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분석 1부Security Analysis 1951년 제3판 개정판 / 이건 역 / 리딩리더
- Benjamin Graham & David L. Dodd

 

 

집단 심리에 유혹 당할 때는 인간의 본성에 저항하여 자신의 심리를 불신할 수 있어야 한다.
- 벤저민 그레이엄 & 데이비드 도드

 

분명히 초보자를 위한 내용은 아니다. 이 책은 어느 정도 회계관련 지식이 있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 '유명하다는 소문만을 듣고 막연히 읽어야 하겠다' 라고 마음을 먹었다면 포기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겠다. 그렇다면 일단의 전문가들은 다를까? 글쎄다. 워낙 방대한 양이라서 독파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정독하였다 할지라도 거래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자기류를 좀 더 완성에 가깝게 다듬으려는 사람은 읽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저자의 논리적인 사고와 체계적인 분석방법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투자업계의 애널리스트, 세무 회계사, 금융권의 대출관련 실무자, 적극적인 개인 투자자라면,
'감가상각과 CB(전환 사채), BW(신주 인수권부 사채)' 에 대한 내용은 음미할 만 하다. 또한, 2013년에 시행하게 될 IFRS와 관련해서 --충당금과 준비금의 계상, 종속/관계사 회계처리-- 는 상당 부분 참고가 된다.

초보자는 그레이엄의 또 다른 책인 '현명한 투자자The Intelligent Investor ' 를 읽는 것이 좋겠다. 다만, 번역이 미흡하다는 것을 감안하고 보시라. 나중에 더 나은 개정판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단칼이 숙독한 결과, 재무제표 분석이 가장 지루한 챕터였다. 사실, 재무비율 만큼 변화가 적은 분야가 있을까? 내용이 뻔하니 분석도 뻔할 수 밖에 없다. 아뭏든, 이 부분의 고비를 넘게 되면 나머지는 그때까지 읽어왔던 탄력에 의해서 부록의 끝까지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증권 분석은 부록만으로도 한 권의 책을 만들 정도다. 초판본(절판)이 주로 채권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3판(1951년)은 상대적으로 보통주에 대한 분석이 상당히 늘어났다. 시대변화를 반영하였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저자의 시각에서는 아직까지도 보통주가 투기적 관점임을 알 수 있다.

한편, 같은 출판사에서 2008년에 나온 책(현재 절판됨)은 읽기가 괴로웠었다. 투자업계와는 전혀 무관한 영문한 전공자가 번역을 맡아서, 원문의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1951년 3차 개정판은 전문 번역가인 '이 건' 님이 맡으셨기에 번역이 탁월하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 분석 세 번째 에디션을 들여다보자. 먼저, 그는 초두에서 다음과 같이 투기와 투자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투자 운용이란,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원금의 안전과 만족스러운 수익을 약속하는 것이다. 이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운용은 투기다. 당사자는 자신의 활동이 어디에 속하는지 알아야 하며, 투기적일 경우에는 반드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말은 그럴싸하다. 그렇지만 예리하지 못하고 두루뭉실 넘어가는 것 같다. 왜냐하면, 철저함과 안전, 그리고 만족의 개념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매우 자의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저자도 인정하는 바다. 또한 투기에서의 당위성이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이러한 의문점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저자가 주장하는 증권 분석의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대중들의 심리를 간파하는 것보다는, 분석이 훨씬 쉽기 때문이란다.아울러, 질적인 접근보다는 양적분석이 더욱 좋다고 한다. 왜냐하면, 숫자로 보여지는 재무제표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압축된 재무비율 자체가 질적인 요소를 종합적으로 나타낸다. 바꿔 말해, 경영진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장기간 기록한 우수한 실적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다시 양적 요인으로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신뢰도 높은 결론을 내리기에는 계량적인 분석이 더 적합하다.

 

하지만, 그가 모든 질적분석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일 뿐이다. 특히나, 각종 재무관련 수치들이 상승추세일 때는 과대평가 되기가 일쑤다. 이러한 흐름이 언제 멈추게 될지 알수 없음에도 말이다. 만약, 대중들이 이러한 추세를 조금이라도 인식하면 시장은 급등락을 반복하게 된다.

Mr. Market 에서는 이런 현상이 일상다반사로 나타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전망에 따라 가치를 평가하므로 그 판단이 거의 필연적으로 극단에 치우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들은 증권분석이 주로 측정 작업이 되어야 한다고 밝힌다. 다시 말해, 채권이라면 안전성을 계측하고 주식이라면 가치를 산정해야 한다.

