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바위에서 연꽃을 감상하고 연희별궁을 거닐다
백련산근린공원에서 궁동공원까지 : 단칼에 끝내는 서울 산책기
 

북한산 줄기의 한 자락인 백련산은 은평구민들의 산책코스로 그만인 곳이다. 인왕산과 안산 너머에 있기에 상대적으로 찾는 이가 적어서 호젓하게 걸어볼 수 있다. 해발 높이는 200m를 조금 넘는 동산이며 편자 모양이라 한 바퀴 돌아서 원점으로 회귀할 수도 있고 홍제천을 넘어 연희동 안산공원과 궁동공원까지 거닐어 볼 수 있다.

백련은 흰 연꽃이란 의미이며 이곳에 자리한 태고종 백련사로 인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예전에는 왕족들이 이곳에서 매 사냥을 즐겼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백련산 앞 동네 이름이 매바위란 뜻의 응암동이다. 백련산을 기준으로 서쪽은 은평구 오른쪽은 서대문구로 구분된다. 필자와 같은 길치를 위하여 백련산과 궁동공원의 지도를 보면 다음과 같다.

 

백련산 백련사, 궁동공원, 안산도시자연공원

▲ 백련산과 연희동 산책 코스 백련사에서 안산도시자연공원, 궁동공원까지 루트.

ⓒ Daankal Lee
 

이번 산책기의 시작은 3호선 홍제역 4번 출구로 나와 고가도로 아래의 사잇길(현대빌리지)에서 시작한다. 길을 따라 오르면 몇 군데 조망 지점에 정자와 데크가 마련되어 있어 무악재 일대를 조망할 수 있고 뒤편으로는 북한산이 무척이나 가깝게 다가온다. 흙길을 걷다보면 넓직한 암반이 곳곳에 노출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다 보니 작은 동산임에도 시야가 탁 트여서 곳곳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한동안 걷다 보면 홍은동 주민들을 위해 공원을 꾸며놓았음을 알 수 있다. 정자와 배드민턴장, 화장실과 쉼터, 놀이터, 잔디마당 등이 아기자기하게 조성되어 있다.

 

백련산근린공원

▲ 백련산 초입의 조망 정자. 홍제역에서 시작하는 산책길 입구에 세워진 정자.

ⓒ Daankal Lee
 

길을 따라 정상부에 오르면 은평정이 나오는데 한강부터 북한산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정자다. 매바위란 명칭답게 새떼들이 노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산길로 접어들면 이 지역 난시청 해소를 위한 지상파 중계탑 3기가 나란히 서 있는데 마치 현대판 장승을 보는 듯하다.

 

 

 

 

백련산 은평정

▲ 은평정에서 바라본 북한산 방면. 백련산 정상부에 세워진 2층 높이의 정자.

ⓒ Daankal Lee
 

중계소를 뒤로하고 걸음을 옮기다 보면 백련사로 나올 수 있다. 신라 경덕왕 때 진표율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관련 기록이 없어서 확실치는 않다. 이후 조선에 들어와 무학대사의 지시로 함허대사가 중창하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사찰이다 보니 노거수와 해탈루의 법고, 범종각, 무량수전, 명부전, 약사전 등의 전각이 자리한다. 일몰과 함께 80년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다. 홍제역에서 이곳까지 마을버스 서대문10번이 다니므로 곧바로 접근할 수 있다.

 

백련사

▲ 백련사 종각. 분위기 있는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백련사 범종각.

ⓒ Daankal Lee
 

백련사를 나와 안산도시자연공원 입구까지는 약 2km이며 도보로 거의 30분이 소요되기에 100칼로리를 소모시킬 수 있다. 이 거리가 부담된다면 명지전문대로 내려와 그 건너편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명지전문대-충암고등학교 정류장에서 지선버스 7017번을 타고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입구에 하차하면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안산도시자연공원에서 궁동공원까지
70년대에 개발된 연희동 일대는 전형적인 주거 지역이므로 번잡스럽지 않고 조용하다. 그러나 한국전쟁 당시에는 치열한 격전지였기에 '104고지 전적비'가 있다. 높은 건물이 없고 80년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단독주택과 빌라가 들어차있다. 아파트 단지가 빽빽한 서울에서 색다른 풍취를 느낄 수 있다.

 

안산도시자연공원, 궁동공원

▲ 증가로차도육교 앞 경로당. 안산도시자연공원과 궁동공원을 이어주는 육교 앞 경로당.

ⓒ Daankal Lee
 

연희동 뒷편에 자리 잡고 있는 안산과 궁동산에서 바라보는 신촌 방면 풍경이 시원한 맛을 선사한다. 지자체에서 길을 따라 꽃길을 만들어놔서 걸어볼 만 하다. 봄철이면 철쭉과 장미 등이 화사하게 피고 방풍림 아래로는 알록달록한 주택의 지붕이 한가득 펼쳐진다.

과거에 이곳에는 연희궁이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지금으로 치자면 임금이 잠시 머물던 별장(離宮)이라고 보면 된다. 숙종의 총애를 받았던 궁녀 장옥정은 왕비 아래의 서열인 희빈이라는 품계를 받으니 바로 장희빈이다. 이후 경종이 되는 왕자를 낳은 뒤 국모인 인현왕후를 궁궐에서 쫓아내고 왕비의 자리에 오른다.

 

연희동, 궁동공원, 장희빈, 전두환, 노태우

▲ 거울에 비친 연희동과 안산. 궁동공원에서 바라본 연희동 풍경.

ⓒ Daankal Lee
 

그러나 변덕스러운 숙종의 마음은 장희빈에게서 떠나게 되고 인현왕후의 시녀였던 최숙빈에게 빠져서 아들을 얻게 되니 이가 곧 경종의 뒤를 이은 영조다. 복잡다단한 사건을 거치며 인현왕후가 다시 복위되고 장희빈은 권력에서 쫓겨나 연희궁 근처에서 머물게 된다. 이때 그녀가 길어 마셨던 우물을 지자체에서 복원하여 '장희빈우물터'라고 칭하는데 역사의 기록은 아니고 구전으로 전해지는 내용이다.

 

연희동, 궁동공원, 장희빈, 사도세자, 영조, 경종

▲ 궁동공원에서 바라본 연희동 풍경. 주거지역이라서 높은 건물이 없고 한적하다.

ⓒ Daankal Lee
 

숙종의 강퍅한 피 때문일까? 영조는 나중에 자신의 아들(사도세자)을 뒤주 속에 가둬 굶어 죽게 만든다. 이와 같은 역사의 결이 신군부 쿠데타 세력인 전두환과 노태우의 사저를 이곳에 자리 잡게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했다.

한편, 우물터 바로 옆에 있는 서울문화재단에서는 공모를 통해서 여러 가지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연희문학창작촌' 입주작가를 모집하는 것이다. 분기별로 공모와 심사를 통해서 선발하고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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