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고양이 3대, 조계사

Felis catus (Linnaeus, 1758) 고양이
Carnivora 식육목 - Felidae 고양이과

 

 

"얼마전의 캣맘 벽돌 사망 사고 이후,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뀐 것을 느껴요.
그 전에는 반 정도로 호불호가 갈렸는데, 이제는 7대 3 정도의 비율이 된 거 같아요.
길고양이에게 우호적으로 말이죠."

조계사 인근에서 캣맘으로 활동하고 계신 성불수 보살의 말이다.

그미가 길냥이와 인연을 맺은 해가 벌써 15년이다.
조계사 주변의 집이 헐리게 되면서, 주민들이 키우던 고양이를 버리고 이사를 갔다고 한다.
이 집고양이들이 굶주림에 비둘기를 잡아 먹는 것을 보고 측은지심이 드셨다고 한다.

이러한 인연으로 한 때는 70여 마리의 길냥이들에게 먹이를 챙겨주었는데,
이러저러한 세월이 흐르면서 거의 다 죽고 지금은 몇 마리 남지 않았다고 한다.

 

 

 

 

 

성불수 보살과 한 평생의 인연을 맺은 암놈 길고양이가 있다. 녀석의 이름은 롱이.
그미와 함께 15년을 살고 있으니, 그야말로 '김수한무거북이와고양이....' 쯤 되는 녀석이다.
이렇게 오래 살아서 고맙기에 Long이 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게다가 롱이는 삼신할미고양이도 겸하고 있다. 녀석은 지금 새끼를 가져서 오늘낼~ 하는 몸이다.
고양이의 발정기가 1년에 2,3회 정도 되니 엄청난 다산 길고양이다.

그러니 삼신할묘? 라고 할 만하다.
그럼에도 2미터나 되는 담을 뛰어 올라가는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사뿐한 네발 걸음걸이 날쌔고 우아한 몸동작.

 

 

 

 

 

 

 

 

 

한편, 6년째 지붕 위에서만 살고 있는 길고양이 세 마리도 있다.
원래는 7마리가 살고 있었으나 모두 죽고 새끼 한 마리만 남았다.
용케도 살아남은 이 녀석이 성묘가 되어 새끼를 낳고 그렇게 3대가 산다.

그런데 요놈들이 성불수 보살의 애를 태우고 있다. 지붕에서 내려오지를 않기 때문이다.

아니 내려올 수가 없다.
갓 태어나 어미를 잃고 땅으로 내려오는 학습을 받지 못했기에,
한 평생을 지붕 위에서 보내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창살 없는 지붕에서 굶주리는 것을 보다 못해, 사료를 조금씩 챙겨주시고 있으시다.
이 중에서 가장 어린 녀석이 암컷이라 중성화 수술을 시켜야 하는데, 도무지 잡을 수가 없다고 한다.
동물 구조팀에서도 손을 들고 갔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만약, 이 녀석들이 새끼를 낳게 되면 더 많은 지붕길냥이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등짐 지고 캣대디로 나서다.
캣맘의 활동이 어떠한지 성불수 보살을 따라 길냥이 먹이주기에 동행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오후 2시 그미의 손길이 분주하다.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오지 않도록 조계사 탑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사료와 돼지 부산물을 가방에 쟁여 넣는다.
고양이 사료는 지금껏 인연을 맺은 여러 자원 봉사자 분들의 후원을 받고 있다.

돼지 부산물은 캣 대디 어르신이 낙원 상가를 돌아서 수송해 오신다고 한다.
음식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들을 모아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요일만 쉬고-- 이곳으로 직접 들고 오신다.
요즘말로 치자면 능력남인 것이다.

이렇게 모은 사료를 백팩에 챙겨 넣는데 그 무게가 20 ~ 30kg 정도에 이른다.
그미가 짊어지기에는 버거운 무게다.
이렇게 등짐을 지고 양손에 사료를 들고 창경궁으로 향한다.
조계사에는 매일 나오지만 창경궁에는 힘이 부쳐서 일주일에 한 두번만 갈 수 있을 뿐이다.

 

 

 

궁 앞에서 표를 사고 세 사람이 입장했다.
1년 전 부터 봉사 활동을 같이 하고 있는 김보살과 함께 3인의 특공대가 꾸려진 것이다.
갑자기 여인네들의 발걸음이 바빠진다. 남자인 내가 따라잡기 버거울 정도로 신출귀몰이다.

보살님들이 마음이 급해지는 이유는 뭘까?
길고양이들이 몇 끼니를 굶은 상태이고, 이곳을 관리하는 사람의 눈에 되도록이면 띄지 않기 위해서란다.
휘이~ 한 걸음 두걸음 30여 미터를 걸었을까?

호랑이 무늬의 길냥이 한 마리가 우측에서 나왔다.
캣맘 두 분을 알아보고 뒤따라 오는 것이다.
원앙새를 위해서는 쌀이나 보리 같은 곡물을 뿌린다.
길냥이에게는 사료와 돼지 부산물, 그리고 야행성인 너구리에게도 몫이 돌아가도록 분배를 한다.

