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 고양이는 열 사람을 부른다
한 마리 고양이는 열 사람을 부른다
 

봄 기운이 넘쳐 살짝 더워지는 주말 오후.
카메라를 둘러메고 남산공원에 산책을 나섰다.
봉수대에 올랐다 석호정을 지나 후두둑 내려오는 길.

지긋한 연세의 어르신이 고양이를 쓰다듬고 계신다. 그것도 비닐장갑을 끼고 숨을 막고 말이다.
사연인즉슨, 고양이 털에 알러지가 있으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여나 고양이가 밥이나 굶을까봐 사료봉지를 챙겨오셨네요.

 

 

거의 매일 오는지라 녀석이 어르신을 알아본다.
밥 때가 되면 주변 풀숲에 숨어 있다가, 부르는 소리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는 발라당 누워서 등을 긁어달라 배를 만져달라고 몸을 내 맡긴다.

이 노랑 고양이는 정말 순한 녀석이다.
처음 보는 사람도 경계하지 않고, 제 무리들 사이에서도 그렇게 전투적이지 못하다고 한다.
아마도 집에서 키우던 녀석이 아닐까 짐작된다. 아니면 버리고 갔던지?

 

 

어르신과 수다를 떠는 와중에 이번에는 중년으로 짐작되는 남성이 사료를 들고 왔다.
사진가는 이런 장면을 놓치지 않는다. 찰칵~
어르신과 이 남자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고양이 밥을 챙겨주다보니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다.
이렇게 고양이를 사이에 두고 세 사람이 모였다. 고양이를 주제로 또 한번의 담소가 이어진다.

그 이는 자신이 근처 P회사의 부지점장으로 있다고 한다.
포토그래퍼는 말문이 트이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여러가지 요구를 당당히 할 수 있다.
그림이 될 거 같으니 사진을 담았으면 좋겠다. 자연스런 포즈를 취해달라고 주문을 한다.

 

 

흔쾌히 동의를 받고, 고양이를 안아서 한번 웃어보시라,
남산을 배경으로 추억을 만들어보자, 역사적인 사진이 될 터이니 점프샷 시도해보자.
이렇게 일사천리로 이어지는 셔터 누름, 찰꽉찰꽉찰꽉.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에, 이번에는 패셔너블한 여성이 고기 몇 점을 들고 왔다.
또 이어지는 인사, 오늘 이 노랑 고양이 녀석은 요렇게 네 번째 사람을 불렀다.
이렇게 4명의 수다가 이어지는 도중에 또 한사람이 동석. 잠깐 사이에 5명으로 늘어났다.

 

 

이 대열에 참여한 사람들은 고양이를 쓰다듬고, 이 4명과 한 마리 고양이를 보는 나는 셔터를 날린다.
오늘 셔터질이 정말 재밌네.
길을 가던 사람들도 가까이 다가와서 구경을 하니 어느덧 10여명으로 늘었다.
많은 사람의 관심이 귀찮았던지 순둥이 노랑 고양이는 풀숲으로 들어가 나무를 타고 종적을 감춘다.

한 마리 고양이는 열 사람을 모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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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하다. 그들은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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