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고양이 나를 이끌다, 한남동
 

녀석은 스쿠터 위에 앉아서 한가로이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천천히 다가가면서 반응을 살펴보니 도망갈 기색이 아니다.
오히려 다가온다. 셔터 소리에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한 웅큼 사료를 주어도 물을 따라주어도 먹는둥마는둥.

 

 

 

녀석은 그렇게 이 가게 저 가게로 왔다갔다 하면서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있었다.
때마침 지나던 이국인 모녀가 발견을 하고는 고양이의 묘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딸내미가 녀석을 쓰다듬고 있는 동안, 어머니가 바로 앞 빌라로 들어가 캔과 생수병을 갖고 나왔다.
사료는 거들떠도 보지 않던 녀석이 고양이 캔에는 환장을 한다. ㅎㅎㅎ
 

 

 

 

 

이제서야 그간의 행동이 짐작이 간다.
녀석은 자신의 영역을 돌아다니면서 이렇게 넉살좋게 몸보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구멍가게 앞, 세탁소 입구, 닫혀진 카페 문전을 기웃거리며 먹거리 마실을 다니고 있었던 셈.

 

 

 

 

 

 

 

밥을 다 먹은 뒤, 어느 다세대 주택 출입구에서 한 참을 앉아 있다. 문을 열어 달라는 몸짓이다.
유리문을 슬쩍 밀어주었더니 발걸음도 날렵하게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계단으로 향한다.
마치 나를 이끄는 듯 하다.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녀석은 그렇게 전망 좋은 옥상으로 나를 데려갔다.

 

 

 

 

 

 

한 동안 사진을 찍다보니 고양이가 자취를 감췄다.
어디로 갔을까? 다시 계단을 내려가 출입문 주위를 둘러봐도 보이지를 않는다.
지하로 내려가보니 녀석이 종이 상자와 놀고 있다.

 

 

 

 

 

 

 

 

 

 

내가 가야 할 시간임을 알렸다. 문 열어 주는 사람이 없으니 나가자고 했다.
말귀를 알아듣는다. 녀석이 순순이 계단을 올라 출입문 앞에 선다. 오픈 더 도어.
한남동의 마실 고양이는 그렇게 동네 사람들의 보살핌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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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디에나 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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