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동에서 탁 트인 한강 풍경 보고 싶다면, 여깁니다
단칼에 끝내는 서울 산책기
 

얼마 전 이건희 회장의 추도식이 있었던 원불교(소태산 기념관)와 중앙대학교 병원이 자리하고 있는 흑석동은 예로부터 검은돌이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왼편으로 노량진, 남쪽으로는 상도동, 우측으로 현충원 사이에 자리하고 있으며 한강변을 바라보는 풍광이 멋진 곳이다.

그간 다른 지역에 비해 발전이 더뎠는데 지금은 재개발이 한창이라서 땅값이 상당히 많이 올랐다. '단칼에 끝내는 서울 산책기' 세번째 코스는 9호선 흑석역에서 시작하여 노량진 사육신역사공원을 거쳐 고구동산으로 올라 중앙대로 내려오는 진행이다.

중간중간에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효사정-용봉정-동양중학교-인덕법단-용양봉저정-노들나루공원을 거닐게 되며, 역시 이 길도 비교적 덜 알려진 루트라서 호젓하게 걸어볼 수 있다. 무엇보다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어느 곳에서든 한강을 바라보는 풍광이 인상적이다.

 

흑석동, 용양봉저정, 노루나루공원, 효사정

▲ 한 눈에 보는 흑석동 산책 코스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흑석동에서 노량진 산책길

ⓒ Daankal Lee
 

 

흑석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앞에 소태산 기념관이 있다. 이 건물은 작년에 준공이 되었기에 아직까지는 찾는 이가 거의 없다. 오른편에 보이는 원형 건물이 전망대인데 3층 높이의 옥상에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다. 야외이므로 주전부리를 조금 들고 올라가서 살펴봐도 무방하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 너머 용산과 이촌동의 빌딩숲이 펼쳐진다. 좌측으로는 여의도가 보이고 동편으로는 저 멀리 롯데월드타워까지 감상할 수 있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효사정(문학공원)은 조선 세종 때 우의정을 지낸 노한의 별장이었으며, 여기에 흑석동 출생의 심훈 선생을 기리기 위해 동상을 같이 세웠다.

필자가 찾은 여름날의 효사정문학공원은 계속되는 장맛비로 올림픽대로의 차량 운행이 전면 중지된 때였다. 불어난 한강물과 대비하여 초현실적인 기분을 느끼게 하는 풍경이다. 올해와 같은 긴 장마가 앞으로도 계속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덕분에 흔치 않은 장면을 담을 수 있었다.

 

효사정, 흑석동

▲ 효사정에서 바라본 소태산 기념관의 야외 정원 우측의 둥근 조형물이 원불교 소태산 기념관 3층에 있는 정원이다.

ⓒ Daankal Lee
 

 

흑석동의 도깨비 건물과 넘버원 포토제닉 포인트
효사정을 내려와 육교를 건너면 용봉정(근린공원)이 나온다. 지대가 어지간히 높기에 한강을 조망하기 좋은 장소 중 하나다. 수년 전, 너도나도 DSLR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시절에는 이곳에서 야경 촬영을 하기 위해 자리다툼을 하고는 했었다. 한강철교와 한강대교를 비롯하여 저멀리 원효대교와 마포대교가 겹겹이 보이고 좌측에는 63빌딩을 넣어서 분위기 있는 밤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현재 접근의 편의를 위해서 길을 정비하고 있으며 완공이 되고 나면 흑석동의 조망 명소로 이름을 알리게 될 것이다. 걸음을 옮겨 동양중학교로 가면 착시를 일으키는 희안한 건물이 있다. 길 앞에서 보면 축대 위에 기우뚱하니 서 있기에 쓰러질 것처럼 보이지만 옆에서 보면 똑바르기에 제주의 도깨비 도로를 생각나게 하는 건축물이다.

동양중 바로 옆에는 인덕법단이 있다. 중국에서 생겨난 도교 갈래의 종교로서 미륵불을 모신다고 한다. 대만에서는 일관도라고 불리우며 한국에 재단법인을 설립하고 도덕협회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이곳에서 보는 풍광이 흑석동 제1의 포토제닉 포인트가 된다.

 

흑석동 용봉정, 인덕법단

▲ 용봉정과 인덕법단 사이길에서 바라본 한강 풍경 흑석동 제1의 조망 포인트로서 비밀로 하고 싶은 장소.

ⓒ Daankal Lee

 

 

용양봉저정, 사도세자, 정조, 노들역

▲ 노들역과 용봉정 사이에 있는 용양봉저정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찾을 때 잠시 쉬는 목적으로 세웠다.

