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블랙 스완 The Black Swan

나심 니콜라스 탈렙 Nassim Nicholas Taleb 지음 / 차익종 역 / 동녘사이언스

 

 

안쓰럽게도 인간은 견해가 다른 타인에게서 대부분의 것을 배운다.
자신의 주장을 견고히 하려면, 나와는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때 우리는 내 논리의 약점뿐 아니라 반대자의 이론적인 한계도 알 수 있다.

 

Black Swan, 직역하면 검은 백조라는 뜻이다. 2008년의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너무나도 유명해진 단어다. 18세기 까지 서구인들은 '모든 백조는 희다' 라고 믿었다. 그런데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흑색 고니가 발견되면서 그동안의 상식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이와 같이 흑조의 출현은 매우 충격적이고 몹시 드문 현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과거의 경험에 의한 판단이 행동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이것이 바로 블랙 스완의 경고다.

 

저자에 따르면 세계는 '평범의 왕국' 과 '극단의 왕국' 으로 이루어져있다. 전자는 소소한 일상이 계속되는 세상이기에 결코 대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과거가 곧 법칙을 만들어낸다. 이에 비해 후자는 희귀하고 비일상적인 사건이 느닷없이 발생하여 전체를 바꿔버리는 시스템이다.

이 미지의 영역은 통계학적 예측이 통하지 않는 '카오스Chaos' 와 '프랙털Fractal('부서진' 이라는 뜻의 라틴어 fractus 에서 유래함)' 원리가 지배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단칼이 간단히 정리를 해 보겠다. 먼저, 카오스 이론은 아주 작은 --0.0001에도 못미치는-- 변화가 예측할 수 없는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는 원리다.

1960년대 미국의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N. Lorentz' 가 날씨 예측 시물레이션을 진행하던 중 발견했다. 사람들에게는 나비 효과라는 비유로 유명하다. 즉,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다음 달 뉴욕에서 폭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말.

프랙털은 '브누아 만델브로Benoit Mandelbrot' 가 만들어 낸 용어로, 기하학적인 패턴이 크기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현상을 뜻한다. 예를 들어, 인체의 핏줄기는 몸 전체의 혈관계와 닮은 꼴이며, 작은 실개천의 모습은 우주에서 바라본 아마존강 처럼 보인다. 이러한 '자기 유사성' 을 이용하여 자연은 대규모의 복잡한 모양을 만들어 낸다.

그의 이론은 초기에 주류 수학자들로부터 이단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25년전 '자연의 프랙털 기하학The Fractal Geometry of Nature' 이라는 책이 출간되면서 세상을 바꿔버렸다. 예술가 집단으로부터 시작된 연구모임이 곧 사회 전반에 걸쳐서 광범위한 지지층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나 컴퓨터 시대가 열리면서 만델브로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수학자이자 사상가의 반열에 올랐다.

 


 

탈렙의 주장대로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극단의 왕국이다. 따라서, 현재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에 의존하지 말것이며, 인간이 파악할 수 없는 반지식의 중차대함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생각해 보라. 공황이나 전쟁, 테러 등 몇 십 년 만에 한 번 일어나는 사건이 모든 것을 바꿔놓지 않는가?

 

작가가 말하는 희귀 사건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음의 세 가지 속성을 지닌다.

    ◈ 블랙 스완은 '극단값' 을 뜻하는 통계학적 용어다.
    이는 과거의 경험으로는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없기에 일반적인 기대 영역 바깥에 놓여 있는 값이다.

    ◈ 검은 백조는 극심한 충격을 가져 온다.

    ◈ 몰랐던 존재가 사실로 드러나면, 사람들은 자기를 속이면서 적절한 설명을 하려고 애쓴다.
    그리하여 흑조를 해석하고 예견이 가능한 것으로 둔갑시킨다. 즉, 인류는 자기 기만에 탁월한 존재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녀석이 언제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등장할지 알 수는 없다. 그러므로 나심이 강조하는 바는, 예측하려는 헛된 노력을 버리고 다만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어지는 글에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에 촛점을 맞추라고 한다. 어떻게? 말 그대로 아무도 알 수 없는데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쉽다. 흑고니에 노출될 기회를 최대한 늘리면 뜻밖의 행운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의 전략은 단순하다. 최대한 집적거려라. 그리하여 검은 백조가 출몰할 가능성을 높여라.

대부분 인류의 발명이나 발견은 의식적으로 계획했거나 설계하지 않은 우연의 부산물이다. 비아그라를 보라. 원래 고혈압 치료제였다. 하지만 인류는 태생적으로 '확인 편향Confirmation bias' 의 오류에 빠져있다. 이는 자신의 주장에 부합되는 증거들만 찾는다는 얘기다.

나와 반대되는 의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무시를 한다. 아니면 사실을 왜곡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폭력을 행사하여 그 존재를 없애버린다.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진리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데는 반증 사례를 찾아보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강력한 방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망각한다.

오직 소수만이 이 본능을 우회하여 인상적인 투자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가령, 헤지펀드의 대명사인 조지 소로스가 그러한 인물 중 하나다. 그는 투자를 할 때 끊임없이 자신이 세운 최초의 가설이 틀렸음을 입증하는 사례를 찾는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당당한 자기 확신이며 혼란스러운 세상을 가감없이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이다.

