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회피: 잃는다는 격통은 3배의 이익을 내야 없어진다
 

우리는 따는 것보다 잃는 것을 더 싫어한다.
단칼의 뇌리에 깊숙히 박혀 있는 행동경제학의 성과 중 하나는 바로 손실혐오(Loss Aversion)다. 나는 대니얼이 쓴 "생각에 관한 생각"을 정독했으나 이 한 마디 빼 놓고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만큼 강렬한 기억이다. 나 단칼은 이말을 듣자마자 우리네 삶에 있어서 여러가지 모순되는 행위가, 바로 이 심리적인 편향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손실혐오란, 손해 입는 격통은 2.5배 이상의 이득을 얻어야만 없어진다는 얘기다. 만약, 당신이 2억의 손실을 보았다면 최소한 4억5천 만원의 이익을 실현해야 그 고통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앞서서 동전 던지기 게임에서 2.5배라는 설정값을 제시한 것은 바로 이 전망이론의 연구결과를 그대로 대입한 것이다.

우리는 따는 것보다 잃는 것을 더 싫어한다. 차라리 이익을 포기할 지언정 손해보는 것은 용납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바꿔말해, 손실을 보고 있는 주식을 지나치게 오래 보유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매도하면 손실이 확정된다. 그러나 팔지 않으면 그것은 단지 장부상의 평가손실일 뿐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다음 2가지 설문에서 각각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질문 1: 100만 원을 무조건 받는다. 절반의 확률로 200만 원을 받는다.
질문 2: 100만 원을 무조건 잃는다. 절반의 확률로 200만 원을 잃는다.

.

.

.

.

.

.

1번 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100만 원을 조건없이 받는 쪽을 택한다. 2번 질의는 다르다. 대다수가 200만원을 잃는 쪽을 골랐다. 이 두 조사의 차이점이라면 각기 이익과 손실에 촛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둘 다 같은 기댓값을 갖고 있으나 채택은 전혀 달라진다.

반절의 확률로 200만원을 받는 다는 얘기를 뒤집어 생각하면, 50퍼센트의 확률로 200만 원을 잃는 것과 같다.

현실에서 우리는 이러한 예를 수없이 목격한다. 확률과 기댓값을 잘 알고 있는 통계학자도 마찬가지다. 훈련된 전문가들이 이러할진데, 보통 사람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인간이라는 탈을 쓰고 있는 한 예외는 없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대표성) 때문에,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항상 200만 원을 잃는 쪽에 베팅한다.

 

이러한 손실혐오를 뒤집어 생각하면 이익이 난 주식을 조급하게 팔아치우는 까닭이 된다.즉, 매도하지 않을 경우, 그때까지의 이익이 없어져 버릴까 염려가 된다. 따라서 조그만 이익을 보고 조급하게 팔아우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여기에는 자부심과 후회회피, 심리회계라는 감정이 더해지는데 이는 다음 글에서 살펴보자.

현실에서 손실 혐오는 후회를 동반한다. 사람들은 자부심을 추구하지만 후회라는 감정은 피하려고 한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일본은 우리에게 감정적인 혐오를 가져온다. 바로 손실회피라는 심리적 편향이 가미되기 때문이다. 일본이 우리보다 경제적 선진국이 된 시기는 겨우 100년 남짓이다. 그 이전까지의 과거에서는 한 수 아래로 보았다.

중국인이 다른 나라를 오랑캐라 부르고 배척 했듯이, 우리는 일본을 원숭이라 폄하하며 무시해왔다. 그동안 대륙의 발전된 문물을 전해주면서 아랫것 취급을 했었던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제 점령하고 씻을 수 없는 굴욕을 안겨줬다. 그리고 패망 후에는 한국전쟁을 기회 더욱 더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현재 역전 된 상황을 떠올리면 후회가 밀려온다. 저들보다 2.5배나 더 잘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 커녕, 시시때때로 독도 도발과 위안부라는 감정을 건드리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존재다. 이렇게 우리가 일본을 우습게 보는 것은, 중국이 우리를 소국이라 칭하는 것과 같다.

 

 

 

남의 돈(세금)은 흥청망청, 내 돈은 알뜰살뜰
앞선 글에서 우리는 이익 포지션과 손실을 다르게 처리한다고 했다. 이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사람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과거의 결과를 되새김질 한다. 가령, 트레이딩에서 이익을 얻은 경험이 있다면 위험을 보다 많이 부담하려 들고, 손실을 보았다면 안전을 추구하게 된다.

전자의 경우를 공돈효과(House_Money Effect)라고 한다. 도박판에 입성한 아마추어들이 큰 돈을 딴 뒤에는 대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왜냐하면 이 횡재수를 진짜 자기 돈으로 생각지 않기에 아무렇게나 베팅을 하는 것이다. 즉, 남의 돈, 하우스 머니로 짜릿함을 즐기겠다는 생각이다.

트레이딩도 마찬가지다. 초심자가 단타매매로 짭짤한 이문을 얻고 난 뒤에는, 보다 위험이 큰 종목을 매입하려 한다.

후자인 손실혐오는 본전(trying to break even effect)을 찾고자 하는 심리와도 연결된다. 투자 혹은 도박에서 손해를 본 사람은, 평소에는 엄두도 내지 못할 위험을 감수하기도 한다. 이길 확률이 절반을 밑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모하게 행동한다.

실전에서, 경험이 부족한 트레이더는 오전에 손실을 입으면 오후에는 위험 수준을 높여 손실을 회복하려 한다. 다시말해, 매매횟수를 늘리거나 베팅 액수를 크게 해서 잃은 돈을 복구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손해를 더욱 키우며 결과적으로 심각한 자산손상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해액이 늘어나면, 이번에는 저가의 투기적인 주식에 들어간다. 500원에서 50원만 상승하면 10퍼센트다. 1만원 짜리 주식이 2만원 되는 것에는 의구심이 들지만, 500원 짜리 종목이 1천원이 되는 것은 왠지 실현가능해 보인다. 겨우 5백원만 오르면 되니까 말이다.

 

이와 같은 손실회피는 위험혐오(Snake-Bite)와도 관계가 깊다. 예컨대, 뱀에 물리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한번 물리고 나면 더욱 조심을 하게 된다. 우리네 속담에는 이를 표현하는 말이 있다.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이처럼 사람들은 손실을 보고 난 뒤에는 어떻게든 위험을 피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아마추어나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자신이 매입한 주식의 가격이 내려가면 마치 뱀에 물린 것과 같은 고통을 느낀다. 2만5천원에 산 종목이 다음날 2만2천원으로 하락하면, 당황한 나머지 주삭을 몽땅 내다판다. 나중에 이 주식이 5만원을 넘더라도 재투자 하기를 두려워한다.

 

참고 논문.
# Richard Thaler and Eric Johnson "Gambling with the House Money and Trying to Break Even: The Effects o Prior Outcomes on Risky Choise" 1990.
# Joshua Coval and Tyler Shumwa "Do Behavior Biases Affect Prices?" 2002.

 

 

 

지금까지의 내용을 아래 유튜브 동영상으로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지면의 한계로 생략한 부분을 포함했으니 "구독" 과 원고료로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단칼에 끝내는 투심 읽기 05화
 

 


이전 3배를 따야 손실의 격통이 없어짐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