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개 차트로 주식시장을 이기다 The Wall Street Waltz
90 Visual Perspectives, Illustrated Lessons From Financial Cycles and Trends

켄 피셔Ken Fisher 저 / 김중근 역 / 비즈니스 맵

 

 

★ 주식투자로 성공하려면 복리의 마술을 알아야 한다. 즉, 투자의 합리성 여부를 복리 수익률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에서도 극히 소수의 사람들만 그것을 이해한다.

 

이 도서는 가장 최신작인 '3개의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 의 원형격인 책이다. 이미 20년전에 출판되었으나 2008년에야 비로소 국내에 번역이 되었다. 내용은 다양한 차트 --이런 도표도 있었구나 할 정도로-- 와 저자의 해석, 그리고 변화된 관점과 논평으로 이루어져있다.

일부 독자들은 몇몇 이례적이고 급진적인 주장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시각을 벌써 80년대에 가지고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금번 개정판을 통해서 그동안 피셔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알 수 있으며, 그 궤적을 따라가 보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다. 독자 여러분도 그럴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먼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해외 분산투자를 열정적으로 권유한다는 점이다. 과거의 그는 월 스트리트야 말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단 하나의 길이라고 했었다. 또한 서방 세계의 여러 나라로 다변화 전략을 추구했었더라도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의 미국 경제는 탁월한 성장성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월등히 높았다. 때문에, 분산투자의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신흥시장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점과 엉터리 자료가 많다는 것도 한 몫을 했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현재 아시아 시장은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 관리와 이익률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대단히 효과적이다. 때문에, 아무리 크고 역동적인 시장이라고 할지라도 미국 한 곳에만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계속해서 켄은 전통적인 가치지표인 'PBR = 주가 순자산 비율 = Price Book-value Ratio = 주가 ÷ 주당 순자산' 에 대해서도 의문부호를 제시한다.(BPS = 주당순자산, 기억에 없다면 필자의 이전 글을 보라) 이는 그레이엄도 언급한 내용이므로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지금처럼 입풀려가 높고 회계기준이 유동적인 상황에서 순자산가치는 그 효용성이 눈의 띄게 감소한다. 과거의 차트를 보면, 대부분의 상승장은 주당순자산이 1.10으로 매우 낮은 상태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다우존스 지수가 3,000선을 돌파하고 나서부터 주가순자산비율은 전혀 예측 능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따라서, 시장을 이기기 위해서는 남들이 사용하지 않는 무언가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어서 피셔가 주창한 PSR(주가 매출액 비율)의 효과도 반감되었다고 적고 있다. 이는 앞서서 단칼이 서평을 작성한 '슈퍼 스톡스 Super Stocks' 에서 이미 소개한 내용이므로 생략하겠다. 다만, 한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주가매출액비율이 주식시장의 상태를 나타낸다는 점이다.

저자에 의하면 현재 Mr. Market 이 선호하는 주식이 가치주인지, 아니면 성장주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한다. 만약, 전자가 주식시장을 주도하고 있을 때는 PSR이 낮은 종목이 크게 오른다. 하지만 가치주가 하락할 경우에는 동지표가 낮은 수록 더 많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는 연달아서 고정관념을 깨는 여러가지 주장을 펼친다. 그중에 하나가 소형주 투자수익률이 대형주에 비해서 높다는 견해를 뒤집는 것이다. 이러한 주식들은 약세장에 크게 뛰어오르면서 지표를 왜곡하고, 규모가 작아서 지나친 변동성과 고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보유하기 어렵다.

그 뿐인가? 필자가 보기에는 '생존편향에 의한 오차'를 과대평가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그동안 파산해서 없어져버린 기업은 자료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실을 규명하자면, 대형주 위주의 투자가 소형주를 사는 것보다 --평균적으로-- 더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수익률과 주식 규모와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이는 평균회귀의 자연스런 법칙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부분에서는 단칼의 부연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중기적인 측면에서는 소형주의 수익률이 더 나을 수 있다.

다만, 30개 정도의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종목분산은 메이저들만이 가능한 전술이기에 투자금액이 작은 개인들에게는 무의미하다. 이와 같은 자산운용의 예는 존 템플턴John Templeton의 투자론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는 한국이 IMF로 위기를 겪을 때 소형주를 무차별적으로 30여개 매입한 후에 높은 가격에 되팔았다. 이중에 일부는 도산을 했지만 나머지 주식들의 월등한 이익이 전체적인 자산의 증가로 이어졌다.

 

또하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금융시장에서의 인수합병(M&A) 열풍이다. 이는 명백하게도 주가가 과대평가 되었다는 신호다. 때문에 거품이 터지고 나면 5년에서 10년 정도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1960년대에는 재벌기업들이 다른 회사들을 마구잡이로 삼키던 시절이었다.

