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촌과 서빙고역 사이, 116년 만에 열린 '금단의 땅'
시민에 개방된 용산공원으로 여행을 떠나다 : 단칼에 끝내는 서울 산책기
 

경의·중앙선 서빙고역과 이촌역 사이에는 철조망과 벽으로 둘러싸여 대한민국 국민이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이 있다.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는 2.6㎢의 면적을 가진 둔지산 전체로서 누구나 알고 있는 '용산 미군기지'다. 여의도 면적이 2.9㎢이므로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주한 미군이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이 땅의 일부가 시민에게 개방되었는데, 바로 용산공원(미군 장교 숙소)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용산가족공원과 중앙박물관, 한글박물관이 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중앙박물관

▲ 국립중앙박물관 진입로 물안개를 뿜어내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 Daankal Lee
 

 

용산을 산책하다
이촌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두 곳의 박물관을 거쳐서 용산가족공원, 용산공원으로 거닐 수 있고, 서빙고역에서는 1번 출구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 좌측으로 진행하면 된다. 참고로 한강변으로 길게 늘어선 이촌동의 역사를 보자면, 노들섬을 지나는 한강대교를 기준으로 우측의 이촌1동이 동부이촌동, 왼편의 이촌2동은 서부이촌동이라고 부른다.

일본인 밀집 동네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 속의 재팬 타운이라 불린다. 옆 동네인 서빙고(西氷庫)는 조선시대 때 얼음을 채취하고 보관하였다가 임금님에게 진상하던 곳이었다. 현재 동빙고는 흔적만 조금 남아 있는데 뉴질랜드·이라크·키르키즈스탄·튀니지 대사관이 자리하고 있다.

 

용산공원 지도

▲ 이촌역과 서빙고역에서 출발하는 용산공원, 중앙박물관

ⓒ Daankal Lee
 

 

길치인 필자는 이촌동에서 산책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들릴 곳은 국립중앙박물관인데, 상설전시관 특별전부터 시작해서 여러 기획전시가 계속되는 곳이다. 청소년들의 체험코스로도 이름나 있으며, 이곳에서 바라보는 남산의 풍광이 시원스럽다. 박물관 앞에는 거울못이라는 너른 연못이 있고 예스러운 청자정에 오르면 물속을 헤엄치는 잉어 떼와 거북이를 볼 수 있다.

자칫해서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족히 하루는 투자해야 할 만큼 유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각별하다. 문화재 관람을 반나절 정도로 끝내고 출입구로 나와 보신각종 방향으로 거닐다가 우측으로 꺾어지면 석탑정원이 나온다. 바로 눈에 보이므로 길을 잘못 들어설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건 길치인 필자가 보증할 수 있다.

이곳은 여러 점의 석물과 석탑이 자리하고 있는데 갈항사삼층석탑, 천수사 삼층석탑, 안흥사 오층석탑 등이다. 또한 배롱나무, 진달래, 꽃창포 등등 여러 나무가 심겨 있는데, 특히나 매화꽃이 화사하게 피어날 때는 벚꽃만큼이나 볼만한 풍경이 연출된다. 밤에는 조명이 은은하게 비춰서 석물과 함께 사진적 피사체가 되기도 한다.

 

한글박물관

▲ 국립한글박물관 내부의 시적인 테이블 님의 침묵이 의자 등받이 역할을 하고 있다.

ⓒ Daankal Lee
 

 

석등이나 문인석 등을 둘러본 후 앞에 있는 국립한글박물관에 들어가 보자. 여기에는 훈민정음해례본 사본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역사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주의점은 코로나19로 인하여 두 박물관 모두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을 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박물관을 나와 석탑정원 사잇길로 들어서면 작은 미르 폭포가 나온다. 여름철 수량이 많을 때는 작은 무지개가 수시로 피어나므로 보는 재미가 있다. 이 길로 계속 가면 용산가족공원이다. 넓은 잔디밭이 축구장 만큼이나 길게 펼쳐져서 인근 주민들이 돗자리를 들고 피크닉을 나오는 장소다.

 

용산가족공원

▲ 용산가족공원의 봄 잔디밭 축구장 크기 만큼이나 넓은 잔디밭에서 체험학습 중인 유치원생들.

ⓒ Daankal Lee

 

 

용산가족공원

▲ 개구리 소리가 울창한 용산가족공원의 여름 밤. 더위를 피해 소풍 나온 부부가 한담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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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 옆의 놀이터에서는 유아들이 흙 놀이를 할 수 있으며, 그 옆으로는 분수를 뿜는 연못이 있다. 특히 봄철 짝짓기 때는 개구리와 맹꽁이들이 시끄러울 정도로 울어댄다. 운이 좋으면 육지로 나와 어슬렁거리는 놈들을 볼 수 있다. 개굴개굴 개구리 소리를 듣고 싶다면, 저녁노을이 깔릴 때쯤 찾아가면 된다.

잔디밭 한쪽에서는 주말농장을 체험할 수도 있고, 원두막에 앉아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일품이다. 군데군데 조각품이 설치되어 있어 심심할 수 있는 산책길에 포인트를 주고 있으며, 가을이면 단풍과 함께 모과나무가 노랗게 익어간다.

 

용산가족공원

▲ 분수와 연잎이 풍취를 더해주는 용산가족공원의 초가을 짝짓기철 저녁이면 개구리와 맹꽁이가 합창을 하는 연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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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가족공원

▲ 눈구름이 흘러가는 용산가족공원의 겨울날 태극기광장 앞에서 바라본 용산가족공원 산책로. 저 멀리 남산N타워가 보인다.

ⓒ Daankal Lee
 

 

 

용산가족공원

▲ 눈 덮인 용산가족공원의 거대한 손 조형물 땅 속에서 솓구쳐 오르는 듯한 거인의 손이 시전을 잡아끈다.

ⓒ Daankal Lee
 

 

금단의 땅 '용산공원'
용산가족공원을 뒤로하고 서빙고역 방향으로 조금 걷다 보면 용산공원이 나온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금단의 땅'이다. 용산공원은 현재 매주 화요일에서 토요일,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만 운영한다. 사전예약 없이 무료입장할 수 있으며,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는 역사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용산공원, 미군장교숙소

▲ 용산공원 내의 이국적인 풍광. 미국 장교 숙소이다. 부분 개방된 미국장교숙소 5단지 풍경, 내부인에게는 창살없는 게토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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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을 보여주면 방문증을 내주는데 이를 목에 걸고 내외부를 관람하면 된다. 안에 들어서면 미국의 한 동네로 순간이동 한 듯한 착각에 빠진다. 미국인의 건축문화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당연하겠지만, 안내 표지판도 영어로 쓰여있다. 수십 년 전의 사진 감상과 더불어 카페에서의 수다도 가능하고, 미국인들의 주방은 어떻게 꾸며져 있는지 육안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용산공원 홈페이지를 참고하시라.

 

역사문화해설사 최승원

▲ 최승원 역사문화해설사 용산공원 부분개방부지에서 해설사로 활약중인 숙명여대생 최승원 해설사.

ⓒ Daankal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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