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적이고 매혹적인 동물들의 생존게임
IM FADENKREUZ DES SCHU''TZENFISCHS. Die raffiniertesten Morde im Tierreich
마르쿠스 베네만Markus Bennemann 지음 / 유영미 옮김 - 웅진 지식하우스
 

자연은 그 어떤 인간의 상상력으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경이로운 작품들로 가득하다. 기기묘묘한 생물들의 생활사를 보고 있으면 정말로 탄복을 금할 수 없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가이아는 비어 있는 것을 싫어한다. 땅속에서 부터 하늘 위까지, 물속은 물론이요 생체 내에 기생하는 녀석들까지 참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크기도 천차만별이다. 눈으로도 보기 힘들만큼 미세한 곤충들이 있는 반면, 수백 톤이나 나가는 고래류도 있다. 식생활에 초점을 맞춘다면 전기 쇼크로 사냥을 하는 어류들과 시체를 먹어치우는 부류도 존재한다. 그 뿐인가 월드컵에서 우승 국가를 정확히 맞췄다는 점쟁이 문어 '파울'도 있다.

이들은 예술작품에도 빠지지 않는다. 시이튼 동물기, 파브르 곤충기,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 변상벽의 묘작도, 신사임당의 화접도, 코믹스런 호랑이가 등장하는 민화 등등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무궁무진하다.

 

처음에는 이 책의 목차를 보면서 흥미위주의 성인판 '괴기물 시리즈'가 아닌가 했었다. 하지만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저자의 유머러스한 글도 한 몫을 거들어 나름대로 개성있는 문체가 되고 있다. 그 중에 하나인 '허니 가이드(Honeyguide =Indicator indicator)' 라는 날짐승을 소개해보겠다.

새 대가리 --이런 표현이 불편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람은 머리고 짐승은 대가리라고 쓴다-- 답지 않게 인간을 도구로 활용하는 놈이다.

아프리카에 서식하며 사람들을 벌통으로 유인하는 것이 이 새의 먹이 사냥법이다. 원주민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있으면 어느 샌가 나타나 지저귀기 시작한다. 그러면 채집자는 기꺼이 도끼를 들고 허니가이드를 따라 나선다. 녀석은 조금씩 앞서 날아가면서 정확히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벌집으로 공범을 이끈다.

이제 채집의 시간이다. 인간들은 연기를 피워 벌들을 몰아내고 자신들의 연장을 이용해 꿀을 얻는다. 그리고는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꿀벌의 유충을 조력자에게 건네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재미나게 적고 있다.

"채집가는 동물 동맹자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렇게 한다기보다는 두려움에서 그렇게 한다. 허니가이드에게 보상을 하지 않으면 다음번에 허니가이드가 끔찍하게 앙갚음을 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벌통으로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사자에게 안내하면 어쩌겠는가!"

연구자들은 이러한 행동이 유인원들과의 공생 형태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영장류는 목표지점까지 허니가이드를 따라갈 만큼 영리하지는 못했다. 결국, 이 새와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인간들뿐이었다. 이제는 녀석의 학명에 인디케이터가 붙여진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2번씩이나 말이다.

 

 

인간이라는 종의 특징을 말할 때 '호모 파베르(Homo Faber)' 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허니가이드의 예를 볼 때 이 명칭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구상의 많은 생물들이 다양한 툴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침팬지나 오랑우탄, 까마귀 같은 동물들은 비교적 많이 알려져있다. 그러나, 호주에 사는 솔개류는 불쏘시개를 이용해 일부러 산불을 일으켜 사냥감을 포획한다고 한다. 딱총새우라는 갑각류는 극히 찰나의 순간에 진공 기포(몇 천도의 온도로)를 발생시켜 시속 100km의 음파로 피식자의 몸통을 파괴시킨다.

또한, 심해에 사는 어떤 물고기는 서너 마리의 수컷들이 암컷의 몸에 융합하여 --고환을 지닌 자웅동체로-- 살아간다. 이렇게 신기한 연구 결과가 이 책에서 다루어진다. 밝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갈무리하고 있는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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