그러면서 관광객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주의를 다한다.
이렇게 궁내를 훠이~ 돌면서 정해진 자리에 급식을 하는데 대략 3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캣맘 두 분은 어떠한 책도 잡히지 않으려고 주변을 항상 깨끗이 한다.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떠한 쓰레기도 버리지 않고 항상 꼼꼼히 수거를 한다.
시간이 가면서 등짐이 가벼워진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오늘은 어린 길냥이가 2마리나 나왔다.
보살님들의 말을 들으면 새끼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도록 어미가 보호를 한다는데,
워낙에 배가 고팠는지 어린 녀석이 등장한 것이다.

게다가 가까이 다가와 빈 가방속에서 나는 돼지 냄새를 연신 맡고 있다.
더 달라는 얘긴데 어쩌니 오늘의 급식은 여기까지가 전부란다.

 

잠시 돌아가는 상황을 살펴보니 이 어린 녀석, 어미가 돌보지 않고 버린 외톨이다.
왕따 고양이를 이대로 놔두면 다른 수컷에게 괴롭힘을 당해서 제명에 살지 못한다.
먹이도 제대로 먹지 못하므로 올 겨울을 넘기기 어려울거라고 한다.

녀석을 잡아야 하는데 길냥이를 쉽게 포획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녀석은 관람객이 다가오는 기척에 금세 자취를 감췄다.
시계를 보니 얼추 4시 반, 이제 다시 조계사 탑으로 향한다.

 

 

 

 

먹을게 부족하니 쓰레기 봉투를 찢는다.
봉지 커피의 달달한 맛이 좋다. 수고했다고 따뜻한 커피 한잔을 권하는 성불수 보살.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담아와서 인근 노숙자에게도 건네주신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는 것이다.

캣맘의 일이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잠시 발을 쉬었다가 이제는 다시 인근 길냥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먹이러 동네 한 바퀴를 돌아야 한다.
이런 일과가 매일 반복되고 있다.
9시에 조계사에서 시작하여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저녁 8시 정도라고 한다.

도시는 길고양이들이 살아가기에 험난한 곳이다.
먹이와 물이 늘상 부족하다.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물이 길냥이에게는 없다.
낭비되고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도 없다.

그미가 길냥이들을 챙겨주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배가 고픈 고양이는 서럽게 운다고 한다.
불쌍한 마음에 사료를 챙겨주면, 그 배곯는 울음 소리가 없어진다고 한다.
그러니 길고양이 소리가 시끄럽다고 너무 탓하지는 마시라.
세상사는 것 중에서 가장 서러운 것이 굶주리는 것이다.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중국인 여행자들이 신기해 하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공중 화장실의 화장지가 없어지지 않고 항상 남아 있는 것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늘상 거기에 있으니 갖고 갈 일이 없다.
녀석들도 마찬가지 먹을 게 없으니 쓰레기 봉투를 찢는 것이다.
굶주리다보니 본의 아니게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길고양이 관광 도시를 만들어 보자.
어떤 이는 고양이를 매우 싫어한다.
왜 그럴까? 길고양이가 주는 불편함은 감정적인 부분과 관계하기 때문이다.
쓰레기 봉투 찢기, 거북스러운 발정기 때 울음 소리, 불쾌한 냄새 등등.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작은 부분이지만, 사람들은 이 부정적인 면에 더 마음이 쏠린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일컬어 손실혐오라고 말한다.
인류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에서 더 큰 고통을 느끼도록 진화했다.

만약 우리가 어떤 행동의 결과로 2의 손해를 입었다면,
5의 이득을 얻어야만 그 고통이 상쇄가 된다.

다시 말해, 손실의 격통이 이익이 기쁨보다 2.5배나 더 크다.

길고양이가 주는 작은 불편함을 참아낼 수 없는 것이 이런 심리효과에서도 기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감정적인 손실혐오를 극복하고도 남을 만큼 좋은 부분을 어필해야 할 거 같다.

얼마전 서울시에서 도시 공원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공모한 적이 있다.
이러한 지역을 고양이들을 위한 Safree zone 으로 만드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너무 허황된 생각일지도 모르겠으나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산책하는 상상을 해본다.

이렇게 되면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널리 알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함평의 나비 축체, 보령의 머드 축제 처럼,
고양이들의 세이프리 존으로 널리 알려지면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될 터이니 말이다.

 

 

최근에 강동구청과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는
이런 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급식소를 찾는 고양이도 살고,
녀석들을 포획해서 중성화 수술도 시키면 인간과 고양이가 서로 공존할 수 있을 터이다.

 

 

캣맘들에게는 늘상 후원이 부족하다.
고양이 사료 1포대 만으로도 여러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이 글에 공감하신다면 아래 주소로 후원을 부탁드린다.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 38-1(율곡로4길 15) / 전윤희(011-224-9212)

 

 

 

꼭 후원이 아니더라도 조계사를 지나게 되면 한번 들려주시면 좋겠다.

이렇게 알음알음으로 와주시는 분들이 꽤 있다.
인근 빵집의 사장님, 식당 주인, 근처의 직장인들이
고구마나 빵, 캔 같은 소소한 먹거리를 들고 조계사 탑을 찾는다.

성불수 보살이 건네 주는 따뜻한 커피 한잔과 더불어 담소도 나누고
15년을 살고 있는 삼신할묘김수한무고양이도 보고 말이다.

 

끝으로 본인은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이 글을 쓰지도 않았으며,
캣맘들과도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밝힌다.
이제는 도시 생태계의 일원이 되어버린 길고양이들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이해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뜻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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