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 행운에 속지마라. Fooled by randomness

나심 니콜라스 탈렙 Nassim Nicholas Taleb 지음 - 이건 옮김 - 중앙북스

 

 

인간은 적대감에 대해 적대감으로 대응하도록 만들어진 존재다.
나는 인생의 양념으로 삼기에 충분할 만큼 적이 많지만, 가끔 적이 더 많기를 바랄 때도 있다.

분노를 퍼부을 적이 하나도 없다면 인생은 참기 어려울 만큼 따분해질 것이다.

 

어떤 행위의 결과에서 운세와 실력을 가려내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모집단의 크기를 알면 이것이 운수 때문인지 아니면 내공에 의한 것인지를 간파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생존편의는 분석대상의 규모에 좌우된다.

예를 들어, 5명으로 구성된 펀드매니저 중에서 10년 연속으로 높은 수익률을 달성한 사람이라면 '위대한' 이라는 칭호를 붙일 수 있다. 그러나, 20만 명 중의 1인 이라면 결과를 무시해야 한다. 그러면서 이해를 돕기 위해 아주 간단한 사기 수법을 예로 든다.

1월 달에 당신은 시장이 상승할 것이라는 익명의 편지를 받는다. 거기에 적힌 대로 주가는 오르지만 그러려니 하고는 넘어간다. 2월 달에도 서한이 도착하는데 이번에는 하락을 한다고 명시되어 있고, Mr. Market은 정말로 내리고야 말았다. 이어서 3월 달에 받은 이메일을 통해서도 주식시장의 방향을 정확하게 맞추고야 만다.

이런 식으로 7월을 맞이하고 그 익명의 존재는 고수익을 약속하는 투자방안을 제시한다. 당신은 모든 재산을 털어서 그에게 맡긴다. 하지만 두달 뒤에는 투자액을 몽땅 날렸음을 알게 된다. 어떻게 된 것일까? 속임수는 다음과 같다. 사기꾼은 전화번호부에서 1만 명의 이름을 고른다.

이 표본의 절반에게는 강세장을 얘기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약세장을 말한다. 다음 달에는 예측이 맞았던 5,000명 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서신을 보낸다.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는 약 300인 정도로 명단이 줄어들며, 이들 가운데 100명 정도가 사기에 희생된다. 이 비상한 머리의 협잡꾼은 겨우 우표값 만을 들이고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이다.

 


 

이것을 주식지상에 대입해보자. 모집단의 숫자는 평범한 기업 1만 개로 시작한다. 첫해가 지나면 5천개는 스타가 되고, 나머지는 '개' 로 전락한다. 3년 뒤에는 1,250개만 남고 5년 후에는 대략 300개 정도로 정리된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금융시장에서는 매수추천이 봇물처럼 터진다.

초보자는 이들 중 한 두개의 회사에 몰방(沒放 = 폭발물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일 = 주식시장에서는 한 종목에 올인하는 것을 뜻함) 한다. 그러나 펀드매니저는 목록에 있는 모든 주식을 산다.

 

투자자산의 종류를 선정할 때에도 이와 같은 추론을 적용할 수 있다. 1900년대로 돌아가서 수백 가지 투자 대안을 놓고 고심한다고 가정해보자. 아르헨티나, 제정 러시아, 영국과 독일, 기타 등등 많은 선택의 기회가 있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당시의 신흥국이었던 미국을 포함하여 분산투자를 했을 것이다.

이후의 역사는 알려진 대로다. 영미 금융시장은 대박을 냈지만 러시아의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어 버렸다. 이와 같이, 실적이 좋았던 나라들은 초기 모집단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운이 작용하여 몇몇 나라만 탁월한 실적을 올렸던 것이다. 시장에는 늘상 상승장만을 외치는 멍청이들이 있다.

어느 시점에서든 20년 동안 투자를 하면 반드시 수익을 내 준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는 생존편향을 고려하지 않은 헛소리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표본을 보면 분포의 속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친 시험은 행운의 효과를 걸러내게 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평균회귀의 법칙이 적용된다.

 

뛰어난 자산운용사라 할지라도 오랜 시간에 걸쳐서는 평범 이상의 성과를 내기가 몹시 어렵다. 오늘날 세계 경제는 사상 최대의 황소장(상승)이 진행되고 있으며, 20년 동안 자산 가격이 천문학적으로 상승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주가지수도 1982년 이후 거의 20배로 뛰었다.

이상의 이유로써,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절로 --자산 가격 상승으로-- 부가 증대되었다. 바꿔 말해, 자산 입풀려(인플레이션) 때문에 부자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성공을 행운의 덕택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실패는 운이라고 치부하면서도.....

 

 

마지막은 행동경제학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탈렙은 지난 200년 동안 경제학적 사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두명의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 라고 극찬한다. 저자가 칭찬하는 인물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아뭏든 이 두 인물에 의해서 현대에는 인간의 감정과 뇌에 대한 연구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의 신경생물학자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이들에 의하면 인간의 두뇌는 세 가지라고 본다. 가장 오래된 것은 파충류의 뇌로서 심장박동을 관장하며, 다른 동물도 모두 갖고 있다. 변연계邊緣系는 감정의 중심이 되며 포유류도 갖고 있다.

신피질新皮質은 인지뇌라고도 하며 영장류와 인간을 구분해준다. 여기서 매우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해 볼 수 있다. 누군가의 두뇌에서 변연계를 제거하여 오직 감정만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고 하자. IQ와 다른 기능은 모두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궁극적이며 순수하기 그지없는 합리적인 인간이 등장한 셈이다.

 

그런데 이 실험에서 매우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완벽하게 비감정적인 사람은 아주 단순한 결정조차도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날 수도 없었고, 이리저리 재기만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 모든 면에서 정면으로 배치된다.

다시 말해, 감정이 없으면 인간은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감정이 차단된 대뇌피질은 많은 변수를 놓고 최적화 작업을 수행할 때, 아주 단순한 판단을 내리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런 지연사태를 막아 주는 것이 바로 변연계의 역할이다.

즉, 감정(변연계) ⇒ 설명(신피질)의 고속도로를 찾아낸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자신을 속이고 합리화 하도록 만들어진 생명체다. 그러므로 현대포트폴리오 이론이나 효율적 시장가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합적인 인간이란 존재할 수 없다.

이런 터무니없는 생각은 사람들을 오도하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우리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감정과 이성 두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탈렙은 참으로 개성 넘치는 인물이다. 글쓰는 스타일과 논리의 전개에 있어서도 독특하기 그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네트워크가 확장되는 동시에 3D로 촘촘히 얽히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그의 주장을 소개하면서 마친다.

 


 

 

★ 감정이 활동을 시작하면 지성은 뒤로 물러난다. 따라서 현실 세계에서는 우리의 합리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자기계발서들은 대개 무익하다. 아무리 현명한 조언이나 감동적인 설교라도 우리 본성과 어긋날 때는 곧바로 묻혀버리고 만다.

회의적 경험론자로서 나는 세상 누구보다도 도덕가를 경멸한다. 효과도 없는 기법을 그들이 왜 맹신하는지 나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

 

★ 나는 정제된 생각을 선호한다. 이는 오랜 기간 시장에서 경험을 쌓은 투자자나 트레이더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투자분야에 가장 잘 적응한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가장 나이가 든 사람들이었다. 이는 아마도 희귀 사건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흥미롭게도 배우자 선택에 관한 진화론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발견했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여성은 건강하고 젊은 남성보다 건강하고 늙은 남성을 선호하는데, 이는 늙은 남성의 유전자가 더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백발은 생존 능력이 강화되었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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