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분석 2부Security Analysis 1951년 제3판 개정판 / 이건 역 / 리딩리더
- Benjamin Graham & David L. Dodd

 

 
분석 요소들이 시가에 미치는 영향은 부분적인 동시에 간접적이다. 전자의 이유는 주가를 반대 방향으로 이끄는 투기적인 요인들이 경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는, 사람들의 감정과 판단을 거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주식시장은 각 종목의 가치를 정확하고도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저울이 될 수 없다. Mr. Market은 차라리 투표소라고 보아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성과 감정을 뒤섞어 선택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투기에 대한 그레이엄의 관점을 다각도에서 살펴보자. 그동안 단칼이 의문스러웠던 부분을 해소해 주었다는 점에서 소개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필자가 궁금해 하는 것은 독자 여러분에게도 마찬가지일테니 말이다. 그 의혹 중 하나가 '투기 종목이라 할지라도, 전문적인 조사 후에 선택하면 상당한 이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물음이다.

이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변은 "가정이 지나치면 분석은 길을 잃는다." 라는 말로 마침표를 찍는다.

 

다시 말해, 투기적 상황에서는 분석에 의존하면 안 된다. 그 이유는 네 가지다.

첫째, 투기에 가담할 때에 심각한 불이익을 떠안게 되며, 이러한 약점이 건전한 분석으로 얻는 이점보다 커질 수 있다. 이와 같은 단점에는 수수료와 이자 비용,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의 차이가 포함되며, 대부분 평균 손실이 평균 이익을 초과한다.

둘째, 분석 요인들이 갑자기 바뀐다.

셋째, 분석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누락되는 미지의 요소들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론적으로는, 유리할 확률과 불리할 확률이 같으므로 장기적으로는 서로 상쇄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는 '내부자들'이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투기꾼이 모르는 사실 때문에 불리한 처지에 놓인다.

넷째, 분석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이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설사 투기자의 모험이 성공적으로 끝난다고 할지라도, 그 분석이 득이 되었는지 손해가 되었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투기는 운의 역할이 크다. 분석가는 행운이 지배하지 않는 상황에서만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다. 때문에, 투기거래를 하겠다면 증권 분석은 보조 기능으로 간주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 하나,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며 자금도 넉넉치 않은 대부분의 개인들은 --과거와 현재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마찬가지일테지만-- 투자보다는 투기에 몰두하므로 시장성이 풍부한 종목을 선호한다. 즉, 거래가 빈약한 주식은 기피대상인 것이다. 하지만, 저자에 의하면 지나친 유동성의 강조는 오히려 실적부진을 가져온다고 한다.

투기꾼이나 트레이더는 단 몇 분만에 매매해야 하므로 많은 거래량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들은 이런 시장성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물론, 금융 기관 같은 대규모 거래자라면 낮은 시장성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미들은 투자금액이 적어서 사고 파는데에 큰 제약이 없다.

따라서 증권 분석의 결론은, 시장성을 희생하더라도 매력적인 가치를 얻는 편이 낫다. 투자자가 주식을 팔아야 할 시점은 강세장이 무르익어 주가가 한참이나 높아졌을 때다. 이러한 상승장에서는 거의 모든 종목의 유동성이 개선된다.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증권을 팔 수 있다.

 

 

자, 여러 챕터를 건너 뛰고 드디어 보통주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단칼이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다. 저자에 의하면 증권분석에서 자산가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시각변화에 필자는 상당히 놀랐다. 초판본에 비해서 가장 많이 바뀐 투자관이 아닐까 한다.

그동안 익히 알려진 그레이엄의 투자 스타일은, 자산(장부 가격)이 한참이나 저평가 된 종목을 사서 50%정도 오르면 팔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일컬어 담배 꽁초 --두세 모금 빠는 것이 전부인-- 주식이라고 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버핏의 초기 투자는 스승의 관점을 그대로 계승하게 된다.

즉, 장부가에 주목하여 매입한 기업이 바로 오늘날의 '버크셔 헤더웨이 Berkshire Hathaway' 다. 워런은 당시에 섬유 회사였던 버크셔를 청산(장부 가격)가치 이하로 무척이나 싸게 인수한다. 그러나 산업환경의 변화로 옷감 비즈니스는 사양길로 접어들게 된다.

