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행운에 속지마라. Fooled by randomness

나심 니콜라스 탈렙 Nassim Nicholas Taleb 지음 - 이건 옮김 - 중앙북스

 

 

우리는 원래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애써 결함을 고치려고 수고할 필요가 없다.
인간은 결점이 많은데다 자연 환경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행운에 속지 않는) 두뇌와 (행운에 완전히 속아 넘어가는) 감정 사이에서
평생 치열한 싸움을 벌인 끝에 확신하게 된 사실이다.

 

이 책은 저자의 가장 최근작인 블랙스완을 있게 한 젊은 날의 도서다. 2002년에 '능력과 운의 절묘한 조화Fooled by randomnesw' 라는 제목으로 한국에 출판되었으나 번역이 형편없었다. 그러다가 2010년에야 비로서 제대로 된 번역본이 나왔다(2004년에도 개정판이 출간되었는데 껍데기만 바꾼것임).

작가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LTCM의 몰락으로 인해서다. 탈렙의 글쓰는 스타일은 앞선 글에서도 소개했지만 전혀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대로 말을 하고 적을 만드는 것에 구애받지 않으며, 편집자의 조언도 따르지 않는다. 날 것 그대로의 생각이 고대로 표출되어 있어 무척이나 흥미롭고 부럽기조차 하다.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꾸밈없는 글이 무척이나 반갑다. 필자가 숙독해 본 결과 그의 생각과 관점은 과거 10년전과 비교해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 어김없이 대적자에게는 분노의 감정을 드러내며 거침없이 상사를 비판한다. 물론 그 때문에 라이터가 날라오는 경험을 했지만 말이다.

 


 

이 책의 서평에서 단칼이 투자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것은 세 가지다. 첫째는 잡음과 정보를 구별해내기는 어려우므로 자신에게 한계를 설정하는 일이다. 두 번째는 생존편향(살아남은 것만 기억함)에 대한 내용이며, 마지막은 인간 행동의 비합리성을 인정하고 희귀사건에 대비하라는 것이다.

자, 그러면 먼저 소음을 차단의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자. 탈렙은 옵션 거래자로서 명성을 드높였지만 매일매일의 시세를 들여다보지는 않는다. 그 자신이 설정한 변동폭 이내라면 무시를 한다. 반면에 HTS 화면을 뚫어지게 들여다보는 트레이더는 제명대로 살기 힘들다. 개중의 일부는 타고난 정력을 바탕으로 게임을 즐기면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수명을 깎아 먹는 일이다. 실시간 주가확인은 --증권회사의 판매술에 넘어간-- 초보자들이 저지르는 흔한 실수다. 예를 들어보자. 수익률과 변동성이 각각 연 15%와 10%라고 해보자. 이 말은 1년 동안 이익이 발생할 확률이 93%라는 뜻이다. 그러나 시간 척도를 줄여서 1초 단위로 본다면 그 확률은 절반에 불과하다.

 

▼ 이를 도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시간 척도에 따른 성공 확률

▲ 위 자료에서 1일 이하의 짧은 시간대를 보자. 승률이 50퍼센트 수준에서 거의 변화가 없다. 따라서, 자신의 계좌를 매일 평가하는 사람들은 절반의 기쁨과 절반의 고통을 경험한다. 그런데 이러한 반절 확률은 ±로 상쇄되지 않는다.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손실의 아픔은 이익의 즐거움 보다 2.5배나 더 크다.

다시 말해, -10%의 손해는 +25%의 수익을 올려야면 겨우 본전이 된다. 이런 까닭으로 인간은 '벌은 것 보다는 잃는 것' 에 더 집착한다. 필자는 이러한 부분이 광신도 집단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단의 맹신자들이 사이비 교주에게 전 재산을 헌납하고 휴거를 기다렸다. 그러나 약속된 승천은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미망에서 깨어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예전보다 더 맹목적으로 못된 교조를 따랐다. 왜 그럴까? 진실을 인정하면 그 뒤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영에서 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이다. 앞이 보이지를 않는다.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에 벌어질 배신감과 절망, 분노와 증오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단기 매매자의 수명이 짧아지는 원인도 설명할 수 있다. 그들은 한시도 빠짐없이 가격확인을 하면서 자신의 일부분을 죽음으로 내몬다. 물론, 처음에는 인식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데미지가 축적되면서 어느 순간 한계에 도달한다. 권투 선수의 노년을 보라. 모두가 예외 없이 펀치 드렁크로 인해 심각한 질병을 겪고 있다. 만약, 투자자들이 1년에 한번만 실적을 확인한다면 --남은 투자인생이 20년이라고 할때-- 우리는 19번의 환희를 누리고 신음 소리는 단 1번만 내게 된다.

