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A Field Guide to Household Bugs
조슈아 아바바넬이 찍고 제프 스위머가 쓰다 - 함께 읽는 책
 

곤충에 관심이 덜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글 제목을 접하자마자 에로틱한 소설이 아닌가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원제를 보면 집안에 사는 벌레들이라는 것을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곤충은 필자의 관심분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위생곤충에 대한 내용이리라 여겼다.

으흠! 후견지명으로 따져보건데 아마도 자연과학 부분에 꽂혀 있던 책이라 쉽게 구분하지 않았을까 한다. 아뭏든 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전염병을 옮기기도 하는-- 여러 탐탁치 않은 존재들에 대한 탐구인데, 코믹한 문체로 쓰여져있어 아이들과 같이 보기에도 좋다.

책에 나온 통계에 의하면 사람들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곤충들을 먹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저자들은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미국 식약청에서 교묘하게 에둘러 표현한 '식품 결함 수준Food Defect Action Levels' 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아래와 같은 식품에 혼합입된 불순물 수준은 인체에 무면하며 조절에 대한 규제도 필요치 않으므로 일반인들이 이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초콜릿 100그램 당 곤충 몸 조각 60개 또는 설치류 털 1개, 팝콘 1개당 설치류 배설물 조각 1개, 무화과 페이스트 100그램당 곤충 머리 13개, 후추 1파운드당 포유동물 분비물 1밀리 그램, 토마토 통조림 500그램당 파리알 10개......
이런! 이런! 완벽하게 불순물을 제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렸다. 하기야 농심 새우깡에서 나온 생쥐머리가 신문 1면을 거나하게 장식하기도 했었고, 동원F&B의 참치캔에서 나온 칼날조각 뉴스등을 보면 대기업의 위생관리도 그다지 믿을만 한 것은 아니라 여겨진다.

그렇다. 말이 나온김에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끔찍한 트라우마가 떠오른다. 그때가 아마 --내가 이런 '왕년에~ 라는 말을 쓰다니 늙어간다는 신호일까?-- 초등학교 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누나가 사온 굴을 초고추장에 찍어서 맛있게 먹고 있었다.

문득 젓가락에 탁탁 걸리게 있어서 이게 뭐지? 하고 들어올려보니, 맙소사 시커먼 먹바퀴가 빠져서 뒈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이 글을 쓰면서도 헛구역질이 ㅜ.,ㅜ; 굴 맛이 뚝. 끔찍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극단으로 가볼까? 현대 자본주의 하에서는 워낙 경쟁이 치열해서 1등으로는 모자란다.

불광불급의 경지에 이르러야 비로서 인류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다. 가장 참담한 경우는 수십억 마리의 바퀴, 수천 조 마리의 바퀴벌레가 아니다. 바로 0.5마리, 반 마리다(반말이 아니고).

 

비교적 얇은 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다. 기생곤충의 기기묘묘한 생존방식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예컨대 벼룩, 이와는 달리 빈대는 병을 옮기지 않으며 먹지 않고도 1년을 버틸 수 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암컷의 몸에는 생식기 개구부가 없어서, 수컷이 암놈의 배를 짤라 내고 그 안에 정자를 넣는단다.

이런 교접의 결과로 --곤충학자들은 이를 '외상성 수정' 이라고 부름-- 암컷의 조직은 상처를 덜 받기 위해 부드럽게 진화하였다고 하니, 타고난 새디스트에다가 매저키스트로다. 조금 더 소개를 해보자. 제 키보다 150배나 높이 뛰는 벼룩과 대가리가 제거된 상태로 4년이나 생존한 모낭진드기.

더 엽기적인 것은 배설을 하지 않기에 아예 똥구멍이 없단다. 특이하지? 정말 상상할 수도 없었던 방법이지? 곤충은 이렇게 극한의 별세계에 산다구.

 

Since 1999 copyright by daankal.com, All right reserved.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음. 수정 안됨. 배포는 자유이나 반드시 출처를 밝히고 사용할것.

 


이전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