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유지 편견이 투자에 미치는 악영향
내 것이 되면 달라지는 소유효과와 손실혐오가 불러오는 현상유지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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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 되면 집착하게 된다.
사람의 마음은 익숙한 것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크다. 이와같은 현상유지 습성은 우리 삶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는 다음의 지배적인 두 가지의 심리적 편향이 개입된다. 첫번째는 소유효과(Endowment effect)다. 대니얼 카너만은 머그컵 실험을 통해서 이를 입증했다. 일단의 프린스턴대 학생들에게 학교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을 공짜로 나눠 주고 잠시 후 그들에게 얼마에 팔겠느냐고 물었다.

또 다른 집단에게는 컵을 주지 않고 어느 정도의 가격이면 살 생각이 있는지를 물었다. 전자는 방금 무상으로 자기 물건이 되어버린 머그컵에 애착심이 생겨서 2.5배에서 17배 까지 더 높은 가격을 불렀다. 후자는 몇 배나 돈을 더 주고 머그컵을 살 이유가 없다. 따라서 학생들 간 거래는 성립하지 않는다.

 

단칼에 끝내는 투심읽기, 오마이뉴스 연재 기사

▲ 소유효과, 내 것이 되면 달라진다. 내 소유가 되면 애착심이 생겨 계속 쌓아두려한다.

ⓒ Daankal Lee

 

이는 지금까지의 주류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행동이 결코 아니다. 무료로 얻은 머그컵은 얼마에 팔든지 이득임에도 매매를 거부했다. 왜 팔기를 망설이고 시장가격 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여할까? 내 것이 되면 달라진다. 내가 보유한 대상에는 후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 우리의 본성이다.

타인에게 내 물건을 양도할 때는 '잃는다'는 느낌을 받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빼앗긴다'는 감정이 수반된다. 중고장터에 내 손때가 묻은 물건을 팔고나면 시원섭섭한 감정을 누구나 느끼게 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말이다. 이는 인간관계에서 '나 한테는 필요 없는데 남주기는 아깝다'라는 심리로 발현된다.

집안 창고에 20년이 지나도 쓰지 않는 물건들이 쌓이는 연유다. '언젠가는 써 먹겠지'라는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쓸모없는 것들을 버리지 못한다. 때로 이러한 심리적 편견은 우리의 자녀에게 향하기도 한다. 내 자식에게는 더 나은 것을 해주고 싶기 때문에, 이리저리 도움을 주려다가 어느새 선을 넘고 아이를 울리게 만든다.

이를 투자에 대입하면 손실이 났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미래가 불투명한 주식을 계속 갖고 있는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알려준다. 본전심리와 더불어 이런 소유효과도 한 몫하는 것이다. 내가 한번 인연을 맺은 주식은 웬만해서는 팔지 못한다. 이런 맹점을 알고 있기에 증권사는 한 직원이 같은 주식을 몇 년 이상 분석하지 못하게 순환배치를 하기도 한다. 즉, 소유효과로 인해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귀찮음을 피하고 판단을 거부한다.
사람들은 관성의 지배를 받는다. 변화와 혁신을 꺼리는 것은 우리의 천성이다. 좋은게 좋은 것이라든가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말들은 모두 현상유지(status quo bias) 편향을 반영한다. 우리네 삶에서 진보 진영이 세를 얻기가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 심리적 편견에서도 기인한다. 한마디로 말해 인류는 귀찮은 것을 싫어한다.

현상유지 편견은 손실혐오와 소유효과의 합작이다. 그리하여 상승효과를 가져온다. '1+1=5' 이 되는 것이 현실세계다. 이와 더불어 변화를 어렵게 만드는 또 한 가지 요인은, 아이러니 하게도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다. 우리는 나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두려워하여 자기판단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이를 '작위의 후회'라고 명명하는데 이는 다음 글에서 살펴보자. 투자에서 현상유지 편견은 포트폴리오의 구성종목이 변하지 않는 상황으로 나타난다. 물론 잘 배합된 경우라면 문제가 없으나, 어쩌다가 20여개의 종목으로 바스켓을 구성했다면 이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

시간이 지나고 경제환경이 변하면 개중에는 분명 시대에 맞지 않는 주식이 생겨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잡초를 뽑아버리지 못한다. 게다가 투자 대안이 많아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넓을수록 현상유지 심리도 강해진다. 바꿔말해, 투자결정이 복잡하고 수록, 자신이 아는 것이 적을 수록, 아무런 손질을 하지 않게 된다.

 

단칼에 끝내는 투심읽기, 오마이뉴스 연재 기사

▲ 대중의 열광은 필요 이상으로 가격 변동을 일으킨다. 강세장에서는 고평가로 이어지고 약세장 때는 터무니 없이 떨어진다.

ⓒ Vallota from Pixabay

 

올해 상반기까지 염화보다 더 뜨겁게 타올랐던 암호화폐를 보자. 최고점인 8,200만 원에서 4,000만 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 기간 동안 트레이딩에 몰두한 많은 젊은이들이 손해를 보고 있음에도 여전히 다수의 청년들이 그대로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다. 그 까닭을 지금까지 살펴본 인간의 약점에 대입하면 많은 부분이 설명된다.

한 참 잘 나갈 때에는 더 올라간다는 착각과 염원에 매몰되어 팔지를 못한다. 내려갈 때도 못 판다. 지금 팔면 바닥에서 파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까? 하는 착각과 더불어 본전심리라는 강력한 편견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기과신과 앵커링, 손실혐오와 소유효과 등의 감정에 압도되어 판단을 포기한다. 사람은 자기의 한 생각에 사로잡히면 주변의 조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 오로지 몸소 경험을 통해서만 깨달을 수 있다.

모든 버블의 역사는 같은 길을 따른다. 금세기 초 닷컴버블이 터지면서 나스닥 지수는 80퍼센트 붕락했다. 인터넷 혁명 당시 야후의 PER(주가수익비율)은 800배였다. 쉽게 말해 800년이 지나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는 얘기다. 국내 시장을 본다면 새롬기술(솔본)이 단연 압권이었다. 약 2천원 이었던 주가는 반년 사이에 150배나 뛰었다가 속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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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칼에 끝내는 투심 읽기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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