그렇다면 정말 수지맞는 장사가 아닌가? 이와 같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운의 속성을 이해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 뿐만 아니라, 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를 소음과 정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자. 1년에 한 번만 실적을 확인하면 잡음은 약 0.7개가 포함된다. 1개월 간격이면 2.32번의 노이즈가 끼어들고, 1시간으로 볼 때는 30회, 초단위로 내려가면 무려 1,797개의 잡소리가 나온다. 여기서의 소음은 각종 미디어에서 떠들어대는 아무 내용도 없는 허섭스러운 기사를 말한다.

언론의 표현은 단지 세상을 비현실적으로 묘사하는 정도가 아니라, 감정을 자극하여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고 이들을 철저하게 속인다. 따라서 아래와 같이 결론지을 수 있다.

 

◈ 시간 척도가 잛으면 실적이 아니라 변동성(편차)을 보게 된다.
그러므로 빈번하게 시세를 확인하지 말라. (무작위 사건을 너무 깊이 들여다 보면 심신이 탈진하게 되며 손실의 고통으로 감정이 메말라 버린다).

◈ 우리의 심리는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즉, 확률을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있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작가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정보에 접근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말 중요한 사건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그의 이목을 끌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생존편향이다. 나심은 말한다. "내가 시장에서 평생 벌여온 사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편향에 대한 베팅' 이다. 다시 말해서,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한 번 일어나면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블랙 스완(희귀 사건)으로부터 이익을 얻는다."

예를 들어, 옵션 매도의 90% 이상은 만기에 손실로 끝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10%에서 얻는 이익의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 만약, 매수 포지션 10퍼센트에서 얻는 이익이 평균 손실의 50배라면 옵션 매수는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런 희귀사건의 예가 1987년 주식시장 붕괴였는데, 이 덕에 그는 트레이더로서 성공했고 호사스럽게도 온갖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 자. 이런 일생일대의 기회를 누구나 잡을 수 있을까? 저자가 잡은 찬스도 어쩌면 요행이 작용했기 때문일 수 있다. 여기서 작가가 타인들과 다른 점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예상치 못한 --9.11 테러나 러시아의 모라토리움 선언, 가장 최근의 서브프라임 사태등등-- 검은 백조를 기다리면서 매 옵션만기일에 90%의 확률로 손해보는 베팅을 한다고 말이다. 투입하는 족족 돈을 날린다. 그렇게 10여년을 기다려서 대박을 맞을 수 있을까? 과연 이렇게 자산을 까먹는 일을 실행할 수 있을까?

탈렙이라도 자신의 돈을 걸고는 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객이 맡겨 놓은 자본이기에 가능했었던 일이다. 월스트리트의 격언에 이런 말이 있다. "큰 사업은 남의 돈으로 이루어진다."

지은이가 밝혔듯이 아무리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서 결론을 유추해 낸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그렇게 행동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잠시 쉬었다가 2부에서 다시 보자. 저자의 몇 가지 주장을 소개하면서 일단락 짓는다.

 

★ 행동과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리더가 되는 주요 이유는 그들이 가진 능력이 아니라 미세한 신체적 신호를 통해 전달하는 지극히 피상적인 인상이다. 이런 것을 오늘날에는 예컨대 '카리스마' 라고 부른다.

게다가 리더십은 일종의 정신병리(반사회적 성격장애)와 관계가 있어서, 자부심 강하고 무신경하며 눈 깜짝 안 하는 사람들이 추종자들을 끌어모은다는 기묘한 증거도 있다.

 

★ 사람들은 버핏이 억만장자이면서도 검소한 생활을 한다고 입을 모아 칭송하지만,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검소한 생활이 목적이라면, 버핏은 수도사가 되거나 사회사업가가 되어야 한다.

부자가 된다는 것은 순전히 이기적인 행위이지 사회적 행위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장점은 박애가 아니라 탐욕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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