 

탈렙은 2010년에 번역되어 나온 그의 초기작(행운에 속지마라Fooled by randomness)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평생 만나본 사람 중 최고의 트레이더는 자신의 과거 신념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다. 소로스와 같은 투기꾼은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순식간에 자신의 의견을 뒤집는다. 또한, 왜 생각이 바뀌었는지 설명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 성공하는 트레이더는 과거 행동에 속박되지 않으며 하루하루가 백지 상태에서 시작된다."

자신이 경로에 얽매이는지를 간단하게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당신이 2만 달러를 주고 어떤 그림을 샀는데, 미술시장 전망이 밝아진 덕분에 지금은 4만 달러로 가격이 올랐다고 해보자. 만약 그대들에게 이 작품이 없다면 시장가격인 4만 달러에라도 살 수 있겠는가? 우리들 대부분은 이런 상황에서 구입을 망설이기에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사람들에게 어떤 깨달음은 항상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글쓴이가 펀드매니저로서의 삶을 살게 된 것은 예상치 못한 블랙 스완 덕분이었다. 학창시절 그는 동료에게 다음과 같은 충고를 받았다.

"자가증식하는 직업, 다시 말해서 노동시간에 따라 급여를 받지 않는, 따라서 노동 총량의 한계에 종속되지 않는 일을 선택하라" 는 조언이었다.

뭔가 그럴싸하게 보이는데 어떤 의미일까? 쉬운 예를 들어보자. 치과 의사, 컨설턴트, 제빵사 같은 직업은, 일정한 시간에 받을 수 있는 환자나 고객의 수에 상한선이 있다. 이러한 근로조건에서는 의사 결정의 질이 아니라 줄기찬 노동의 양이 수입을 결정한다. 즉, 고객이 한명 늘어날 때마다 빵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한다.

때문에 이런 환경에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들만 발생한다. 즉, 검은 백조가 출현하지 않는다.
반면에 '스타 워즈Star Wars' 나 '스타 트렉Star Trek' 같은 영화, 디지 길레스피 같은 재즈 음반, 또는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을 생각해보라. 한 부가 팔리든 수백만 권의 책이 출판되든 글쓰기에 들어가는 노동은 같다.

그렇지만 잘만 하면 --그리고 행운도 따라야 한다-- 엄청난 부를 얻을 수 있다. 게으름을 자산으로 여기며, 독서와 사색에 젖고 싶었던 나심은 그 즉시 투자의 길을 나섰다. 심사숙고할 시간도 없이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고향을 떠나 기회의 땅 미국으로 간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 드림랜드는 거리낌없이 고정관념을 뒤집어 보거나, 마음껏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는 것에 대해 너그럽다. 이러한 열린 자세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샘솟게 하며 자가증식성이 큰 효과를 발휘하게 만든다.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기업들은 혁신적인 제품과 대중을 열광케하는 서비스를 창출해낸다. 이 과정에서 증식성이 낮은 직업들은 분리시켜서 해외로 수출한다. 즉, 소프트웨어는 그들이 장악하지만 힘든 하드웨어는 개발도상국의 하청 공장들이 떠 맡는다. 아메리카는 노하우와 아이디어를 지렛대 삼아 엄청난 수익을 거둔다.

바로 이러한 점이, 자국내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듬에도 불구하고 전제척인 생활수준이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각각의 가정에 불평등이 심화되고 기회와 행운이 점점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은 세계 경제의 어두운 측면이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좀 더 원숙해진 지금에 와서 탈렙은 아래와 같이 젊은날의 주장을 뒤집는다.

"만일 내가 충고를 하는 입장이라면, 자가증식하지 않는 직업을 선택하라고 권고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일은 성공하는 경우에만 좋다. 투자업계는 경쟁이 극심하고, 괴물같은 불평등을 낳으며, 너무나 우연적이며 노력과 보상 사이의 불일치가 매우 크다.

몇몇이 파이의 대부분을 차지해 버리고, 나머지 대다수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빈털터리가 된다."

 

 

자. 여기서 1부를 마무리하고 2편으로 이어진다.

★ 나는 마르크스나 애덤 스미스의 후예들과 견해가 다르다. 자유시장이 작동하는 것은 기술이 뛰어난 자에게 주어지는 보상 때문이 아니라 누구든 공격적인 시행 착오 끝에 행운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우리는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리하여 아는 것에만 지나치게 집착한다.

★ 인류는 흑조 출현에 대비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건은 블랙 스완이 될 수 없다. 다시 말해, 우리는'일어남직 하지 않은' 일을 걱정하고 있다. 기존의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희귀함이야말로, 심대한 충격을 몰고 오는 검은 백조다. 사람들은 전자인 사이비 검은 백조를 과대평가 하고, 후자인 진정한 검은 백조는 과소평가한다.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음. 수정 안됨. 배포는 자유이나 반드시 출처를 밝히고 사용할것.
Since 1999 copyright by daankal.com, All right reserved.

 


이전 블랙 스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