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의와 추사의 만남에 나온 이것... 일상다반사랍니다 수도권 4호선 전철 끝까지 가면 만날 수 있는 풍경 - 단칼에 끝내는 서울 산책기 |
수도권 전철 4호선의 끝자락에 위치한 수락산은 서울의 최북단에 자리하여 위로는 경기도 의정부시와 남양주시에 걸쳐 있으며 남으로는 불암산과 이어진다. 수락(水落)산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멋드러진 계곡과 기묘한 바위를 타고 물이 떨어지는 모습이 산책객의 눈을 즐겁게 하는 곳이다. 이번 산책 루트는 당고개역에서 출발하여 학림사를 거쳐 수락산 보루로 내려오는 길이다. 학림사 까지는 포장도로를 타고 편하게 갈 수 있으며 회귀하는 능선길에서는 좌우로 펼쳐지는 도봉산과 북한산, 불암산 산세를 구경하는 재미가 그윽하다.
당고개역 5번 출구로 나와 주택가를 통과하여 당고개하늘공원을 지나면 이정표가 나온다. 자동차가 겨우 한 대 정도 지나갈 수 있는 포장길이 학림사까지 이어지므로 주변 경관을 훑으며 한 동안 걷다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른다. 길 옆으로 영천선원과 석가사가 있으므로 가는길에 들렀다가자. 제법 지대가 높기에 전각 위에 올라 뒤돌아서서 불암산을 바라보면 그럴듯 한 경치를 볼 수 있다. 학림사 경내로 들어가기 전 오른편 계단 위에는 늘어진 소나무 사이로 약사전이 자리하고 있다. 소박한 돌부처를 안치해 놓았으니 빼 놓지 말고 둘러볼 일이다. 학림사는 상당히 규모가 큰 나한도량으로서 가지각색의 표정과 몸짓을 한 오백나한이 봉안되어 있다. 108계단을 따라 해탈문으로 들어서면 사찰 마당의 한 가운데에 미륵불이 서 있고 자태가 늠름한 노송이 사바세계를 굽어보고 있다.
학림사에서 초의와 추사의 첫 만남 그의 명성을 전해들은 30대의 혈기왕성한 김정희가 눈길을 헤치고 해붕대사를 찾아와 공(空)과 깨달음(覺)에 대한 격론을 벌인다. 이때 초의선사가 해붕대사를 스승으로 모시고 수행을 하고 있었으니 동갑내기였던 두 사람은 이후 절친이 되어 서로를 드높인다.
추사가 제주도 유배생활을 할적에는 손수 만든 차를 들고 서너 차례 방문하여 그를 위로했을 정도로 인연이 남달랐다. 유배가 풀려 다산이 서울로 돌아왔을 때는 초의선사를 간곡히 초청하여 2년 동안 벗하며 지냈다. 입적한 해붕대사의 초상화에 찬사의 글을 쓴 것도 김정희다. 기이한 세 사람의 인연은 초의선사가 쓴 제해붕대사영정첩(題海鵬大師影幀帖)에 잘 드러나 있다. 50대에 이른 초의선사가 일지암에 머무르고 있을 때에는 소치(小痴) 허련(許鍊)이 찾아와 가르침을 받았다. 초의는 그를 김정희에게 보내어 사사토록 하였고 당대의 지식인들과 폭 넓은 교류를 하도록 이끈다. 훗날 허련은 화가로서 대성하여 헌종 임금의 초상을 그리게 된다.
우리나라 차문화를 집대성 한국 전통 다맥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는 인도의 공주 허황옥이 금관가야로 시집을 오면서 차를 가지고 왔다고 전한다. 차는 정신을 맑게 해 주므로 왕실과 불가의 수행자를 중심으로 퍼져나간다. 삼국유사에 이르기를 당시의 신라인들은 말차(가루차)를 널리 애음하여 '차를 밥먹듯 한다'하여 '일상다반사'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다.
고려시대에 이르러서는 차살림이 가장 융성하였으며 조선에 와서는 차례(茶禮)로 발전한다. 이후 숭유억불의 정책으로 차문화가 쇠퇴함에도 다맥을 전승하여 온 인물이 해붕대사와 다산, 초의선사다. 추사는 수시로 초의선사에게 서신을 보내 차를 보내달라고 청했으며 답례로 일로향실(一爐香室)이란 편액을 써서 보냈다. 한자를 풀어내면 '화로 하나 있는 향기로운 다실' 이란 뜻이며 송달 임무는 당연히 소치가 맡았다. 추사의 글씨는 오늘날 두륜산 대흥사 천불전에 걸려있다. 김정희에 관해서는 본 연재 46화(청계산 오르기 전 추사 김정희를 알고 가면 좋습니다)에서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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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흔적이 남아있는 수락산 보루
이번 산책길에서 가장 경치가 볼만한 코스가 학림사에서 수락산 보루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우측으로는 도봉산과 북한산이 병풍처럼 자리하고 서편으로는 불암산이 호응하고 있다. 탁 트인 경치를 감상하면서도 좌우에 시립한 산세를 둘러보는 재미가 삼삼하여 지루할 틈이 없는 루트다. 귀임봉에 다다르면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어 수락산 지세를 살펴볼 수 있다. 넓은 시야가 펼쳐지기는 하지만 도봉산 방향은 살짝 시야를 가려서 약간 아쉬운 경치다. 여기서 30여 미터 떨어진 조망바위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더욱 근사하다. 도봉구와 노원구를 한 눈에 굽어볼 수 있으며 미세먼지 없는 맑은 날에는 남산 너머 관악산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정면에는 수락산 보루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으며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도봉산 너머로 지는 노을이 타는 듯 저물어가며 암반을 감귤색으로 물들인다. 수락산 보루는 한강을 놓고 각축을 벌였던 5세기 경의 고구려 유적지다. 아차산과 경기도 구리시 일대에 축성되어 한강 일대를 방어하던 17개 보루군의 하나다. 수 년에 걸쳐 지자체에서 복원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수락산 둘레길 코스를 걸으므로 동네 주민들도 모르는 이가 상당수다. 보루를 등지고 왼편으로 내려오면 온곡초등학교이고 우측으로 빠지면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는 소로길을 따라 7호선 마들역으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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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림사 초의선사 정약용 김정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