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성, 친숙함: 직관이 화를 키운다
 

 

첫 생각에 사로잡혀 다른 가능성을 못 본다.
휴리스틱(Heuristic) 이란 뭘까? 쉽게 말해 직관이다. 어림짐작이다. 주먹구구다. 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 대상, 혹은 익숙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신속하고 간편한 방법을 사용하여 결정을 내린다. 여기에는 대표성(Represenatativeness)과 친숙성(Familiarity) 휴리스틱이 있다.

전자는 사람이나 사물이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 즉각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자동으로 떠오르는 --그래서 막기 어려운-- 생각의 지름길이다. 특히나 이 첫 생각이 해당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 줄것이라는 판단이 들면 주의를 해야 한다. 잠깐 멈춰서서 반성적인 사고를 해 봐야 한다. 사실, 그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물론, 이러한 해결책이 항상 틀리지는 않는다. 다만 첫 생각이 옳다는 확신이 너무 강하게 들기에, 실수할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못함으로 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들, 떼로 움직이는 군중에게는 단순한 슬로건이 가장 잘 먹힌다. 우리의 본능적인 생각을 장악하기 때문이다.

한편, 후자는 우리의 감정을 건드리는 사건(아이들, 부모님, 교통사고, 전쟁, 재난 등등)에는 지나치게 가중치를 두게 된다는 사실이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광고에서는 3B를 활용하여 주목도를 높인다. Beauty, Baby, Beast 이다. 이러한 휴리스틱도 역시 진화의 산물이다. 과거 지금과 같이 복잡하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이란 천적을 피하는 것이 전부였다.

쿵~ 하고 뭔가 뒷편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여유롭게 분석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일단 그 이벤트로부터 안전한 곳까지 벗어나야만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가장 먼저 휴리스틱이 우리의 행동을 선점하고 뒤를 이어 분석적인 사고가 뒤따른다. 행동경제학자들의 실험실로 돌아가보자.

 

린다는 차분하고 학구적이며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녀는 버클리에서 영문학과 환경학을 전공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린다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맞춰 보라.

1. 메리는 도서관 사서다.
2. 린다는 도서관 사서이며, 환경운동단체의 회원이다.
3. 린다는 금융 업계에서 일한다.

 

 

조사 대상의 과반수가 2를 선택했다. 여기에는 학구적이고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선택할 만한 직업이 사서와 환경운동단체의 회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직관이며 어림짐작이다. 1번을 택한 경우는 조금 생각을 한 뒤에 나온 것이다. 린다는 환경운동단체의 회원이지만 결국에는 사서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2번은 1에 모두 포함된다.

피실험자의 25 퍼센트에서 33 퍼센트가 1번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 질문에서 가장 확률이 높은 타당한 선택은 3번이다. 도서관 보다는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더 많다. 하지만 3을 맞춘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렇게 휴리스틱 판단은 가장 빠른 지름길을 고른다. 이처럼 우리는 어떤 논리가 이야기로 꾸며지면 그것을 잘 발견해내지 못한다.

 

 

 

사람들은 알레르기성 과민반응한다.
투자에 있어서 대표성 휴리스틱은 성장주(growth stock)에 대한 열광으로 이어진다. 대개 이런 종류의 주식은 그 시점의 총아, 가장 뜨거운 섹터가 된다. 그래서 보통 PER(Price Earning Ratio, 주가수익비율)이 매우 높다, 미래의 장미빛 환상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밀레니엄 시대의 IT 버블을 떠올려보라. 가치주(Value)는 외면을 받았다. 따분하다는 편견 때문이다.

1999년 말 야후의 PER은 1,300배이고 이베이의 PER은 3,300배 였다. 이말인 즉슨,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각각 1천3백년, 3천3백년이라는 얘기다. 당신이 죽고 나서도 수 백 세대가 흘러야 겨우 본전에 도달한다는 뜻이다. 결국 닷컴 버블이 터지고 시장은 역전이 되었다. 한 때 푸대접을 받던 가치주의 상승률은 성장주를 넘었다.

이와같이 사람들은 과민반응한다. 그로스에 열광하여 필요 이상으로 가격을 올리고, 시장의 다른 편에 있었던 밸류는 필요 이하로 내려 간다. 그러나, 광풍이 지나면 가치에 투자 한 것이 훨씬 더 나은 수익률을 가져온다. 이는 수많은 논문과 연구결과에 의해서 입증된 결과다.

 

친근함 휴리스틱은 국내 투자를 선호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자국편향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2천년 초반 미국의 주식시장 가치는 대략 50% 수준이었다. 그 뒤를 이어 일본과 영국이 각각 25%, 14%의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므로 투자 바스켓을 구성하려면 원칙적으로는 각각의 비중에 맞춰야 할 것이다.

즉, 미국에는 50, 일본은 25, 영국은 14퍼센트로 자산을 배분했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그들의 자산 93퍼센트를 국내에 투자했다. 일본은 무려 98퍼센트, 영국은 82퍼센트. 물론 자국편향만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패권국가의 지위, 경제상황, 자국화폐의 가치, 금리 수준, 세금 관계 등등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하더하도 자기에게 친숙한 것에 과도하게 집중된 포트폴리오임을 알 수 있다. 이를 뒤집에 생각한다면, 해외주식의 위험을 실제보다 더 높이 추정한다는 뜻이다. 한 논문에 따르면 위험에 대한 과민반응은 2배 ~ 5배 까지 더 높았다.

 

참고 논문.
# Werner De Bondt and Richard Thaler, "Does the Stock Market Overreact" 1998.
# Hersh Shefrin, Beyond Greed and Fear: Understanding Behavioral Finance and the Psychology of Investing" 2000.
# Michael Solt and Meir Statman "Good Companies, Bad Stocks" 1989.
# Chip Health and Amos Tversky "Preferences and Beliefs: Ambiguity and Competence in Choice Under Uncertainty" 1991.
# Gur Huberman "Familiarity Breeds Investment" 2001.
# Josef Lakonishok, Andrei Shleifer, and Robert Vishny, "Contrarian Investment, Extrapolation, and Risk," 1994.
# Werner De Bondt, "Betting on Trends: Intuitive Forecasts of Finnancial Risk and Return" 1993.
# Kenneth French and James Poterba, "Invesor Diversification and International Equity Markets"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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