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차나무의 특징
차는 한반도에서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이땅에 자생적으로 뿌리를 내리게 된다. 한국의 풍토와 자연조건에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면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이 한국의 자생 차나무는 일본의 개량종인 야부기다와 현저히 다른 생태적 특징을 보이므로 몇가지 특징을 살펴보자.

차에 조예가 깊은 전문가의 말을 빌리자면, 우선 자생차는 뿌리가 곧게 뻗어 몸체보다 3배이상 긴 뿌리를 땅속에 내린다. 이처럼 뿌리가 깊이 박히니 모진풍파에도 쉬이 죽는 법이 없다. 훈민정음의 뿌리깊은 나무가 차나무를 두고 한말이 아닌지 의구스럽다. 험..험...

다음으로, 설화상봉수(實花相逢樹)라 해서 금년에 핀 꽃과 작년에 맺어진 열매를 한나무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고 한다. 꽃과 열매가 상봉하여 어떤 말들을 하는지 쉬이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자식을 바라보는 듯한 어버이의 부드러운 눈길임은 능히 짐작할 수 있겠다.

세째로는 여타의 식물들과 비교해서 가장 늦게 꽃이 핀다는 사실이다. 가을 국화꽃이 지고 나서야 비로서 하얀 차 꽃이 피어나게 된다. 모든 꽃이 지고난 황량한 들에서 싱싱한 꽃을 본다는 즐거움 또한 가히 일품이라 하겠다.

네째로, 차생 차나무는 낙엽이 안 떨어진다고 한다. 모든 나무의 낙엽이 떨어질때도 묵은 잎을 떨구지 않고 다만 딱딱하게 굳어질 뿐이니, 이는 이듬해 봄에 나오는 새싹을 위해 해충들의 침입을 막는 역활을 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자갈이 많은 바위틈새와 같은, 일반 식물이 자리하기 힘든, 척박한 땅에서 자리를 잡고 자라난다고 하니, 무척이나 힘센 녀석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사서 고생을 하며 모진 풍파를 이겨내는 강인한 생명이기에 그 멋스러움이 한결 더하다.

이러한 특질을 가지고 있어, 맛과 향, 색이라는 차의 삼요소에서 한국인의 몸에 딱 맞아 떨어지는 아주 우수한 차이나, 현재는 대량생산을 위해 비료나 살충제를 뿌려대서 그 참다움을 간직하기가 아주 어렵게 되어 버렸다.

차밭으로 이름난 보성지역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한국 전통의 자생종 차밭을 보면 처음에는 실망하게 된다고 한다. 이는 여러 잡초들이 차나무와 함께 자라기 때문인데, 문외한이 보기에는 버려진 것처럼 보일 수 도 있다.

그러나, 생물이란 어느 한종만 골라서 키운다면 필시 그 반작용 또한 심해지는것이 이치이다. 논농사에 농약 많이 뿌리면 당장은 해충을 제거할 수 있겠지만, 그 이후의 악순환과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현대에 들어 친환경농법이 각광받고 있다.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당장의 이익보다는 미래의 전체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 한국의 자생종 차나무의 떨어지지 않는 굳어진 잎은 일차적으로 해충의 방어선이 된다.

해충들은 차나무 밑에 있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잡초들을 우선적으로 뜯어먹지, 단단한 차잎으로는 접근하지 않는다. 이는 효과적으로 해충을 제어하는 친 환경적인 농법이 아니고 무엇이랴?

인간의 기준으로 볼때 해충일 뿐이지 벌레 또한 살아있는 생명이다. 조물주가 만들어 놓으신 생명을 그 누가 훼손 하는것이 정당하다 하리오?

자생 차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