 나중에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을지라도, 자신이 IBM의 상품을 추천했다면 결코 비난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반면, 중소기업의 컴퓨러를 매입했는데 나중에 잘못 되면 해고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기술 분야에서 이미 확실하게 자리잡은 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규모의 경제가 대단히 높은 수익성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 또한, 투자 대상 기업으로서 매우 우수하다는 점을 뒷받침 하는 요인도 아니다. 마케팅과 영업 분야에서 높은 순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

가령 어떤 회사는 고객들로 하여금 거의 자동적으로 자사 제품을 다시 사도록 하는 습관을 만들기도 한다. 이는 경쟁자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는 것은 비경제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는 데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모두 충족돼어야만 한다.

우선 물품의 질과 신뢰성이 뛰어나다는 명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 이것은 소비자들이 (a) 적절한 구매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b) 다른 물건은 품질이 떨어지거나 제조상의 하자로 인해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c) 어떤 경쟁업체도 시장의 작은 부분밖에 차지하지 못해, 대중들이 해당 제품의 유일한 공급자라고 생각할 정도가 돼야 한다.

이와 동시에 이런 상품의 가격은 고객들이 전체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의 아주 작은 부분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경쟁기업의 --인지도가 낮은-- 제품을 싼 가격에 구입해 봤자 큰 이득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싼게 비지떡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환경을 모두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매년 평균 이상의 순이익률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큰 폭의 이익률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한 두 번째 전제조건은 소수의 대규모 거래처가 아니라 다수의 고객과 판매처를 가져야만 한다는 점이다.

이상의 여러가지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기업은, 마케팅을 통해 평균 이상의 순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기술적인 큰 변화가 나타나서 --혹은 앞서 언급했던 기업 자체의 효율성에 급격한 저하가 일어나서-- 선도적인 지위를 잃지 않는 한, 평균을 초과하는 이익률은 무한정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부류의 기업들은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시장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이 보여주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기술에 관한 세미나를 자주 개최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설명회는 시장에서 선발주자로서의 위상을 확보한 기업에게는 매우 유용한 마케팅 수단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평균을 넘는 ROI나 수익률이 해당 업종의 일반적인 수준보다 몇 배씩 높을 필요는 없다. 이익률이 엄청나게 크다고 해서 그 기업의 주식이 대단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과도한 이득은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

달콤한 꿀단지를 조금이라도 차지하기 위해 여러 회사들이 달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시장 지배력이 월등하면서도, 2위권의 경쟁업체에 비해 2 ~ 3% 정도의 높은 순이익률을 유지하는 회사가 있다면, 이런 기업이 훨씬 더 나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핫 초코 한잔 마시고 잠시 숨돌리고 가자. 2부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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