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변화를 이기는 투자 : 랜덤 워크 A Random Walk Down Wall Street

버튼 G. 멜키엘Burton G. Malkiel 저 / 이 건, 김 홍식 공역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이 책은 현대에 이르러 많은 사람들이 신봉하고 있는 '효율적 시장 가설EMH = Efficient Market Hypothesis' 에 대한 내용이다. 상당한 부분에서 옳은 이야기이며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가정을 설정할 때 많은 요소들을 배제하여 제한적인 해법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가설이 의미하는 바는 뭘까? 공개된 정보(재무제표나 배당 등)는 증권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앞으로 알려질 정보나 내부자의 비밀 조차도 그러하다. 우리가 상상하거나 예견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란다.

이와 같은 이유로 주가는 랜덤워크를 따른다. 즉, 시장은 너무나도 효율적이라서 뉴스가 발생하는 순간에 이미 동작이 완료된 상태다. 따라서 그 누구도 시장보다 앞서서 이익을 낼 수는 없다. 바꿔 말해,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기본적/기술적 분석으로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EMH의 추종자들은 기본적/기술적 분석을 모두 거부한다. 차트로 대변할 수 있는 전자의 경우, 주식시장은 시장참여자들의 심리 때문에 움직인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예상하는 것이 승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을 조금 더 살펴보자.

 

작가는 차트 분석을 통해서도 돈을 벌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단순한 장기 보유 전략을 쓰더라도 대개 그 이상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다. 그가 제시하는 도표를 보면, 시장지수에 투자하는 인덱스 포트폴리오만으로도, 지난 80년 동안 연평균 10퍼센트가 넘는 수익을 거두었다.

때문에,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경우에만 차트가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때, 이와 같은 시험을 통과한 사람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매우 적다. 버튼은 아무도 없었다고 단언하지만, 아주 소수의 인물들이 현존하므로 몹시 과장된 표현이다. 초과수익을 내는 것은 극도로 힘들다고 보면 된다.

저자는 또한 시점 선택도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그는 '존 보글John C. Bogle(뱅가드 그룹의 창립자로서 인덱스 펀드를 개발하여 평범한 사람들도 부자가 되는 길을 열었음, 필독서 중의 하나인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 / 이건 역 / 비즈니스맵' 을 썼다.)' 의 말을 빌려서 아래와 같이 적고 있다.

"투자업계에 30년 동안 몸담았지만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시점 선택에 일관되게 성공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그런 사람을 아는 사람조차 내 주위에는 한 사람도 없었다. 정말이지 시점 선택은 투자에 보탬이 되기는 커녕 부작용만 일으킬 뿐이다."

그렇다면, 장기 보유 전략이 유리한 원인은 무엇일까? 그건 '약세장의 손실 < 강세장의 이익' 이기 때문이다. 학계의 연구에 의하면 매매 타이밍으로 높을 실적을 거두려면, 승률이 무려 70퍼센트나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투자역사에 있어서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확률이다.

단칼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데이비드 드레먼의 역발상 투자' 라는 책에서 --이 서적도 조만간 소개할 것임-- 시점을 가장 잘 맞춘 사람의 승률이 고작 48% 였다고 한다. 절반이 채 안된다. 그러나 30%만 되어도 시장은 그를 영웅으로 대접하여 억만장자의 지위를 선사한다. 그렇다면 70 이라는 숫자의 무게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기본적 분석의 약점을 알아보자. 이 방법은 개별 종목의 가치(이익이나 배당, 성장성과 이자율 등)를 평가하는데 집중한다. 그리하여 적정한 값을 매기고 그 가격 이하에서 매수를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데, 주식의 가치 평가는 먼 미래의 성장률과 기간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해야 한다.

멜키엘이 제시하는 통계치를 보면, 전문가들의 5년간 성장률 추정치는 매우 부실한것으로 드러난다. 좋다. 좋다. 너무 길어서 그렇다고 변명을 하니 1년으로 단축시켜보자. 그러자 놀랍게도 오히려 정확도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사실 분석가들의 예측치는 부정확하기로 유명하다.

애널리스트가 그들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버튼은 정확한 기업명(Qwest, Motorola, Lucent, Nortel, Xerox, Sunbeam, Eastman Kodak 등등)을 밝히면서 이를 가차없이 비판하고 있다. 단칼은 이런 부분이 정말로 부럽다.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약간의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면 수많은 사람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당사자를 괴롭힌다.

