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번에는 육식을 하는 가면침노린재(Reduvius personatus)를 살펴보자. 외모는 볼품이 없어서 첫인상이 약간은 거북하다. 녀석의 사냥법을 살펴보자. 놈의 주둥이는 낫 모양으로 꼬부라진 대롱인데 이 속에서 주사바늘처럼 작동하는 검은 혓바닥이 나온다.
이 바늘로 희생자의 몸을 찌르고 독극물을 주입하는 것이다. 독침을 맞은 피식자는 얼마되지 않아 죽고 만다. 그러면 이 송곳을 흡입 펌프로 용도변경하여 사냥감의 혈액을 빨아먹는다. 뚫린 구멍에서 피를 빨다가 더이상 진액이 나오지 않으면, 다른 자리로 옮겨가면서 또다시 흡혈을 한다.
이런식으로 온몸의 수분이 마를 때까지 연이어 드릴을 박아 넣는다. 드라큘라도 울고갈 정도로 소름 끼치는 식사법이다.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사람도 쏘이면 매우 아프다는 경험담이 있다.
가면침노린재의 애벌레는 어미보다 한 술 더뜬다. 녀석은 유나바머(Unabomber)와 같은 폭파범이다. 알껍질을 폭탄으로 터뜨리고 유유히 빠져나온다. 그 비밀의 커튼을 살짝 들춰보자.
침노린재의 알 뚜껑에는 삼각뿔 모양의 병따개가 없다. 그저 부화시기가 되면 뚜껑의 한쪽 끝이 조금씩 벌어지면서 혹같은 것이 부풀어 오른다.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총천연색의 얇은 막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풍선이다. 이 피막이 점차로 팽창을 하면서 덮개를 열어젖힌다.
바로 이 순간 폭발이 일어난다. 마치 장력의 한계를 넘어선 비눗방울처럼 얇은 주머니가 팡! 터져버린다. 이제 활로가 뚫렸다. 어린 노린재는 자유를 얻는다. 다음, 소묘는 파브르가 그린 녀석의 알이다.
▼ 그림을 클릭하면 또 다른 침노린재의 실물 사진을 볼 수 있다.
애벌레는 어떤 마술을 부린 것일까? 폭파된 잔해에는 어떠한 액체도 없었으며 화약냄새도 전혀 나지 않았다. --물론 1번이라고 쓰여진 파란 글자도 없었다.--그렇다면 기화된 가스 임은 분명한데 어떤 매커니즘이 숨어 있다는 말인가?
안타깝게도 이 프로세스는 반복해서 관찰할 수 없었다. 따라서 파브르는 불충분한 기록임을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추론해 나간다. 유충은 잠수복처럼 몸에 꽉 끼는 얇은 피막으로 감싸여 있다. 성충이 되기 위해서는 이 거추장스러운 배내옷을 벗어던져야 한다.
그런데 풍선과 이 속옷이 서로 길다란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때문에 새끼가 점점 성장을 하면서 뱉어내는 이산화탄소, 즉 호흡 작용의 생성물이 고무풍선의 부피를 키우는 결과가 된다. 쉽게 말해, CO₂가 알껍질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 아니고 일종의 가스탱크에 축적된다.
이렇게 부풀어 오른 가스통이 더이상 압력을 견디지 못하면 폭발하는 것이다. 그렇다. 꼬맹이 침노린재는 숨쉬기를 통해서 생체폭탄을 제조한다. 갓 태어난 녀석은 이틀 뒤에 허물을 벗고 탐욕스럽게 먹기 시작한다. 식탁은 푸줏간에 차려졌다.
놈은 돼지비계에 대가리를 쳐박고 만찬을 즐긴다. 보름 정도 지나면 통통해 지는데 식량이 지방이므로 온몸에 개기름이 번들번들거린다. 이 돼지기름에 모래와 먼지가 붙어서 완벽한 위장막이 생성된다. 둔갑술을 펼쳐서 주변의 풍경과 구분할 수 없게 녹아들어간다.
이 투명벌레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까? 아래에 링크된 이미지가 있으니 한번 찾아보시라. 벌레와의 숨은그림 찾기가 즐거울 것이다. 알롱~지Allon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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