그들은 인수대금을 현금이 아닌 자사주로 지불했다. 자신들의 주식에 버블이 끼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1980년에 이르러서는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종목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이 때는 지분을 줄이기 보다는 대규모의 '정크 본드Junk Bond(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채권, 고수익 고위험이 특징)' 를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한국에서도 최근의 예를 참고할 수 있겠다. 바로 '금호 아시아나' 의 대우건설/대한통운 M&A 실패 사례다. 두 회사를 모두 꿰어찰 때만 하더라도 승승장구였었다. 하지만 파티는 오래가지 못했으며, 이들 모두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좋다 말았군!

결론은, 인수합병 거래가 현금으로 이루어지는지 주식으로 대체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전자는 일반적으로 좋은 뉴스이지만, 후자는 수급에 악영향을 끼치므로 좋지 않다.

 

 

자, 그리고 어디에서나 감초같이 등장하는 입풀려에 대한 내용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전시에는 원자재 가격이 높이 솟았다가, 종전후에는 서서히 하락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미끄러지는 속도는 완만하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지금에 와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금번 개정판에서 피셔는 자신의 시각이 바뀌었음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첫째, 주요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한 나라의 물가수준은 다른 나라와 보조를 맞추어 오르내린다. 이 경우는 유로화를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는 나라에서 확실하게 나타난다.

두 번째로, 소련이 해체되면서 냉전이 사라졌고, 잠재적인 전쟁의 가능성도 상당히 낮아졌다. GDP와 비교했을 때 오늘날의 전쟁은 과거의 그것보다 규모가 작다. 그러나 독자여러분과 필자가 공감하듯이 곳곳에서 국지전이 발생하고 있으며, 더욱 참담한 것은 인종청소라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셋째, 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전쟁의 범위와 기간이 매우 짧아졌다는 점이다. 2차대전과 같이 수많은 군인들을 동원하여 물량공세로 싸우는 장기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라크와의 전쟁을 예로 든다면, 2006년도에 모두 870억 달러가 들어갔다. 이는 전세계 GDP의 0.2%에 불과하다.

여기서 저자는 매우 흥미로운 입장을 보여준다. 켄이 제시하는 차트에는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던 경우가 많았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두고 물가상승은 전쟁의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때문에 인플레를 잡아야만 전시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한다.

상당히 일리있는 애기다. 피셔는 다수의 의견과는 반대로 하는 편이므로 이러한 주장에 마음이 끌린다고 한다.

 


 

이번에는 피셔가 1987년 블랙 먼데이 때부터 계속 신뢰하고 있는 콘드라티에프 파동이다. 기묘하게도 이 순환주기는 길어지고 있는 형편인데, 아마도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난 데다가 기억이 오래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를 밝혀낸 러시아의 콘트라티에프는 자본주의 경제가 대략 55년의 사이클을 반복한다고 하였다. 불행하게도 이런 업적 때문에 그는 시베리아로 유폐되어 생을 마감한다. 이는 1920년대에 마르크스-엥겔스-레닌주의를 신봉하였던 독단적인 공산주의자들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이론이었다.

당시의 권력자들에게 자본주의 시스템은 사회주의 혁명을 완성하기 위한 전단계로써, 아무런 순환과정도 없이 붕괴될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마크 파버 Marc Faber 의 책인 내일의 금액Tomorrow's Gold' 에서 심도있게 살펴볼 것이다.

다만, 여기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경제 순환주기에서 부동산 붐은 중간에 위치하며 그 뒤를 이어서 주식시장이 대성황을 이루게 될거라는 생각이다.

 

켄은 몹시 단정적으로 캐피탈리즘의 특징을 강조하고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업종이나 종목에 관계없이 대체로 비슷한 수익률을 내기 마련이다. 이는 평균회귀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며 자본주가 그렇게 만든다. 궁극적으로는 다른 모든 것을 패배시키고 자본주의 체제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와 같이 막강한 상대로 싸움을 하기 보다는, 시장의 기준이 되는 지수 --다우존스나 S&P500 등등--보다 조금 나은 수익률을 거두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도세력이 변화할 때마다, 거기에 맞추어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할 투자활동이다.

 

몇가지 조언으로써 마무리하겠다.

★ 장기 금리는 주가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지지만 단기 금리는 전혀 상관이 없다.

★ 나는 이동평균선을 이용하여 매매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기대하는 것과는 다른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신호로 이용한다.

★ 인간은 뉴스를 좋아하지만 그것이 주가를 움직이지 못한다. 주식시장은 어느 한 개인이 전체적인 경제상황을 바꾸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 주식시장의을 보면 비교적 정확하게 경기상황은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거꾸로 경기전망을 토대로 주가를 예상하면 들어맞지 않는다.

★ 단기금리가 장기금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했다면,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다.

★ '정치 politcs' 라는 단어는 대다수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폴리 poli' 에서 왔으며, '틱 tic' 이란 '피를 빨아 먹는 작은 벌레' 를 뜻한다.

★ 모든 사람을 비관론자로 만들어야만 약세장이 끝난다. 그렇게 하려면 주가의 하락폭 보다는 시간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꽤 오랜 시간 동안 떨어져 내리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를 황폐화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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