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블랙 스완 The Black Swan

나심 니콜라스 탈렙 Nassim Nicholas Taleb 지음 / 차익종 역 / 동녘사이언스

 

 

나는 재정적 좌절이 전쟁보다 더 인간을 갉아먹는 사실을 퍼뜩 깨달았다.

재정적인 파탄과 그에 따른 열패감은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은 직접적으로 그런 행동을 유발하지 않는다)

 

나심의 주장은 계속된다. 그는 카너만과 트버스키의 연구 논문을 통해서 인간 행동의 불합리성을 밝히고 있다. 이 두 교수에 의해 태동한 행동경제학에 대해서는 단칼의 이전 글[3개의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 - 켄 피셔Ken Fishe, 제니퍼 추Jennifer Chou, 라라 호프만Lara Hoffmans 지음 / 우승택, 김진호 공역 / 비즈니스맵] 을 참고하라.

 

연구자들은 실험 대상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주고 그 발생 확률을 예측하게 했다.

   A : 1,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을 대홍수가 미국에서 일어날 확률.

   B : 캘리포니아에서 지진이 일어나 1,000명 이상이 죽는 가능성.

 

응답자들은 'A < B' 라고 답했다. 그들은 천재지변을 재난의 원인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B가 일어날 확률이 --직관적인 약식 판단에 의해-- 더 높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처럼 구체적인 예를 들어 '무엇무엇으로 인한....' 이란 표현은 인간의 감정을 자극하므로 발생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여겨진다. 바꿔 말해, 추상적인 정보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힘들다. 우리는 구체적으로 지칭되어야만 그것에 대한 원인을 인지할 수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테러는 끔찍한 장면을 연상케하여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한다. 그러나 이 보다 더 무자비한 살인자는 환경 오염이다. 일 년에 1,300만 명이 생존환경의 악화로 숨을 거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은 테러리즘에 더욱 분노하고 그 가능성을 과대평가한다.

 


 

탈렙은 이 책을 통해서 잘난체--그가 보기에는 헛똑똑이들-- 하는 인간들을 서슴없이 공격한다. 나심은 대인관계의 갈등에는 전혀 구애받지 않는다. 이와 같은 독특한 자아는 15세 때의 투옥 경험에서 비롯된다. 어린 나이에 철창에 갖힌 이유는 경찰을 향해 콘크리트 조각을 던졌다는 혐의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그의 할아버지가 내무부장관이었으며 데모를 진압하라고 명령한 장본인이었다. 이때 만약, 저자가 시위대에 공공연히 가담하는 대신 --다른 친구들처럼-- 몰래 숨어 있다가 들켰다면 분명히 말썽꾼 취급을 받았을 것이라 한다. 이를 계기로 작가는 남을 공격하거나 충돌을 빚는 일을 조금도 꺼리지 않고 몸소 행동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행위에는 뚜렷한 이득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마음의 평화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남들의 예상을 완전히 깨고 --동시에 정당성을 인정받으면서-- 어떤 사람을 고소하거나 적에게 한 방 먹이거나, 최소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입증할 수 있음을 과시할 수 있다면, 그때 우리는 여유롭게 주변에 마음을 열어 두고 느긋하면서도 용기 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이런 행동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어디일까? 범죄자들이 수감된 형무소다.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만 지분덕거리지 않는다. 여기만 그러할까? 주변을 둘러보라. 세상에 얼마나 많은 악다구니가 판을 치는가? 막무가내형 소인배들의 작태는 또 어떠한가?

 

 

글쓴이의 거리낌 없는 태도는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MPT = Modern Portfolio Theory)' 을 공중분해시켜 버린다. 그의 앞에 선 대적자 --노벨상 수상자인 해리 마코비츠와 윌리엄 샤프, 마이런 숄즈와 로버트 C. 머튼 등-- 들은 뼈도 추리지 못한다. 탈렙에 의하면 이들은 사이비 경제학자들이다.

특히나, 머튼과 숄즈는 당시에 천재들의 집합소라고 불리웠던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 Long-Term Capital Management' 의 설립자였다. 이 헤지펀드의 운용 논리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발생 가능성이 희박한 위험은 아예 배제를 해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1998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Moratorium = 돈 없어 못 갚는다) 선언과 같은 블랙 스완이 찾아오면 대처할 방법이 없다. 사실상 이들의 전략은 회사를 파산시키는 것과 다를바 없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로 인해 금융 시스템 전체가 붕괴될 위험에 처했었다는 점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국가적인 위기는 국민의 세금으로 메꾸게 된다. LTCM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러한 까닭으로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 얼토당토 않은 가설이 수명을 다 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인간이란 얼마나 부조리한 존재란 말인가?