때문에 사업 유지가 어려워진 버핏은 버크셔를 지금의 지주회사로 기문둔갑 시킨다. 이후, 보험업을 전문으로 하는 또 다른 자회사의 신탁자금으로 여러 기업을 사들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레이엄도 이런 상황변화를 포착하여 자산가치에 대한 관점을 바꾼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이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자산 가치 = 수익 가치
이런 경우는 자산에 의한 평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장부가 보다 낮은 가격에 사야만 한다. 또한, 자산가치를 산출한 다음, 충분한 안전마진을 확보해야 하며 불운에 대비한 분산투자가 필수적이다.

자산 가치 > 수익 가치
이때는 수익률이 더 보수적인 기준이 되므로 장부 가치로 보완해주어야 한다. 바꿔 말해, 수익 가치를 계산하려면 주관적으로 예측해서 승수(PER)를 적용해야 한다.

자산가치 < 수익 가치
여기서는 두 수치중에서 낮은 쪽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영업권과 성장성을 전혀 감안하지 않는 셈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말한다. "우리는 수익이 가치의 2배가 될 때까지는 이를 에누리 없이 인정한다. 그러나 두 배를 넘어설때는 그 초과액의 25%를 이익에서 뺀다."

이상의 논거에서 봤을때, 분석가는 장부가에 구애받지 말고 진정한 가치를 나타낸다고 생각되는 기준으로 자산을 재평가해야 한다. 예컨대, 재고자산 평가를 후입선출법에서 선입선출법으로 변경하고, 관련 법인세를 차감하여 평가액을 높일 수도 있다. 아니면, 유형자산을 대체 원가로 바꾸고 감가상각비를 제외하여 공정가액을 늘릴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차트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어보자. 이 부분은 증권분석의 맨 마지막 장인 '시장 분석과 증권 분석' 에 짧게 기술된 내용이다. 저자는 현실을 감안해 볼때, 차트 분석에 대해서도 깊게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밝힌다. 그러나 여기에는 주의할 점이 4가지 있다고 한다.

그 중에 한가지인 대중화의 약점에 대해 살펴보자. 그레이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단순한 투기보다는 차트를 활용하는 것이 낫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도 차티스트들이 증가하면 무의미하다."

차트 분석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것은, '손실은 짧게 끊고 이익은 길게 가져가라' 는 건전한 도박 원칙을 주장하기 때문일것이다. 이러한 규칙을 지키면 대개 -- 갑작스런 -- 큰폭의 손실을 방지하게 되며, 때로는 큰 이익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결론에는 두 가지 오류가 숨어 있다.

첫째, 몇 번의 작은 손절액이 두세 번 얻은 큰 이익보다 커지게 된다. 두 번째는, 차트기법이 유행함에 따라 손해 금액은 증가하고 이득은 감소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동일한 차트분석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들이 경쟁적으로 사들이기에 매입 단가는 높아진다.

반면에, 동시에 매도 신호를 보고 로스컷을 하거나 이익을 실현하므로 파는 가격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과거에는 손절매 주문이 유용한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기에 그 효과가 많이 감소했다. 또한, 매매가 빈번해진다는 맹점과 거래 비용이 실적을 갉아 먹는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시장 분석이 증권 분석보다 더 쉽고,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로 이런 이유로 장기적으로는 더 실망하기 쉽다.

 

저자들의 몇가지 조언으로 마무리하겠다.

★ 투자자는 자신이 원하면 투기꾼이 될 권리도 있다. 또한, 나중에 후회할 권리도 있다. 신생 벤쳐 회사 주식을 사는 것은 우리가 서슴지 않고 비난한다. 이런 신규 발행 종목은 승산이 매우 낮아서, 차라리 투자 자금의 4분의 3을 내다버리고 나머지를 은행에 맡기는 편이 낫다.

★ 투기꾼은 단기간에 떼돈을 벌고 싶어서 시점 선택에 집착한다. 또한, 타이밍을 노리는 동안 자금을 묵히게 되므로 아무런 이득을 보지 못한다. 설사 기다림 끝에 증권을 샀다고 해도 아주 낮은 가격에 매입을 해야만 이자 손실과 기회 비용을 상쇄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해, 시점 선택을 기가 막히게 잘 했다고 할지라도, 싼 가격에 사지 못하면 이익은 없다. 이에 반해 투자자는 매매 타이밍이 아니라 사고팔 가격에 주목한다.

★ 종목에 따라 투자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가격이 양자를 가르는 핵심 요소인 경우도 많다. 즉, 어떤 가격대에서는 투자가 되지만 어느 가격수준에서는 투기가 될 수 있다.

★ 단독으로는 안전성이 부족한 종목이라할지라도, 여러 종목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였다면 투자가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차익 거래와 헤지도 투자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이런 전문적 운용에서는 매수와 매도를 결합하여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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