이런 막무가내형 인간들 --본질을 간파하지 못하고 사소한 것을 문제 삼는-- 때문에 사는 것이 피곤할 때가 있다. 아뭏든 다음과 같은 5가지 요소가 주요한 원인이다.

 


 

     ▣ 무작위 사건이 주는 영향

'블랙 스완(Black Swan)' 과 같은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가 항상 일어난다. (직역하면 검은 백조를 뜻하며 감히 있으리라고는 생각치 못한 충격적인 일이 터진다는 의미. '나심 니콜라스 탈렙Nassim Nicholas Taleb' 이라는 펀드매니저가 동명의 책에서 소개하여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짐 - 단칼 주석 ㅎㅎ, 이 책도 필독서 중의 하나임)

 

     ▣ '창의적' 회계절차를 통해 만들어지는 의심스러운 이익 보고

기업의 손익계산서는 비키니에 비유할 수 있다. 드러내 보이는 부분은 흥미롭지만 숨기는 부분은 치명적이다. 가장 교묘한 부패기업인 엔론Enron이 이 분야에서 단연 최고다.

 

     ▣ 분석가 자신의 기본 역량 부족

케인즈가 말했듯이 "세속적인 지혜에 따르면,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성공하는 것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실패하는 편이, 평판 유지에 더 유리하다."

 

     ▣ 최고 분석가들이 세일즈 업무나 펀드매니저로 자리를 옮긴다

 

     ▣ 조사부서와 투자은행사업부 사이의 이해 상충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타지마할 채권에 매도의견을 내었다가 직장에서 쫓겨난 분석가의 예.
(나중에 이 채권은 부도가 났다. 이런 예는 비일비재하다.)

 

이와 같은 결과로 볼 때, 애널리스트의 매수 추천은 보유하라는 뜻이고, 홀딩 의견은 십중팔구 '이 쓰레기를 서둘러 던져 버려라' 라고 이해해야 한다. 때문에 완곡한 어법으로 표현한 부분은 항상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기억하라.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작가는 랜덤워크를 말하고 있지만, 이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은 아니다. EMH에도 분명히 예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잘못된 가정에 기초하기 때문에 결과가 제대로 나올리 만무하다. IT용어로 풀어보자면 'GIGO = Garbage-In Garbage-Out' 인 것이다. 쓸모없는 것을 입력하면 쓸모없는 것이 나온다.

지금에 이르러 효율적 시장가설은 --저자가 말미에 언급한 것처럼--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미 '행동 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에서 수많은 헛점을 열거하면서 와해시키고 있는 가설 --이론이 아님-- 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투자론이 등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

또한, 이 가설의 주창자 중 한 사람이 자신의 연구성과를 버렸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그 뿐인가? 오히려, 그들이 공격과 비판을 서슴치 않았던 사람에게 투자를 맡기고 있다. 게다가, 이 유명한 학자들--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음-- 이 설립한 헤지펀드 LTCM(Long-Term Capital Management)의 몰락을 보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정말로 시장이 합리적으로 움직인다면 도대체 왜 파산을 한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설로 인하여, 인덱스(KOSPI나 S&P500 같은 지수에 투자함) 투자의 장점을 재확인하고 새로운 학문이 태동했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아뭏든 자본주의의 유물인 셈이다.

 


 

1976년에 벤저민 그레이엄은 한 잡지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나는 이제 정교한 증권 분석 기법으로 우월한 투자 기회를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그레이엄과 도드의 책이 처음 출간되던 40년 전에는 이 방법으로 보상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상황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이런 엄청난 노력을 들여도 비용을 건질 만큼 종목 선택이 훌륭해질지 의심스럽습니다. 나는 '효율적 시장' 학파를 지지합니다."

이는,워런 버핏과 같은 유명인사들도 동의하는 내용이다. 몇몇 소수의 뛰어난 지능과 판단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탁월한 실적을 올릴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마추어들은 간접투자를 하는 것이 정답이다. 시장 수익률은 그 자체로써 이미 높은 이익률이며, 펀드 매니저의 대다수가 시장평균 조차도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멜키엘은 평범한 개인들에게 인덱스 분할/정액 매입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다. 물론 자기 자신도 포함해서 말이다. 단칼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최근에 개발된 혁신적인 상품인 ETF(대표적인 것으로 KODEX200, KODEX China H)를 권한다.

조급해서는 안 된다. 섣불리 판단하지도 말자. 상승/하락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 하다.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꾸준하게 돈이 생길때마다 집어 넣어라. 이렇게 10년, 20년을 불입하게 되면 --복리 수익률을 누리면서-- 노후에 쪼달리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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