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Bad Samaritans 2

The Myth of Free Trade and the Secret History of Capitalism
장하준Ha-Joon Chang 지음 / 이순희 옮김 / 부키

 

 

장하준은 단언한다.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는 경제 생활의 모든 전선 --성장, 평등, 안정-- 에서 실패했다고 말이다.

 

탄력적인 입풀려(물가상승) 정책이 필요
신자유주의자들이 오도하고 있는 물가상승에 대해 알아보자. 1960년대 ~ 1970년대 브라질의 평균 입풀려는 연간 42%나 되었다. 그럼에도 이 기간 동안에 세계적으로 손꼽힐 정도의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이 시기에 1인당 소득은 매년 4.5%씩 늘어났음).

이와는 대조적으로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정책을 받아들인 1996 ~ 2005년 까지의 인플레는 평균 7.1%로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국민 1인당 소득은 겨우 1.3%에 그쳤다. 사실상 성장이 정체한 셈이다. 한편 대한민국은 기적의 기간 동안 1인당 소득이 연평균 7%씩 자라났으며 입풀려는 20%에 다다랐다.

인플레이션의 급격한 상승이 경제 전반에 해를 끼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물가가 낮으면 낮을 수록 좋다는 얘기는 반쪽 뿐인 진실이다. 한국과 브라질의 예에서 드러나듯이 반드시 1% ~ 3% 범위 이내여야 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상당 수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조차 10% 이하의 물가상승은 경제 성장에 역효과를 주지 않음을 인정한다.

세계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마이클 브루노와 윌리엄 이스터리는 인플레이션이 40% 이하인 경우, GDP성장률과 입풀려에는 어떠한 상관관계도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심지어 어떤 시기에서는 인플레가 높아지면 경제성장률도 상승한다고 말한다.

다시말해 적당한 --40% 이하까지는-- 물가상승은 오히려 득이 될 수 있으며, 심지어는 급속한 성장 및 고용 창출과 양립할 수도 있다. 역동적인 경제에서는 어느 정도의 물가 상승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신자유주의자들은 입풀려야말로 고정된 수입을 가진 사람들 --특히 가장 약한 집단인 노동자와 연금 수급자-- 에게 특히나 많은 피해를 준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이것은 동전의 한쪽 만을 보는 것이다. 낮은 물가는 노동자들이 이미 벌어 놓은 것을 유지시켜 줄 수 있을지는 모르나, 근로자들의 미래 수입 증가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왜 그럴까? 인플레를 잡기 위해서 취하는 강경한 금융/재정 정책은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긴축으로 인한 노동 수요의 감소와 이에 따른 실업 증대, 임금의 저하로 이어진다. 따라서 빡빡한 물가 통제는 서민들에게 양날의 칼이 되며, 이의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일부 계층에 한정됨을 알아야 한다.

 

 

 
예산 균형도 상황에 따라 달리해야
재정 건전성에 대한 강조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핵심 주제이다. 이들은 항상 예산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적자 지출은 물가상승을 초래하므로 성장을 감소시키고 고정 수입으로 사는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떨어뜨린다고 말한다. 일견 합리적인 주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재정 건전성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설교하는 것처럼 매년 회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대신에 경제 순환주기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다시 말해, 침체기에는 지출을 더 늘리고 회복기에는 예산 흑자를 기록하는 것이다.

개도국의 입장에서는 국가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상당 기간 동안 적자 예산을 운용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외환위기 때의 한국은, IMF로부터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수준으로 재정 흑자를 유지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당시는 외국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심각한 경기 후퇴에 진입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정부 지출을 더 늘려야만 하는 시점이었다. 이때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GDP 대비 정부 채무가 제일 낮은 나라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통화기금(IMF)는 적자 지출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경제는 당연히 폭락했다. 1998년 몇 달 동안 하루에 100개 이상의 회사가 도산했다.

이렇게 무너져내리는 상황이 되어서야 비로소 IMF는 정책을 완화하여 적자 예산을 운용할 수 있도록 허영했다. 하지만 그 규모는 국내총생산의 0.8% 이내로 매우 작은 것이었다. 만일, 부자나라들이 이와 똑같은 상황에 처했었다면 이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21세기 초에 미국 경제가 닷컴 버블 붕괴와 9.11 세계무역센터 폭파 사건의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을 때, 조지 부시는 유례없는 재저/통화정책을 펼치면서 마구마구 돈을 풀었다. 그 결과 2003년과 2004년의 미국 예산 적자는 GDP의 4% 수준에 달했다.

이는 다른 부자 나라들, 즉 영국/스웨덴/네덜란드/독일 등도 마찬가지였다. 1991 ~ 1995년 동안 각각, 국내총생산 대비 5.6%/8%/3.3%/3% 였다.

저자는 이후 이어지는 챕터에서 외국인 직접투자의 문제와 한계점, 특허권을 주장하는 제약사들의 논리적 헛점, 국영/공기업이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의 반쪽뿐인 진실, 부정부패가 후진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라는 것, 잘못된 통화정책 비판 등등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경제는 인간의 삶이다. 그 무게에 치이지 않으려면 알아야 한다. 투자자 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일독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그의 조언 몇 가지를 소개하면서 마친다.

 

 


 

 
★ 존 메이나드 케인즈는 자신의 주장이 일관되지 않다는 비난을 받자,
"사실이 바뀌면 나는 생각을 바꿉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십니까?" 하고 대꾸한 것으로 유명하다.

★ 부정부패는 시장이 지나치게 작아서가 아니라 시장이 지나차게 크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자유 시장과 민주주의는 타고난 짝이 아니며, 국민들이 게을러서 나라가 가난한 것이 아니라 나라가 가난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게으른 것' 이다.

★ 새로운 산업에 진입하는 개발도상국의 생산자들은 우월한 외국의 생산자들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보호 정책, 보조금을 비롯한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국제 경쟁으로부터 (부분적으로) 격리되는 기간이 있어야 한다.

★ 생산 능력의 향상에 투자하지 않으면 경제를 발전시킬 수 없다. 나쁜 사마리아인의 충고와는 반대로 가난한 나라들은 계획적으로 제조업을 장려해야 한다.

★ 스위스는 비밀은행에 예치된 검은 돈이나 시계 제조, 관광수입에 의해 먹고 사는 나라가 아니다. 스위스는 세계에서 가장 공업화된 나라이다. 2002년에 스위스의 1인당 제조업 생산고는 세계 최고였는데, 이는 세계 2위인 일본에 비해서는 25%나 높고, 미국에 비해서는 2.2배, 오늘날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는 중국에 비해서는 34배, 인도에 비해서는 156배나 높은 수치이다.

★ 전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 교수였던 조안 로빈슨은 "자본에 의해 착취당하는 것보다 나쁜 딱 한가지는 자본에 의해 착취당하지 않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내 생각도 똑같다. 외국인 투자, 그 중에서도 특히 외국인 직접투자는 경제 발전에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가 얼마나 유용한지의 여부는 진행되는 투자의 종류와 투자 유치국 정부가 규제를 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 특허의 경우 제약을 비롯한 화학.소프트웨어.연예 등 비교적 복제가 용이한 특정 산업의 경우에만 중요하다. 지적소유권 보호 제도의 가장 치명적인 영향은 경제 발전을 위해 선진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술 후진국으로 지식이 흘러들어 가는 것을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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