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서 날아온 수백 장의 사진들...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
500인의 크리스마스 선물 사진전'을 기획한 사진가 김홍희씨
 

코로나19 시대에 인사동에서 흥미로운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인사아트센터에 모여서 사진전을 개최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특별한 일이 없다. 그러나 참여자가 모두 생면부지의 사람들인 데다, 나이도 10대에서부터 80대까지 폭이 매우 넓다. 뿐만 아니라 사는 곳도 전 세계에 포진해 있다.

독일, 미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호주, 키르키즈스탄, 스페인, 뉴질랜드, 마이크로네시아 팔라우까지. 글로벌 대한민국 동포들이 사진을 한 점씩 출품하여 크리스마스 선물전을 연 것이다. 이른바 '500인 크리스마스 선물전'이다(당초 500인을 목표로 해서 정해진 전시 제목이지만, 결과적으로 300여 명만 참여했다).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으니 직업도 참으로 다양하다. 치과 의사, 직업 사진사, 코스닥 CEO, 여행작가, 약사, 갤러리 관장, 학생, 백수, 교수, 철학자, 디자이너, 성악가, 교사, IT개발자 등등. 이 기묘한 전시의 구심점에 사진가 김홍희가 있다.

 

사진가 김홍의

▲ 500인 크리스마스 선물전 인사아트센터 전시관을 가득 채운 300여 점의 사진 작품

ⓒ Daankal Lee
 

 

필자가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작년에 출판된 [사진 잘 찍는 법]을 통해서였다. 제목이 직설적이라 기술 관련 서적인 줄 알았으나 '사진이란 무엇인가?'라는 속 깊은 내용을 보여주어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다. 화려한 이력 중에서도 필자의 시선을 잡아끈 것은 샘터에서 사진을 담당했다는 점이다.

샘터라고? 잘못 본 건 아니지? 1970년에 창간하여 그 당시 젊은 세대에게 교양 잡지로 이름난 그 샘터란 말이야? 소설가 최인호,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 수필가 피천득 등의 유명인사들이 연재를 해 왔던 그 옛날의 잡지를 여기서 다시 듣게 되다니. 필자도 한때 애독자로서 당시의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이러저러한 인연의 끈으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번 전시를 알게 되었고, 지난 23일 오후 전시장에서 그와 짧은 인터뷰를 나눴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내 작품을 선물로'... 내년엔 1000명이 목표
 

김홍희, 임상호

▲ 엣지있게 한 컷 자원봉사 중인 임상호(좌)님과 사진가 김홍희(우)

ⓒ Daankal Lee
 

 

- 500인 크리스마스 선물전의 취지에 대해서 알려주십시요.

"그동안 촬영해 놓은 이미지 중에서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주고 싶은 사진이나 내 집에 걸고 싶은 작품을 1점씩 내어서 전시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내 작품을 선물로'가 슬로건입니다. 누구나 원하신다면 참가해서 같이 즐길 수가 있습니다."

 

- 이 아이디어를 언제 처음 떠올리셨습니까?

"그동안 맨날 꿈꾸던 일이었습니다. 시작은 2019년, 100인 100작으로 출발했지요. 당시에 여러분들의 동참으로 성공리에 마감이 되었고 그 열기를 모아 2020년에는 500인전으로 기획했습니다. 이 전시를 계속 이어가면서 내년에는 1000명 동참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미 인사아트센터에 대관 계약을 마친 상태입니다. 원래는 세종문화회관으로 했으나 이미 신청 기간이 마감되어 아쉬워요."

 

- 기획력이 대단하십니다. 전시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가로세로 60cm 크기의 액자로 제작해서 12월 23일부터 28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전시하고요. 모든 참가자의 사진을 모아 책으로도 나옵니다. 그냥 도록이 아니고 ISBN 코드가 있는 정식 사진집입니다.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등에 납본하여 소장될 것입니다. 1인당 10만 원의 참가비를 내서 진행했습니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죠. 그리고 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합니다."

 

- ISBN 코드가 있는 사진집이라면, 역사에 기록이 되는 것이네요. 현재의 심정은 어떠하십니까?

"내년 1000명의 전시를 진행하는 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일을 나눠서 하면 큰 일을 도모할 수 있지요. 혼자 하면 그 나물에 그 밥입니다. 모두가 동참하여 일을 추진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한쪽으로 권력이 몰리면 집안에 분란이 일어납니다. 일을 나눠서 해야 합니다."

 

- 기획과 준비 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습니까?

"제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사진 크리틱을 하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도 활용하고 있고요. 여기에 본 전시의 취지를 설명하였더니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셔서 이렇게 커졌습니다. 어떤 분은 웹사이트를 개설해서 오프라인 전시 후에도 온라인 아카이빙을 할 수 있게 해 주셨고 또 다른 분은 전시 디스플레이를 전담하셨습니다.

책 디자인은 안면이 있는 디자이너가 자발적으로 담당했고 포스터 제작 등등 모두가 자기 일처럼 맡아서 해 주었습니다. 집단 지성을 통해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뜻을 모았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500인을 목표로 했으나 실제 참여자는 300명 정도다. 올 봄에 이 기획이 처음 나왔을 때는 단시간에 200여 분이 참가하면서 쉽사리 인원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급격히 참여가 위축되었고 긴 준비 과정에서 취소한 사람도 여럿이었다고 말한다.

다수가 모이는 일이라 잡음도 있었고 상당한 혼란도 겪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인원으로 전시가 확정되었다. 정족수는 채우지 못했지만 100인전에서 시작하여 300인으로 마감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된다. 게다가 보통 사람들도 기꺼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 500인 크리스마스 선물전

 

필자가 여러 전시를 다녀보면 파편화된 예술계의 단면을 보게 될 때도 있다. 전시를 영리 수단으로만 취급하는 사람도 많다. 모두가 칸막이를 치고 벗어나지를 못한다. 큰 그림을 그리며 판을 키우려는 생각이 없으니, 시장은 쪼그라들기 마련이다.

이번 500인 크리스마스 선물전에 참가한 이들 중 유명 사진가는 얼마 없다.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남의 집 잔치라는 기분 때문일까? 모두가 개성이 강해서일까? 같은 사진 도반으로서 한 점씩 출품하여 사진판을 키운다면 예술인 모두에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코로나19로 누구나 힘든 상황이지만 이를 기회로 삼아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 코로나 위기로 우리는 선진국이라고 말하던 국가들의 민낯을 목도했다. '별거 아니네!' 미래를 대비한 자는 앞서 나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판을 만들고 키워야 한다. 서로가 얄팍한 틀에 갇혀 있으면 발전이 없다. 대국적인 사고를 못 하면 정체한다.

어느 분야에서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 이것이다. 비전을 제시하고 해 볼 수 있는 마당을 펼쳐 놓는 것. 혼자서는 안 된다. 모두가 합심하여 일을 도모한다면 집단 지성이 위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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