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내림 효과: 한 생각에 사로잡히면 다른 것은 안 보인다
 

기존관념에 빠져서 새로운 것을 못 본다.
투자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가 고정관념에 빠지는 일이다. 이를 행동경제학에서는 앵커링(Anchoring, 닻내림 효과)이라고 설명한다. 닻이 내려지면 배는 항해할 수 없고 그 자리에 멈춘다. 바꿔말해, 사람들은 어떤 하나의 생각에 사로잡히면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지 못하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잘 알지 규모나 크기를 추측할 때, 보통 어떤 숫자 하나(닻) 혹은 지배적인 이미지(앵커링)를 생각하게 된다. 이 소스는 부지불식간에 당신의 뇌리에 심어진다. 가령, 영화는 1초에 24 프레임이 돌아간다. 이 24컷 중 하나에 햄버거 사진을 끼워 넣었다고 해보자. 즉, 24분의 1초마다 햄버거가 한 장씩 영사 된다는 얘기다.**

이런식으로 편집된 약 3분 간의 어떤 영상을 보더라도, 우리는 햄버거 이미지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무의식에 남아서 당신의 점심 식사 메뉴가 햄버거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이처럼 현대 문명에서 어떤 숫자 혹은 이미지가 당신의 뇌리에 스며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또한, 인간은 보통 어떤 절대수치보다 상대적인 비교치에 더 익숙하다. 이를테면, 우리가 남미의 인구가 8억 명 보다 많은지 적은지 질문을 받았다고 하자. 자연스럽게 여러분은 8억 명 이상이나 이하로 답할 것이다. 그러면 이번에는 총 인구수를 말해보라고 한다면, 당신의 추정치는 아마도 8억 부근에서 정해질 것이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절대치를 말하는 것보다, 8억 명 이라는 비교 대상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는 후자를 더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다른 말로 하자면 상대적인 수치에 민감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서 자신의 행복이나 불행을 더욱 깊이 있게 느낀다. 참고로 남미의 인구는 2016년 기준으로 4.2억 명이다.

 

 

 

본전심리가 바로 앵커링이다.
투자에서 앵커링은 어떻게 작용할까? 바로 본전심리에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어떤 종목의 주가가 1만 원에서 2만원까지 상승했다가 1만5천 원으로 내려왔다고 해보자. 초심자들은 이 부분에서 굉장히 당혹감을 느낄 것이다. 시장의 변동성에 단련이 된 사람이라면 해당 기업의 가치를 재확인할 것이다.

그리하여 판단이 서면 계속 보유하거나 아니면 추가 매입할 수도 있고, 완전 혹은 부분 청산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은, 2만원 이라는 최고점에 앵커링이 되어 이 가격에 도달할 때 까지는 팔지 않고 버틴다. 이제 주가의 향방은 두 갈래로 바뀐다.

먼저 추가 하락하여 1만원 부근이나 그 아래로 내려가는 길, 이 경우 많은 초보자들은 본전 심리에 함몰되어 물타기를 감행한다. 다행이 이 시도가 성공하면 매각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빠진다면? 포트폴리오에 심각한 손실이 발생한다. 본전심리가 발동한다. 2만원 최고점 일 때도 팔지 않았는데 이런 손실을 보고는 못 판다. 안 판다.

그렇다면 2만 원 이상으로 올라갈 때는 어떻게 행동할까? 아마 2만1천원 정도에서 팔고 나오게 될 것이다. 또다시 이 주식이 하락한다면 그 동안 겪어야 할 마음고생이 큰 공포감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나 이 주식이 4만원 까지 상승한다면? 이번에는 사지를 못한다. 내가 산 처음 가격에 비교해서 너무 높이 올라갔으니까.

 

이런식으로 왕복운동을 몇 번 겪다보면 심리가 무너진다. 여기서 두 가지 가격에 앵커링 되었음을 상기하라. 상황이 좋을 때는 가장 최고점에 닻내림을 하고, 상태가 나쁠 때는 본전에 앵커링 된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는 간사한 존재다. 이익 포지션과 손실을 다르게 처리한다.

본전 심리와 앵커링은 행동경제학에서 손실혐오라는 실험으로 입증되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아뭏든 1만원에서 2만원으로 이익이 나면 기뻐하지만 두 배로 즐겁지는 않다. 바꿔 말해, 손실이 발생하면 기분이 나쁘지만 그 손해가 두 배를 넘더라도 불쾌한 감정이 두 배 이상 커지지는 않는다.

그리하여 전자로 때문에 작은 수익에도 전전긍긍하게 되고 후자로 인해 손실을 크게 키운다. 이러한 우리의 본성은 많은 사람들을 투자에 실패하게 만드는 근원이다. 생존을 위한 장점이 투자에서는 약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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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말, 밴스 패커드(Vance Packard)는 [숨은 설득자The Hidden Persuaders]에서, 광고가 잠재적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 우리의 판단과 결정을 왜곡한다고 말했다. 그는 광고 기획자가 영화 중간중간에 "팝콘 먹자" '콜라 마셔!" 같은 짧은 문구를 삽입했더니 팝콘과 콜라가 많이 팔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중에 이 모두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실토했다.

참고 논문.
# Daniel Kahneman and Mark Riepe "Aspects of Investor Psychology"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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