분석은 예상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해서 가치를 다룰 때 가장 유용하다. 따라서, 그레이엄과 도드의 방법은, 예측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는 투기꾼의 방식과는 정반대가 된다. 물론 분석가도 미래의 변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 주요 목적은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손실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자, 그러면 채권을 통해서 원금의 안전성에 대해 알아보자. 사실, 단칼은 장기에 걸친 고정수익 투자를 반대한다. 그 이유는 입풀려(인플레이션) 때문에 구매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권투자는 단기적인 운용으로 만족하는 것이 좋다. 특히나, 평범한 개인들에게는 정기예금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기관 --특히나 보수적인 자금운용이 필요한 연기금-- 들은 자산배분과 포트폴리오의 운용상, 적은 비중으로 채권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가 말하는 몇가지 중요한 원칙만을 소개하고 넘어가겠다. 증권 분석에서 말하는 채권투자에는 전제가 있다.

 

무엇보다 손실 회피가 우선하므로 채권 선택에 있어서는 제외하는 방식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고정수익증권 선정의 4대 원칙

     ⓐ. 안전은 담보나 법적 권리가 아니라 회사의 채무 이행 능력에 달렸다.
     ⓑ. 채무 이행 능력은 호황이 아니라 불황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 부실한 증권은 아무리 높은 이자율로도 매입하지 않는다.
     ⓓ. 선순위 증권을 선정할 때에는 배제의 원칙과 구체적인 양적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 원칙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어떤 기업이 돈을 갚지 못하면, 투자자는 담보자산을 매각하여 투자자금을 회수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렇게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사업이 실패해도 담보권으로 손실을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완전한 착각이다. 일반적으로 담보자산의 가치는 기업의 수익력에 좌우되며, 처음부터 사용해왔던 기업에게만 가치가 있다. 따라서 회사가 흑자를 기록하지 못하면 고정자산(현재의 비유동자산)은 가격이 폭락한다. 때문에 담보물이 손실을 막아주지 못한다.

두번째, '담보자산 ≒ 부채' 이라면, 채권자가 그 권리를 행사하여 자금을 회수하도록 허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바꿔 말해, '담보물 ≥ 청구권' 일때, 법원은 채권 보유자의 담보권 실행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주주나 후순위 채권 소유자의 잠재적 권리를 배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에 의해서 담보자산의 가치가 청구권보다 현저히 낮은 경우에만 담보권을 실행하게 된다.

세번째는, 이 과정에서 일정지연은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며, 오랜 기다림 후에는 회생한 기업의 새 증권을 받게 된다. 기회비용과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결코 남는 장사는 아닌 것이다.

 


 

이상의 이유로써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Ⅰ. 담보는 없어도 괜찮다.
우량한 기업이 발행하는 무담보 사채는 이자를 충분히 지급할 수 있으므로, 거의 담보 채권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이런 회사채는 신용 등급이 높다. 즉, 투자적격의 채권만이 담보물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Ⅱ. 건전한 회사의 고수익 채권을 사라.
어떤 기업의 채권 하나가 높은 신용등급이라면, 나머지 회사채도 모두 투자등급이 된다. 역으로 말해서, 후순위 채권이 안전하지 않다면, 다른 선순위 유가증권도 투자부적격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고정수익 투자의 절차는, 먼저 건전성 기준을 충족하는 회사를 선택해야 한다. 그 다음 이 기업의 사채중에서 가장 수익률이 높은것을 사는 것이다. 즉, 후순위 채권을 사라는 뜻이다.

Ⅲ. 후순위 채권은 수익률이 훨씬 높을 때에만 선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자 보상 비율' 이 다른 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을 경우에만 매수해야 한다.

 

저자의 몇가지 격언을 소개하면서 일단락 짓겠다. 2부에서 다시 보자.

★ 강세장이 펼쳐질 때는 저평가 된 주식이 항상 많이 나타난다. 따라서 높이 오른 다른 종목들과 대조되면서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이때가 바로 특별히 주의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증권은 상승장 내내 소외당했을 확률이 높고, 약세장으로 돌아서면 큰 폭으로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대부분의 주식이 크게 올랐다면 "저평가" 를 경계하라.

★ 건전한 투자를 하려면 평가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쉽게 말해, 가격보다 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합리적인 계산으로 보여줄 수 없다면 투자가 아니다.

★ 주식이 입풀려에 대한 완벽한 대비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채권이나 현금보다는 낫다.

★ 정액 매입법의 실제 의미는, 주가가 높을 때에는 자금을 평소보다 더 투입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주가가 낮을 때에는 절대로 겁먹고 매수를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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