오히려 MBA 마다 포트폴리오 이론을 가르치는 데 열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되게 웃기는 것은 이 논리에 '블랙-숄즈-머튼' 공식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실제 창안자는 '루이 바슐리에Louis Bachelier' 와 '에드워드 토프Edward O. Thorp' 등이었는데도 말이다.

이와 같이 인류는 왜곡과 자기기만을 일삼는 존재다. 우리는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렇게 태어났다.

노벨상 심사위원회는 MPT를 검증해 보았어야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러지 못했다. 현장 플레이어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았으며 --골수까지 썩어버린-- 학자들의 평가만을 기준으로 삼았다. 스웨덴 은행과 노벨 아카데미는, 이 가설에 상을 줌으로써 면죄부를 팔아버린 셈이 되었다.

 

 

탈렙의 일생을 바꿔 버린 두 번째 블랙 스완은 그의 동료로부터 우연히 찾아왔다. 작가가 지하철을 뛰어서 타려고 하자, 그 친구는 다음과 같이 만류했다. "나는 기차를 타겠다고 뛰지는 않아."

이 사건 이후 저자는 시간표에 맞춰 살겠다고 아둥바둥하지 않았다고 한다. 작가는 말한다.

"떠나는 기차를 쫓아가지 않게 되면서 나는 우아하고 미학적인 행동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았다. 놓친 기차가 아쉬운 것은 애써 쫓아가려 했기 때문이다."

이 구절을 읽고 나서 단칼 역시 느끼는 바가 있었다. 그동안의 게으른 내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우유부단한 성격에 게으르기까지 하다. 횡단보도의 녹색 신호등이 반짝거린다고 해서 달음박질치지 않는다. 정차해 있던 버스가 출발하려고 할지라도 결코 뛰어가지 않는다.

다음 번 시내버스를 타고 간다. 그것이 좋다. 오히려 사람이 적어서 더 편하게 갈 수 있다.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은 파렴치한 성추행범과 소매치기들이 날뛰는 곳이다. 여기에는 매너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인간들이 득시글 거린다. 특히나 환승역에서는 불쾌하기 짝이 없다.

내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누구에게도 방해되지 않게-- 걷느라면 어느 틈에 달려와 사람을 휘청 밀치고 뛰어간다. 겨우 20 계단 밖에 되지 않음에도 굳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겠다고 무례한 바디체킹을 일삼는 것이다. 게다가 사과는 커녕 오히려 언성을 높이면서 안하무인식 발악을 한다.

어디 그 뿐인가? 운전대만 잡으면 십진발광을 하니 이건 도대체 개선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말해 무엇하랴? 이런 상황에서 화를 내면 손해다. 인간 행동의 어리석음은 타고난 것이니 어찌하겠는가? 대신에 다음과 같은 말을 해주련다. "평생을 시간에 쫓기면서 지옥철에 시달리거라."

단칼은 신호등 따위에 뛰지 않는다. 그것은 나를 조급하게 만들지 못해. 나는 내 시간의 지배자.
I am a TimeLord. Yor are a Slave for 1 sec.

 

 

자.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다. 탈렙은 검은 백조를 알게 됨으로써 회의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가 주장하는 핵심은 눈을 감고 운전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우리의 출발점은 여기다. 언제나 준비되어 있을 것!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대비하고 있을 것.

우리는 극단적인 사건을 예외로 치부하여 양탄자로 덮어 버려서는 안 되며 오히려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나는 인간 지식의 진보와 성장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바로 그것 때문에-- 미래는 갈수록 예측이 어려워질 것이며, 인간의 본성과 사회 '과학' 은 이를 감추는데 데 진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 나는 마르크스나 애덤 스미스의 후예들과 견해가 다르다. 자유시장이 작동하는 것은 기술이 뛰어난 자에게 주어지는 보상 때문이 아니라 누구든 공격적인 시행 착오 끝에 행운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우리는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리하여 아는 것에만 지나치게 집착한다.

★ 인류는 흑조 출현에 대비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건은 블랙 스완이 될 수 없다. 다시 말해, 우리는'일어남직 하지 않은' 일을 걱정하고 있다. 기존의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희귀함이야말로, 심대한 충격을 몰고 오는 검은 백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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