ⓒ Daankal Lee

 

 

 

동양중을 뒤로하고 노들역 쪽으로 내려오면 용양봉저정이 있다. 조선의 22대 임금 정조는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묘가 있는 수원의 현륭원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이때 한강에 배다리를 임시로 설치하고 건너가기 위해 잠시 쉴 목적으로 지은 행궁이다. 그 뜻은 '용이 뛰놀고 봉황이 높이 난다'라는 의미다. 머리들 양에 높이날 저를 쓰는데 한자가 참 어렵다.

여기서 길을 건너면 9호선 노들역이고 그 앞에 노루나루공원이 있다. 자리가 어정쩡해서 동네 사람이 아니면 잘 찾지를 않는다. 과거에 비해서 많이 나아졌지만 접근하기가 좋은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 시대의 산책길로 훌륭하다 할 것이다. 단풍터널과 유소년 축구장 등을 구경하며 계속 걷다 보면 사육신역사공원이다.

 

노루나루공원

▲ 노루나루공원의 분위기 있는 벤취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한담을 나누고 싶은 자리다.

ⓒ Daankal Lee
 

사육신(死六臣)은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세조에게 죽임을 당한 여섯 신하를 말한다. 박팽년, 성삼문, 유응부, 이개, 유성원, 하위지이며 후대에 이들을 기리기 위해 묘역을 만들었다. 학원가가 밀집한 노량진1동에 위치해 있음에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장소는 아니다. 서울시에서 선정한 우수조망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다만, 불꽃축제가 벌어지는 때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여기서 여의도 방향으로 바라보는 풍광이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노량진(노들나루)은 교통의 요지에 있던 나루터 명이다. 과거로부터 전략적 요충지에는 군사시설인 진(津)이 세워졌는데 그 이름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있다. 광진구(광나루역), 한강진(한남동), 양화진(마포 합정동), 송파진(잠실 석촌호) 등등.

 

사육신공원

▲ 풍압으로 낙엽을 치우고 있는 사육신공원의 가을날 관리 직원이 낙엽을 치우고 있다. 가득 모아서 서울대공원으로 보내진다.

ⓒ Daankal Lee
 

 

어느새 오늘 산책 코스의 절반 정도를 걸었다. 다시 노들역으로 되돌아가 4번 출구로 나온뒤 상도터널 방향으로 조금만 걸으면 우측에 고구동산 들머리가 나온다. 동작충효길이라고 이정표가 세워져있으니 길을 잃을 염려는 없을 것이다.

줄지어 늘어선 나무 사이로 쉬엄쉬엄 걷다보면 어느새 정상부에 도착하고 농구장을 지나 내려오면 승룡사가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흑석동 조망이 제법 괜찮다. 반포동을 넘어 잠실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고구동산

▲ 노들역에서 시작하는 동작충효길 들머리 좌측 아파트 단지를 따라 고구동산으로 올라가는 길.

ⓒ Daankal Lee
 

 

고구동산, 승룡사

▲ 고구동산 승룡사에서 바라본 흑석동 풍광 중대 후문에서 진입하는 고구동산 초입에 있는 사찰.

ⓒ Daankal Lee
 

고구동산 앞길이 중앙대이며 캠퍼스를 관통하면 흑석역으로 나오게 되는데, 중간에 흑석동성당 앞마당에 들르면 심훈 생가터임을 알리는 표석을 볼 수 있다. 내친김에 조금 더 걸어볼 요량이라면 중대를 왼편에 끼고 서달산 길을 따라가보자. 15분 정도면 달마사에 이르는데, 필자의 이전 기사 '강남의 숨통, 현충원의 사계를 담았습니다'에서 소개했던 사찰이다.

여기 앞에서 마을버스(동작01, 동작21)를 타고 10 여분 내려가면 흑석역에 정차한다. 만약, 반대편으로 방향을 틀면 상도동 살피재(7호선 숭실대입구역)가 나오는데 이름의 내력이 고달프다. 지금의 봉천동으로 넘어가는 고개길에 도적이 출몰하여 사람들을 괴롭히므로 잘 '살피라'는 유래와 함께, 서민들의 삶이 '슬프다' 하여 슬피재에서 살피재로 음 변화가 일어났다는 설이다.

무엇이 되었건 예나 지금이나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고단하다.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크게 선방하고 있다. 그동안 선진국이라 생각해왔던 서구권의 민낯을 보면서 별거 아님을 깨달았을 터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실천하면서 동네 마실을 다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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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석동에서 탁 트인 한강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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