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 : 박테리아에서 인간으로, 진화의 숨은 지배자
Power, Sex, Suicide : Mitochondria and the Meaning of Life

닉 레인 Nick Lane 저 / 김정은 역 / 뿌리와이파리

 

진화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금과 같은 다양한 생물군이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미토콘드리아라고 하는 기생충 덕분이라고 한다. 게다가 이는 무려 60억 년에 걸친 지구의 역사에서 단 한번만 발생했던 블랙스완(희귀사건)이란다. 그 뿐인가? 생노병사의 원인, 그리고 성의 구분도 기생생물 덕분에 빚어진 결과라고 주장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미토콘드리아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스스로 개체수를 조절한다는 점이다. 비록 학습은 느릴지언정 집단지성을 발휘한다고 하니 몹시 충격적인 사실이다. 그 증거로 오늘날 많은 전염병들이 시간이 지날 수록 위험성이 줄고 있다. 바꿔 말해, 숙주가 죽으며 자신들도 사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가령, 매독 같은 질병은 수 세기에 걸쳐서 그 독성이 많이 약화되어왔으며, AIDS에서도 이와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세포 내의 소기관에 불과한 녀석이 어떻게 이런 막대한 책무를 가지게 되었을까? 정말로 궁금하기 짝이 없다. 자, 그럼 놈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과학서적이 그렇듯이, 저자가 아무리 쉽게 설명을 한다고 하더라도 일부 내용은 딱딱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전문용어의 설명은 되도록 피하고 쉬운 비유를 들어 진행해 보자. 미토콘드리아는 세균에서 기원했음이 분명하다. 이는 앞선 단칼의 서평 '기생충 제국' 에서 다룬 내용이니 생략하겠다.

 

오늘날 미토콘드리아를 설명할 때는 진핵세포(= eukaryotic cell = 유핵세포)의 기원과 떨어져서 해석할 수 없다. 이 세포는 지구상의 모든 유기체를 구성한다. 유전학적인 분석결과 일체의 유핵세포는 미토콘드리아가 있었거나, 지금은 없더라도 한때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이 둘의 기원은 하나 이거나 동시에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처음에는 기생생활을 하였을 것이다. 숙주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상대였을수도 있겠으나, 해악을 끼치지는 않았기에 그냥 방치된 상태로 지냈을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세포내에서 미토콘드리아는 기주가 쓰고 버린 대사산물 찌꺼기를 먹고 살았기 때문이다.

이 노폐물이 바로 산소이며 기생체는 이를 이용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호기성 세균이다. 반면에 진핵세포는 발효를 통해 생존할 수 있는 혐기성(산소가 없어도 생명활동을 할 수 있는) 유기체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숙주세포가 기생생물의 생산수단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리하여 이들의 관계는 상호의존적이 되며 더불어 살아가는 형태로 형태로 발전한다. 이러한 결과로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노화와 성의 분화로 이어진다.

 

 

자, 그렇다면 늙는다는 것과 미토콘드리아의 역할은 어떻게 연결이 될까? 녀석은 정상적인 호흡 과정에서 산소를 이용해 영양분을 태운다. 이때 자유라디칼(= free radical = 유리기遊離基 라디칼) 분자가 불똥처럼 튀어 근처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와 핵의 유전자까지 손상 시킨다. 그로 인해 우리의 세포는 하루에 1만 ~ 10만 번 정도 데미지를 받는다.

즉, 한시도 쉬지 않고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다. 대개의 공격은 별 탈 없이 지나가지만 유전자 서열이 변해 돌이킬 수 없는 변이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기능을 상실한 세포는 죽음을 맞이하고 새로운 체세포로 바뀐다. -- 매일 사람의 몸에서는 약 100억 개의 셀이 대체됨.-- 이 과정을 좀더 세밀하게 들여다보자.

유리기라디칼은 단순히 훼손과 파괴만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필요에 맞춰 호흡을 조절하며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를 핵에 보내는 중요한 작용을 한다. 즉, 자유라디칼 수치가 올라가 숨쉬는 것에 문제가 생겼다는 시그널을 보내면,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활성이 적절하게 변화되어 문제를 바로 잡는다.

바꿔 말해, 정상세포가 그 자리를 대체하여 호흡기능을 적절하게 유지한다. 하지만, 건강한 미토콘드리아가 마침내 다 소진되면 노화를 지연시킬 방법은 없다. 바로 이 시기에 퇴행성(노인성 질환의 원인이 되는 만성염증과 함께) 질환이 진행된다. 따라서 평생동안 자유라디칼 누출비율을 낮게 유지할 수만 있다면 장수를 하는 셈이다.

 


 

이러한 실마리를 조류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날짐승들은 포유류에 비해서 유리기 라디칼 발생속도가 느리다. 여기에는 몇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 하나만 소개해 보겠다. 작업량이 들쭉날쭉한 공장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경영진이 생각할 수 있는 전략은 둘 중 하나다.

소수의 노동자만을 고용해서 작업강도를 무리하게 높이거나, 일할 사람을 여유있게 뽑아서 주문량의 변동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포유류는 전자의 방법을 쓰고 조류는 후자의 방식을 따른다. 즉, 새들은 엄청난 수의 미토콘드리아를 보유하므로해서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반면에 들짐승들은 근로자를 혹사 시키는 악덕 고용주와 비슷하다. 일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면 자유라디칼이 초과생산 될 수 밖에 없고 이것은 곧 세포의 파괴를 가속화 시킨다. 이와 같은 노동량을 생물학적으로는 '(신진 or 물질) 대사율' 이라고 하며, 이는 산소와 양분의 소비로 결정된다.

설치류와 같은 작은 동물들은 코끼리에 비해서 물질 대사율이 몹시 높다. 다시 말해 자유라디칼의 누출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어 죽음 또한 일찍 찾아온다. 반면에 대사율이 낮다는 의미는 호흡과 심장박동과 같은 신진대사가 천천히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때문에, 이들의 차이는 몸집 뿐만 아니라 수명에서도 현격한 차이가 난다.

생쥐는 2 ~ 3년을 살지만 코끼리는 60년을 생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심장박동수를 따지면 두 생명체 차이는 없다. 즉, 코끼리와 쥐는 일생 동안 비슷한 횟수만큼 심장이 뛰며 세포가 소비하는 산소와 양분의 양도 대략 일치한다.

 

 

이어지는 내용에서 저자는 양성의 구분도 미토콘드리아 때문이라고 --기생충 제국에서 살펴본 것과는 다른 이유를 심도깊게 제시함-- 주장한다. 과학적인 설명과 실증, 그리고 추론이 보태어지면서 무척이나 흥미로운 이론이 펼쳐진다.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1897년 칼 벤더Carl Benda 는 세포내에 미토콘드리아가 실존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는 실을 뜻하는 그리스어 미토스mitos 와 작은 알갱이를 뜻하는 콘드린chondrin을 합성해 미코콘드리아mitochondria 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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