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정신성 과민반응이 '영끌족'을 낳는다.
상승의 끝물에 올라타고 하락의 마지막에 떠나는 이유 - 단칼에 끝내는 투심 읽기
 

 

사람들은 익숙한 대상 뿐만 아니라 잘 모르는 사인에 대해서도 매우 신속하고 간편한 방법으로 결정을 내린다. 어림짐작 또는 직관이라 말할 수 있는 이 행위는 대표성(Representative)과 친숙성(Familiarity) 편향에서 기인한다.

전자는 사람이나 사물이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 곧바로 판단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즉, 우리의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떠오르기에 막기 어려운 생각의 지름길이다. 특히나 이 첫 생각이 해당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 줄것이라는 판단이 들면 주의해야 한다. 잠깐 멈춰서서 반성적인 사고를 해 봐야 한다. 사실 그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빠른 인식과 해결책이 항상 틀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첫 생각이 옳다는 확신이 너무 강하게 들기에, 실수할 가능성을 가려버리므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들, 한 방향으로 몰려가는 군중에게는 단순한 슬로건이 가장 잘 먹힌다. 우리의 본능적인 생각을 장악하기 때문이다.

후자는 인간의 감정을 건드리는 사건(아이들, 부모님, 사고, 전쟁 등등)에 지나치게 비중을 둔다는 의미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광고에서는 3B를 활용하여 주목도를 높인다. 미녀(Beauty), 아기(Baby), 동물(Beast). 대표성과 친숙성 역시 진화의 산물이다. 지금과 같이 복잡하지 않은 자연에서 위험이란 천적을 피하는 것이 전부였다.

쿵~ 하고 뭔가 뒷편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한가로이 분석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일단 그 이벤트로부터 안전한 곳까지 벗어나야만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 즉, 행동이 먼저이고 사유가 뒤를 따른다. 행동경제학자의 실험실로 돌아가보자.

 

대표성, 친숙성

▲ 생각의 지름길인 대표성 편향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떠오르는 첫 생각에 다른 가능성을 가린다.

ⓒ Daankal Lee

 

린다는 차분하고 학구적이며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녀는 대학에서 문학과 환경학을 전공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아래 세 가지 예에서 린다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추론해 보라.

 

1. 린다는 도서관 사서다.
2. 린다는 도서관 사서이며, 환경운동단체의 회원이다.
3. 린다는 금융업계에서 일한다.

 

조사 대상의 과반수가 2번을 선택했다. 학구적이며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선택할 만한 직업이 사서와 환경운동단체의 회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직관이며 어림짐작이다. 1번을 택한 경우는 조금 생각을 한 뒤에 나온 것이다. 피실험자의 25% ~ 33%가 1번을 선택했다. 린다는 환경운동단체의 회원이지만 결국에는 사서로서 2번은 1에 포함된다.

이 질문에서 가장 확률이 높은 타당한 선택은 3번이다. 현실에서 도서관 보다는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더 많다. 그러나 3을 맞춘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처럼 우리는 어떤 논리가 이야기로 꾸며지면 본질을 잘 발견해내지 못하고 가장 빠른 지름길로 해석을 내린다.

 

 

 

내가 사면 내리고 팔면 오른다
투자에 있어서 대표성은 해당 시점의 총아, 가장 뜨거운 섹터로 자본이 몰리게 만든다. 미래의 장밋빛 환상이 더해지기 때문에 PER(Price Earning Ratio, 주가수익비율, 주가의 손익 분기점)이 매우 높아진다.

밀레니엄 IT 버블 때, 야후의 PER은 1300배이고 이베이의 PER은 3300배 였다. 이말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각각 1300년, 3300년이라는 얘기다. 당신이 죽고 나서도 수 백 세대가 흘러야 겨우 본전에 도달한다는 뜻이다. 결국 닷컴 버블이 터지고 시장은 속락했다. 나스닥이 당시의 버블을 뛰어 넘은 것은 이후로 20년이 지나서였다.

십수년 전, 차이나가 세계의 공장으로서 가열찬 성장을 구가할 때 뒤늦게 인사이트펀드가 출범했다. 2007년 강세장이 말기에 이르자 물밀처럼 펀드로 돈이 쏟아져 들어오고 주체할 수 없었던 증권사는 말만 그럴싸한 상품을 내놨다. 뭐라도 해야 했으니까.

인사이트펀드는 '다걸기'다. 인사이트펀드는 어리석은 대중과 증권사의 탐욕이 만들어 낸 결과다. 비중을 크게 실을 수는 있지만 하나에 올인 하는 것은 우매한 일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다. 그러나 활황장에서 주변 사람들이 큰 돈을 벌었다는 사실 앞에서 시장참여자들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시기심과 더불어 가만 있으면 나만 뒤쳐진다는 느낌에 견딜수가 없었을 것이다.

연일 미디어에서는 강세장을 노래했으나 얼마안가 인사이트펀드는 그냥 증발했다. 본전은 커녕 손실만 내다가 소리소문없이 휘발되었다. 사람들의 과민반응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상승장에서는 끝 물에 올라타고 하락장에서 투매가 벌어지는 이유다. 당대의 유행어로 표현하자면, 경험이 부족한 대다수의 '영끌족'은 필요 이상으로 가격을 올리고 비관론이 득세하면 헐값에 주식을 내다판다.

 

한편, 친숙성 편향은 국내 투자를 선호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2000년 초, 미국의 주식시장 규모는 전세계 경제에서 절반 정도를 점유했었다. 그 뒤를 이어 일본과 영국이 각각 25%, 14%의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므로 투자 바스켓을 구성하려면 이론적으로는 각각의 비율에 맞춰야 했을 것이다. 즉, 미국에는 50, 일본은 25, 영국은 14퍼센트로 자산을 배분했어야 한다.

 

Kenneth French and James Poterba

▲ 자국 편향에 대한 최초 연구와 비율 시간이 갈수록 자국편향의 정도는 줄어들지만 여전히 위력을 발휘한다.

ⓒ Daankal Lee

 

하지만 자국편향에 대한 1991년 최초 논문에서 미국인들은 그들의 자산 93퍼센트를 국내에 투자했다. 일본은 무려 98%, 영국은 82%. 물론 자국편향만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패권국가의 지위, 경제상황, 자국화폐의 가치, 금리 수준, 세금 관계, 시장 투명성 등등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하더하도 지나치게 집중된 포트폴리오임을 알 수 있다. 이를 뒤집에 생각한다면, 해외주식의 위험을 실제보다 더 높이 추정한다는 뜻이다. 한 논문에 따르면 위험에 대한 과민반응은 2배 ~ 5배 까지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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