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가문을 일으켰습니다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왕좌의 게임 캐릭터를 본따 학명 만들기도 - 단칼에 끝내는 인문학 곤충기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김춘수의 시구다. 이름을 짓는다는 행위는 그 대상을 우리의 인식체계 안으로 들여와 사랑하게 만드는 일이다. 나태주는 풀꽃에서 "자세히 보야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고 적었다. 시인은 이름표를 더할나위 없이 멋스럽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존재의 시작은 명찰을 다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분류학자는 새로 발견된 동식물에 이름을 부여하는 일을 한다. 대부분은 종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이름으로 짓지만, 때로는 코믹한 이름표를 붙이기도 하며 너무 엉뚱하여 설명이 없으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하는 명함도 있다. 우리네 일상에서 분류학자 이외에는 관심을 주지 않는 몇 가지 특이한 학명을 살펴보자.
해리 포터 등장인물의 이름표
ⓒ Saunders, Whenua, Landcare Research.
호그와트 사냥터지기 해그리드가 키우던 애완 거미의 이름인 '아라고그'를 딴 표본도 있다. 2012년 오스트레일리아 필비아 지역에서 발견한 거미(Aname aragog)와, 2017년 이란 케르만 지방의 고유종으로 기록된 늑대거미(Lycosa aragogi), 2018년 브라질 카라하스 국유림에서 수집한 표본(Ochyrocera aragogue)이 주인공이다.
ⓒ Ahmed, Javagal, Khalap 마법학교를 세운 고드릭 그리핀도르의 이름을 받은 분류모자거미(Eriovixia gryffindori)는 2016년 인도 남서부 가츠(Ghats)지역에서 발견되었다. 녀석의 외모는 신입생을 각 기숙사로 배정하는 분류(Sorting) 모자와 똑 닮았다. 명명자는 인도 고고학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거미학자 자베드 아메드(Javed Ahmed)와 사진가 수무카 자바갈(Sumukha Javagal), 환경보호론자 라자스리 칼랍(Rajashree Khal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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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을 품은 곤충들
ⓒ Natural History Museum 주요 등장인물 빌보와 프로도, 간달프는 멕시코 국립대학의 후안 모로네(Juan J. Morrone)에 의해 바구미속에 이름을 올렸다. 뉴 칼레도니아에 사는 딱정벌레 한 종은 버클리대 곤충학자 키플링 윌(Kipling W. Will)에 의해 2011년 호빗(Abacophrastus hobbit) 명찰을 받았다. 2016년에는 노스 다코다 대학의 연구팀(Eduardo Faúndez & Mariom Carvajal)에 의해 노린재 한 종이 사우론 휘하의 암흑기사 나즈굴(Acledra nazgul) 이름표를 달았다.
7왕국 가문의 시조가 된 말벌들 약 10년이 지난 뒤 [오징어 게임]이 해당 기록을 갈아치웠다. 2021년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이 역대 가장 많은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OTT 서비스로 방송되는 전 세계 83개국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한 대기록이다. 왕좌의 게임이 10년에 걸쳐서 조회수 169억 회를 기록했다면 오징어 게임은 단 8주만에 170억 회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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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 신종의 이름 말포이 |